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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손 잡고 중국 포위하는 인도] 미·인도 신밀월 ‘적의 적은 아군’ 

오바마-모디, 2년 사이 7번 만나... 중국 견제 목적으로 공동 군사훈련도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6월 7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방미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했다.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은 인도를 주요 국방 파트너로 인정해 핵심 방산 기술을 공유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이 같은 국방 협력은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인도가 미국과 전에 없는 ‘신밀월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인도는 미국은 물론 미국의 동맹인 일본과 함께 6월10일부터 동중국해의 센가쿠 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 인근 해상에서 연합 해상훈련에 들어갔다. 센카쿠 열도는 영유권을 둘러싸고 일본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동북아의 민감한 지역이다. 최근 안방인 벵골만 해역까지 진출한 중국 잠수함 때문에 심기가 불편해진 인도가 동아시아에 군함을 보내 미국·일본과 함께 이 민감한 수역에서 대담하게 군사훈련에 참가하며 중국에 엄중한 경고장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인도는 미국과 손을 잡고 중국에 압박을 가하며, 미국으로서는 인도를 끌어들여 중국 포위망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중국엔 전략적인 타격이다.

냉전 시기 인도는 소련과 가까워

사실 미국은 인도와 전통적으로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 냉전 시기 인도는 소련에 가까웠다. 오랫동안 집권했던 국민회의는 비동맹 정책을 주도하면서 소련 편에 기울었다. 군사는 물론 경제 분야에서도 소련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이제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수시로 만나 밀월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지난 6월 7일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열었다.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모디 총리와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국방·에너지·기후변화·대(對)테러를 비롯한 현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불과 2년여 만에 일곱 번째로 만났다.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자주 만나고 있다. 그만큼 양국이 뜨겁게 포옹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 배경에는 전략적인 이유가 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세력의 위협 때문이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고 했다. 그런 이유에서 인도는 미국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있다. 인도와 미국은 서로를 간절하게 원하는 사이가 됐다.

6월 7일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국방이었다. 미국은 이날 인도와의 국방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질서의 새로운 틀을 짜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누가 봐도 자명한 일이었다. 이날 회담에서 미국 측은 인도에 ‘주요 국방파트너’의 지위를 부여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위를 부여하면 미국의 동맹국이나 아주 가까운 우방처럼 핵심 방산 기술에 대한 공유와 접근이 가능해진다. 중국 견제라는 공통 목표 아래 미국·인도 양국은 안보협력의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오바마와 모디는 핵심 방산기술의 공유와 접근을 자유롭게 하는 등 국방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인도는 명실상부한 군사 대국이다. 지난 4월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가 조사한 세계 126개국 군사력 순위에서 인도는 세계 4위에 올랐다. 군사력이 가장 강한 나라는 미국이었다. 러시아·중국·인도·프랑스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7위였던 한국은 4계단 떨어진 11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같은 기간 9위에서 7위로 올랐으며, 북한은 25위였다. 이런 인도가 미국과 군사기술에서 손을 잡기로 한 것이다.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미국이 인도에 방산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과거 원자력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것을 넘어서는 수준의 밀월이다. 잠시 미국과 인도의 원자력 협력을 살펴보자. 미국은 지난 2001년 인도와 전략적 동맹관계 수립에 합의했으며 2008년에는 원자력 협력협정에 서명했다. 당시 미국은 인도의 원자력 시설을 핵폭탄을 제조하는 군사용과 발전 등에 이용하는 평화적 시설로 분류했다. 원자력 시설 22개 중 14개를 평화적 시설로 분류하고 이에 대해서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를 받도록 했다. 인도는 30년에 걸친 원자력 차별 시대를 끝내고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

오바마, 군사 대국 인도와의 국방협력 강화


▎인도는 2013년 첫 자국산 항공모함 INS비크란트함의 진수식을 열고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에 이어 세계 5번째로 자체 항모 건조 능력을 갖춘 국가가 됐다.
미국 의회는 인도 원자력산업에 미국 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는 ‘미국-인도 평화적 원자력법’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미국 기업의 인도 원자력발전소 건설 참여가 가능해졌다. 미국의 원자력 기술을 인도에 제공하는 길이 활짝 열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인도와의 핵 협력을 강화하면서 핵기술을 가진 미국·캐나다·프랑스·러시아 등이 인도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수주를 위해 경쟁적으로 인도에 구애하고 있다. 인도는 전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2030년까지 약 30기의 원자로를 지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이 선수를 친 셈이다.

이는 이전까지의 미국·인도 관계를 감안하면 지극히 이례적이다. 인도는 1974년 첫 핵실험을 했으며 1998년 5월에는 5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전 세계로부터 핵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미국 등으로부터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냉전 당시 소련과 가까웠던 인도에 대한 서방의 견제도 한몫했다. 탈냉전 시대가 오면서 국제정치와 군사안보, 경제협력 등 다양한 이유로 인도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면서 미국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까지 인도에 접근했다. 그 배경에는 인도의 전략적 가치도 있지만 인도의 원자력 수요도 크게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와중에 인도는 7일 미국과 국방협력 강화에도 합의해 원자력에 이어 국방까지 협력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양국은 지난 4월 원칙적으로 합의했던 ‘군수지원협정’도 곧 체결할 전망이다. 양 정상은 이날 6월 중 남중국해를 합동 순찰하는 계획에 합의했다. 그 계획은 즉각 실천됐다. 바로 센가쿠 주변 해역에서 실시되는 미·일 연합 훈련에 인도 해군 군함이 합류한 것이다. 인도는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그 민감한 해역까지 과감하게 군함을 보낸 것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열린 미국·인도 정상회담에서 “군수와 해양정보 공유, 심지어 미국 항공모함의 이동과 관련한 중요한 국방 협약을 마무리하는 데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를 수행해 방미 중인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차관도 AP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이 인도에 ‘주요 국방 파트너’ 지위를 부여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말했다. 주요 국방 파트너가 되면 미국의 동맹이나 가장 가까운 우방처럼 핵심 방산기술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공동 성명에는 미국과 인도 간 국방 관계가 ‘안정의 닻’이 될 수 있다는 표현이 담겼다. 국방협력의 핵심인 ‘군수지원협정’도 조만간 체결될 전망이다. 양국은 지난 4월 ‘군수지원협정’을 맺고 군사기지를 함께 사용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야말로 거침없는 행보다. 6~7일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중국과 첨예하게 맞섰던 미국이 인도와는 협력 강화에 나섰다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국과 인도의 세계 전략 중 ‘중국 견제’에서 의기투합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 3년 전만 해도 미국 입국 금지당해

미·인도의 관계 강화 움직임은 중국의 패권 부상을 막기 위한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의 일환이다. 물론 이날 공동성명에선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외교적인 제스처다. 하지만 ‘해양에서 자유항행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문구를 넣어 중국이 인공섬을 건설 중인 남중국해 문제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큰 그림으로 보면 인도와 미국이 손 잡고 중국 포위를 본격화하겠다는 포고나 다름없다. 미국은 일본-베트남-호주-인도로 연결되는 거대한 반(反)중국 포위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인도는 미국에 중요한 국가이며 남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에 대항하는 일종의 방어벽’이라고 평가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1~2위(인구기준) 민주주의 국가가 협력하는 것은 자연스럽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체제가 다른데다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얻어감에도 호락호락하지 않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인도는 민도가 낮고 인권이나 여성 권리 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국가로 평가되지만 정치체제는 국민이 선출하는 의원들이 주도하는 영국식 의회민주주의 제도를 정착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는 ‘세계 최대(인구 기준)의 민주주의 국가’로 통한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원자력 협력 확대도 언급했다. 핵연료 물질·기술의 수출을 통제하는 원자력공급국그룹(NSG)에 인도가 가입할 수 있도록 미국이 지원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중국이 인도의 NSG 가입에 반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핵보유국인 인도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인도와 미국이 밀월 관계에 접어든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좌파 성향의 국민회의가 장기 집권하던 냉전 시대는 물론 냉전이 끝난 이후에도 그리 원만한 관계가 아니었다. 국민회의가 아닌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집권해 경제 개발 중심의 정책을 펼 때도 미국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사라지지 않았다. 힌두민족주의 정당으로 경제 발전을 주요 정책으로 펴고 있는 정당인 BJP 소속의 모디 총리도 여기에 포함된다. 모디 총리는 3년 전만 해도 미국 입국 금지 대상이었다. 힌두교도의 이슬람교도 학살 사건과 관련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문제에서 모디는 결백을 주장한다. 하지만 명확하게 해명되지는 않았다. 미국은 자국 기준으로 인권 문제가 있는 인물의 자국 입국을 금지해왔다. 이른바 인권 외교다. 하지만 인권 외교는 국익을 넘지 못했다. 모디가 인도의 총리가 되면서 미국은 그의 미국 입국을 막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모디 총리는 이제 미국 의회에서 당당하게 연설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 정상 못지않은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오바마와의 만남 횟수는 동맹국이라는 한국 대통령보다 많다. 국제사회에서 ‘국익’이라는 단어의 위상이다.

인도는 지금도 강대국이지만 미래에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은 인도가 2028년이면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인구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의 노동가능인구수는 2020년에 9억2000만 명에서 2030년에는 10억20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에 시달리는 나라들은 노동력을 인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인구와 노동력이 늘면서 인도는 거대한 소비국가가 될 공산이 크다. 세계은행이 지난해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은 구매력기준(PPP)으로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3위에 올랐다. 세계 GDP의 6.4%를 차지한다. 제조업 중심 국가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수학과 과학 교육이 강하다고 이름난 인도는 첨단과학 분야에서도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9월 5일 인도는 자체 개발한 지구정지궤도 발사체에 첨단통신위성을 탑재해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 9월 24일에는 인도의 화성탐사선 ‘망갈리안’이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인도는 숙적 파키스탄은 물론 중국과도 군사력으로 경쟁해야 할 처지다. 중국과는 1962년 국경 문제로 전쟁까지 치렀다. 그런 인도의 군사력은 막강하다. 이미 핵무기 보유국인 인도의 군사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핵은 자체 개발에 이어 이른바 핵 공격 수단 트리어드까지 사실상 완성했다. 트리어드는 ‘3원 전략핵 전력구축 작업’으로 번역하는데 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핵 폭탄을 실어나를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항공모함은 영국이 퇴역시킨 구형을 수입해 운용하더니 이제는 독자 운용 능력은 물론 건조 능력까지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인도는 첨단무기 개발·운용에서도 실력이 대단하다. 인도는 러시아와는 차세대 전투기와 차세대 크루즈미사일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사거리 5000㎞급인 아그니-Ⅴ 탄도미사일도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이미 2002년 1월 사거리 700㎞, 탄두중량 1000㎏의 아그니-I 미사일을 첫 시험 발사한 뒤 육군에 실전배치했다. 한미 미사일 지침에 의해 사거리나 탄두 중량이 제한된 한국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인도는 공군력에서도 첨단을 달린다. 미국 대신 소련·이스라엘·프랑스 등과 군사협력을 해왔던 인도는 소련이 무너진 이후 러시아 군수회사에 자금을 대주면서 기술을 흡수했다. 그 성과의 하나가 러시아와 공동 개발해 실전배치 과정에 있는 5세대 초음속 전투기 HAL 테자스다. 한국의 차세대 공군기 후보의 하나인 F-35 합동공격기는 물론 미국의 최신예 F-22 랩터에 근접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첨단 전투기다.

해군력에서 인도는 미국(운용 11척), 영국(1), 프랑스(1), 러시아(1), 이탈리아(2), 스페인(2), 태국(1), 브라질(1)과 함께 항모 운용 9개국의 하나다. 이미 1987년 영국의 2만8700t급 퇴역 항공모함인 허미스함을 구입해 재정비 후 비라트함으로 이름을 고쳐 사용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로부터 옛 소련의 4만 5400t급 퇴역 항모 코르슈코프함을 구입해 비크라마디티야함으로 이름을 고쳐 올해 중 재취역 예정이다.

항공모함·핵잠수함 운항 중인 대양해군

뿐만 아니고 인도는 자체 건조 항모도 조만간 전력화한다. 2017년에는 4만t급 비크란트함을 취역한다. 미그 29K 12기와 8기의 5세대 초음속 전투기인 HAL 테자스, 10기의 헬기를 탑재할 수 있다. 2022년에는 더 막강한 6만5000t급 비샬함이 취역할 예정이다. 6만7500t급 옛 소련의 미완성 항모인 바랴크함을 구입해 자국 항모로 개조해 시험운항 중인 중국보다도 훨씬 앞섰다. 인도는 최초의 자국산 핵잠수함인 6000t급 아리한트함을 이미 개발해 시험 운항 중이다.

인도는 그동안 특정 진영이나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모두를 활용하며 자주국방을 확립해왔다. 이제 미국과의 본격적인 협력으로 한 차원 높은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 인도는 인도양에서만 머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해군은 이미 대양 해군이다. 동북아에서도 중국을 견제하며 어떻게든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인도를 지켜봐야 한다.

-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1339호 (201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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