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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끄는 모바일 심리상담] 손쉽게 활용하는 손 안의 카운셀러 

30대 여성 이용 빈도 높아 … 기업 대상 B2B 서비스도 제공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모바일 심리상담 스타트업 카운스링은 영상통화로 심도 있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왼쪽). ‘좀놀아본언니들’의 고민상담 웹툰.
40대 초반의 직장인 A씨는 최근 한숨을 쉬는 날이 늘었다. 상사가 바뀐 뒤로 예전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불면증에 시달리고 아침에 출근하는 것이 너무 괴롭다”고 토로했다. 주변에서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했지만 바쁜 업무 시간을 쪼개 시간을 내기는 더욱 어려웠다. 괜한 상담 기록이 남을까 걱정도 됐다. 1시간에 10만원이 넘는 상담 비용도 부담이다.

A씨와 같은 고민에 빠진 이들을 위한 모바일 심리상담 서비스가 틈새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2015년 4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카운스링’은 누적 다운로드 수 3만 건을 기록했다. 하루 서비스 이용자가 300~400명이다. 이 서비스는 문자-음성통화-영상통화 순으로 상담사와 내담자(상담을 받는 사람) 간 소통을 점차 강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익명으로 애플리케이션(앱)에 가입해 문자로 상담을 예약하면 정해진 시간에 인터넷 전화로 음성 상담을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상담을 진행하면서 신뢰가 쌓이면 얼굴을 공개해 좀 더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조정식(45) 카운스링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며 직장생활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동료들을 여럿 만났다. 조 대표 역시 그중 한 명이었다. 많은 기업이 자체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지만 혹여 상담기록이 인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 이용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적으로 심리상담을 받던 조 대표는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사표를 내고 2014년 정신과 의사인 박여진 카운스링 이사와 회사를 공동창업했다.

익명성에 시간·공간 제약 없어

카운스링은 심리상담 자격증을 보유하고 자체 평판조사를 통과한 전문 상담사 250명과 내담자를 이어주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회사는 신상 보호를 위해 상담자에게 내담자의 전화번호와 e메일을 노출하지 않는다. 신분을 밝힐 필요 없고 시간·공간적 제약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조 대표가 얘기하는 이 서비스의 장점이다. 사용자들은 상담 후기를 보고 원하는 상담사를 선택할 수 있다. 늦은 시간이나 새벽에도 이용 가능하다. 비용은 30분당 3만원으로 정신과 병원 상담의 절반 수준이다. 몇 분을 상담할지는 내담자가 정한다. 조 대표는 “주 이용자는 우울증과 부부 관계를 상담하는 20대 후반~40대 초반 여성이고 전체 사용자의 10%가 해외에 거주한다”며 “주변에 얘기할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심리상담의 문턱을 낮춰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소울링’은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도 모바일을 이용한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엑셀러레이터(창업보육기관) 프라이머의 투자를 받은 이 스타트업은 올해 2월 정식으로 서비스를 선보였다. 소울링은 편지를 이용해 상담을 한다. 사용자가 먼저 고민하는 문제와 상담 후 기대하는 결과를 적어서 등록하면 전담 상담사가 배치돼 서로 편지를 주고 받으며 상담이 이뤄진다. 비용은 2주 동안 편지를 5회 주고 받으면 5만원, 4주간 10회 주고받으면 10만원이다. 편지 분량은 A4 용지 한 장 반 정도다.

고경민(31) 소울링 대표는 “사용자들이 편지 쓰는 것을 불편해할 것 같지만 장문의 편지를 쓰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용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의외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 심리상담의 장점으로 모든 상담이 익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면 상담보다 내담자가 상담사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쉬운 점을 꼽았다. 조 대표는 ‘정신과 의사의 상담과 비교해 전문성이 낮지 않으냐’는 질문에 “의학적 처방을 하는 병원에서의 상담과 마음을 치유하는 심리상담은 서로 다르다”며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상담방식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울링은 편지 상담 서비스를 기업 직원들에게도 제공한다. 그 결과를 기업과 공유하되 개인의 기록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팀 별 혹은 기업 전체의 결과를 합산해 공개한다. 직원들이 자주 쓴 키워드를 분석해 빈도 수와 강도에 따라 크기와 색깔이 다른 원으로 정신 건강 상태를 알려준다. 고 대표는 “경제 침체로 고용이 줄어 기존 직원을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이 통계 리포트가 쌓이면 B2B(기업 간 거래)사업의 주요 수익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10곳의 대기업·정부기관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휴마트컴퍼니는 지난해 말 모바일 메신저로 심리상담을 할 수 있는 ‘트로스트’ 서비스를 선보였다. 6개월 동안 확보한 고객이 4000여 명이다.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상담사 30여 명이 이들의 고민을 들어준다. 상담은 실시간·비실시간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김동현(26) 휴마트컴퍼니 대표는 “서비스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7점으로 높은 편”이라며 “30대 여성, 특히 주부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전문 상담사가 아닌 ‘인생 선배’들이 상담 커뮤니티를 조직해 20·30대의 고민 해결에 나서기도 한다. 비영리단체 ‘좀놀아본 언니들’은 네이버 포스트(네이버의 콘텐트 플랫폼)와 팟캐스트를 이용해 심리 상담을 한다. 장재열 좀놀아본언니들 대표는 “처방이나 치료보다는 공감하고 공론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심리치료 전 단계의 사람들과 예방 차원에서 소통한다”고 말했다. 2014년 1월 네이버포스트에 고민 상담 웹툰을 연재한 것이 단체를 꾸리게 된 출발점이었다. 웹툰을 본 독자들이 익명게시판에 고민을 올리고 댓글을 주고 받는 사이 포스트 팔로어가 5만 명을 넘었다. 장 대표는 유튜브 채널,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상담소를 운영한다. 유튜브 고정 구독자가 1만 명, 총 조회수는 130만 뷰 정도다. 팟캐스트 방송은 교육 분야에서 30위권 안에 든다. 최근 SNS에서 활발하게 이용되는 각 대학별 익명 커뮤니티 ‘대나무숲’에서는 대학생들의 고민 상담이 이어진다. 주로 연애사나 대인관계가 고민의 주를 이룬다.

메신저·화상·편지 등 다양한 방식 이용

외국에서도 모바일 심리상담은 새로운 분야가 아니다. 미국의 모바일 심리상담 스타트업 ‘토크스페이스’는 회원 수가 20만 명을 넘는다. 6월 14일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1500만 달러(약 172억원)를 투자 받았다. 모바일 메신저 상담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화상 상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석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퀄컴벤처스 등으로부터 50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한 원격의료 스타트업 ‘닥터온디맨드’는 2014년 12월부터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 대표는 “한국의 모바일 심리상담 서비스 시장은 아직 태동기지만 의료업에서 정신건강 분야의 중요성이 점점 커져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정신건강 관련 서비스 시장은 1조~1조5000억원 규모다.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LSK인베스트먼트의 김명기 대표는 “현재 상담시장 규모가 작지만 상담의 질을 보장하고 데이터베이스를 잘 구축하면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1342호 (201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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