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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한 공매도 공시제] 도입 이후 오히려 공매도 늘어 

잔고만 알리는 방식의 실효성 의문 … 헤지펀드 정체 여전히 오리무중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7월 20일 현대상선 주가는 전일보다 1000원(8.2%) 내린 1만1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음날 소폭 반등했지만 7월 1일(1만4400원)부터 3주 사이 약 20%가량 하락했다. 가장 큰 급락 이유는 유상증자가 차질을 빚은 탓이다. 현대상선은 7월 18~19일 일반공모로 진행한 유상증자에서 총 2000억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당초 일반공모 목표액(1조2510억원)의 16% 수준이다. 청약 미달 소식에 실망한 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하면서 가격이 크게 출렁였다. 증자 과정에서 ‘구조조정 중인 기업의 회생을 위해 개인투자자 자금을 받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이 커진 것도 청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실 현대상선 주가 하락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유상증자를 앞두고 현대상선은 신주 발행 가격을 7월 11∼13일 종가 평균인 1만3611원에서 30% 할인된 9530원으로 결정했다. 애초에 유상증자에 참여한 후 싼값에 신주를 받아 갚으려는 공매도 세력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실제로 7월 들어 현대상선의 공매도는 크게 늘었다. 평소 0%대였던 공매도 비중은 유상증자 발표 이후 10%대로 늘었다. 모건스탠리나 JP 같은 외국계 기관투자자가 많았다. 개인투자자도 주가 하락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매도 빼고는 방법이 없었다.

개인투자자에겐 불공평한 게임

공매도에 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공매도 탓에 주가가 더 하락한다는 주장이 있고, 그렇게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어떻든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공매도를 허용한다. 주가 안정이나, 하락장에서의 유동성 공급이란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불만도 많다. 일단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 ‘공매도 때문에 오를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 ‘악의적인 공매도 세력이 주가를 조작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 등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공매도가 개인투자자에게 상당히 불공평한 게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는 공매도를 할 수 있지만 개인투자자는 사실상 어렵다. 한국은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공매도(네이키드 공매도)는 금지한다. 공매도를 하려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주식을 빌려야 한다. 그런데 개인은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빌리는 대주거래는 할 수 있지만 장외에서 별도 계약으로 주식을 빌리는 대차거래는 못 한다. 그러나 대주거래는 종목과 물량이 한정돼 있다. 막상 하려고 해도 매우 복잡한 서류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렇게 계좌를 만들어 공매도를 해도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다. 정말 확실한 악재가 아니라면 선뜻 나서기가 어렵다. 그래서 사실상 공매도의 주체는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다.

실제로도 공매도는 외국인 투자자와 관계가 깊다. 올 한해 공매도 거래금액이 많은 종목을 살펴보면 대부분 외국인 지분율이 높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대표적이다. 전체 거래 중 공매도 거래가 5분의 1에 달하는 S-Oil(19.1%)도 외국인 보유 비중이 77.1%에 달한다. POSCO와 SK하이닉스 역시 외국인 지분율이 50%에 육박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들에 의한 악의적인 주가 조작 가능성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이유다.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코스피 지수가 1000포인트 아래로 급락하자 그 해 10월 공매도를 전면 금지시켰다. 공매도도 매도의 일종이어서 공매도가 많아지면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증시가 안정을 찾은 이듬해 6월 금융주를 제외하고 공매도를 다시 허용했다. 2011년에는 금융주 공매도 규제도 풀었다. 2012년 공매도 잔고 보고제도를 시행했으나 공매도는 매년 꾸준히 늘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정부가 최근 다시 팔을 걷고 나섰다. 코스피 지수가 5년째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데다 개인투자자의 불만이 누적돼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다. 이에 따라 정부는 6월 30일부터 기존 공매도 보고 제도를 개선하고,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를 시행했다. 공매도 잔고 비율 0.01% 이상이던 기존 보고 요건을 ‘0.01% 이상이면서 잔고 평가액이 1억원 이상’이거나 ‘비율에 상관없이 금액이 10억원 이상’인 경우로 강화했다. 또한 공매도 잔고비율이 0.5% 이상인 경우엔 잔고 금액과 수량을 공시하도록 했다.

정부가 내민 카드는 효과가 있었을까? 3주 간의 변화만 놓고 보면 ‘아니다’에 가깝다. 지난 7월 15일 유가증권시장의 총 거래금액 대비 공매도 비율은 4.69%였다. 공시제 시행 첫날(3.98%)보다 오히려 0.71% 높았다. 빌린 주식 수를 의미하는 대차잔고 규모 역시 공시제 시행 이후 잠깐 줄었다가 다시 60조원대를 회복했다. 일반적으로 공매도 투자자가 많으면 대차 거래도 늘어난다. 평소 공매도량이 많아 공시제 수혜주로 꼽혔던 종목도 대부분 주가 흐름엔 큰 변동이 없었다. 공매도 수량과 인적 사항을 공개하는 부담 때문에 줄어들 것이란 정부의 예상이 한참 빗나갔다는 의미다.

공매도 수혜주 꼽힌 종목 주가도 그대로

애초부터 업계에선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공시제를 해도 ‘몸통’이 드러나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보통 헤지펀드는 증권사를 내세워 공매도 거래를 한다. 그런데 공시 의무가 부과되는 것은 헤지펀드가 아닌 증권사다. 실제 공매도를 한 주체에게 공시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특히 외국계 헤지펀드가 얼마나 어떻게 공매도를 하는지는 공시제 시행 이후에도 알기 어렵다. 최종적으로 누가 돈을 버는지 알기 어렵다는 의미다.

잔고 수량만으로는 대형 운용사의 전체적인 공매도 현황을 파악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 기준은 공매도인의 순차입 잔고를 공매도 잔고로 공시하는 것”이라며 “공매도를 하는 운용사의 인덱스 펀드나 상장지수 펀드(ETF) 규모가 크면 잔고 보고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B사 주식을 2만주 보유한 상태에서 다른 방식으로 1만주를 공매도하면 공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들을 공매도 공시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공매도(空賣渡): 말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에서는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실적 부진이 확실해 10만원인 A사의 주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할 때 당장 A사 주식이 없는 투자자도 이 회사 주식을 빌려서 매도할 수 있다. 10만원에 일단 빌려서 매도 하고 며칠 뒤 예상대로 주가가 8만원으로 떨어졌으면 이 투자자는 8만원에 주식을 사서 갚으면 된다.

1345호 (201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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