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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 항균필터 OIT 배출 논란] 뒷북 환경부, 배짱부리다 물러선 3M 

2014년 위해성 판정해놓고 이제야 실험... 3M, 실험 결과 발표에 제품 회수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미세먼지 탓에 판매가 늘어난 공기청정기의 항균필터 문제가 불거져 소비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본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번엔 항균필터다. 환경부가 두 달 전 미세먼지 이슈를 두고 경유차량 배출가스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이번엔 공조용 필터 위해성 문제를 들고 나왔다. 항균필터에서 유해물질이 방출된다는 문제를 제기하는 건 정부의 당연한 의무다. 문제는 시점이다. 위해성이 있는지 여부를 2년이 지난 후에야 실험으로 밝혔다. 정부가 미적거리는 동안 각 기업은 위해성을 가진 부품으로 완성품을 제작해 시중에 유통했다. 위해성 물질이 시중에 유통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었지만 환경부가 문제를 키운 셈이다. 경유차량 배출가스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2014년 문제의 차량에 대해 환경부는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충족한다며 인증을 냈다. 시중에 차량이 널리 팔려 문제가 커진 후에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 듯 뒷북을 쳤다. 환경부가 뒷북을 치는 바람에 애꿎은 기업과 소비자가 피해를 봤다.

환경부는 7월 21일 OIT(옥틸이소티아졸론, 2-Mthyl-3(2H)-isothiazolone)를 함유한 항균필터에 대한 위해성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6월 공기청정기나 차량용 에어컨에서 쓰이는 항균필터에 있는 유독물질인 OIT가 얼마나 방출되는지 실험한 결과다. 26㎥짜리 실험챔버에서 5일 동안 공기청정기를 가동했더니 필터에 함유된 OIT가 적어도 25~46% 방출됐다. 8시간 가동한 차량용 에어컨 필터에선 26~76%까지 방출됐다. 환경부는 “위해가 우려된다”고 평가하고 해당 제품의 회수를 권고했다.

문제의 항균필터는 대부분 3M이 제조했다. 시판 중인 공기청정기·차량용 에어컨 제품 중 61개와 가정용 에어컨 중 27개에 OIT가 함유된 항균필터가 쓰였다. 이 중 씨엔투스성진이 만든 두원항균필터 제품을 제외하곤 모두 3M이 만든 항균필터다.

한국3M이 자체 개발해 한국에서만 판매


OIT는 곰팡이나 세균 등을 죽일 때 쓰이는 물질로 2014년 환경부가 유독물질로 지정했다. 제조사인 한국 3M은 당시 해명을 통해 항균필터에선 OIT가 전혀 방출되지 않거나 극소량만 나온다고 주장했다. 2014년 차량에 3M 항균필터를 장착하고 공기 중 방출량을 조사해봤더니 검출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공기청정기 필터에서도 “10억분의 1 단위의 극소량만 배출돼 인체에 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한국3M은 OIT를 쓴 항균 필터를 여러 기업의 공조 기기에 납품할 수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3M은 OIT가 함유된 항균필터를 한국에서만 제조·판매해왔다. 2000년대 후반 항균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한국3M이 자체 개발한 제품이다. 해외에선 관련 제품을 제조하지도, 판매하지도 않고 있다. 환경부 조사 결과 발표 직후에야 3M은 ‘환경부 발표를 존중하며 OIT가 들어가 있는 항균필터는 자진 회수할 예정’이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한국3M은 7월 21일 “OIT가 검출된 것과 관련 소비자와 항균필터를 공급받은 고객사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친 점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또 “국제기관에서 인증받은 본사의 자체 실험에서는 필터의 항균 물질이 공기 중에서 검출되는 양은 극미량이며 인체에 유해한 수준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면서도 “국내 소비자와 고객사의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필터의 공급 현황을 파악하고 생산과 공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3M 본사 연구소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미국 표준협회(ANSI) 등 국제적인 기관에서 인증 받은 기관이다. 한국3M은 해당 필터를 자발적으로 회수키로 했다.

문제는 환경부에도 있다. 2014년 OIT를 유해물질로 지정해 놓고도 적당한 실험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3M 등 제조사 말만 믿고 시장에 공급하도록 놔둬 주요 공조 제품에 광범위하게 문제의 필터가 장착된 것이다. 이후 2년 동안 환경부는 항균필터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문제가 불거져서야 수거를 권고하고 있다.

항균필터를 받아 써온 완성품 제조사는 문제 해결에 분주하다. OIT 항균필터를 함유한 공기청정기 모델은 제조사별로 보면 코웨이 21개, LG전자 17개, 쿠쿠 9개, 삼성전자 6개, 위니아 2개, 프렉코 2개, 청호나이스 1개 모델이다. 가정형 에어컨 중에는 2014년형 LG전자 5개, 삼성전자 5개, 2015년형 LG전자 8개, 삼성전자 5개, 2016년형 LG전자 5개 등 총 27개이며 차량용 에어컨은 현대모비스 2개 모델, 두원 1개 모델이다.

코웨이는 국내 판매 중인 모든 공기청정기 중 어떤 제품에서도 OIT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가 밝힌 코웨이의 21개 모델 중 3개만 국내에서 사용하고 나머지는 외국으로 나가는 제품이란 설명이다. 국내 3개 모델도 OIT가 함유된 항균제를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OIT 검출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LG전자는 6월 말부터 원하는 고객에 한해 OIT가 포함되지 않은 필터로 무상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 조사에서도 LG전자 제품의 공기청정기는 OIT 검출에 따른 위해가 우려되는 수준이 아닌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LG 측은 고객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하겠단 입장이다. 쿠쿠전자는 환경부 발표에 앞서 공기청정기 전 모델에 대해 필터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7월 말까지 항균필터 전량을 교체할 예정이다. 쿠쿠는 렌털 고객이 대부분이어서 고객의 집을 방문해 일일이 필터를 바꿔줄 수 있다고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해당 필터를 사용하는 모델은 수 년 전 단종된 공기청정기여서 실제 항균필터로 피해를 본 고객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 AS 차원에서 제조사가 법률상 일정량 이상의 항균필터를 보유해야 하고 그중 일부는 AS자재로 유통됐을 뿐이란 설명이다. 삼성은 필터 제조사를 교체하거나 필터를 회수하는 조치 등으로 고객 우려를 잠재울 방침이다. 청호나이스는 ‘크린띠에’라는 대용량 공기청정기에만 해당 필터가 사용됐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 소비자에게 일일이 연락을 취해 OIT가 검출되지 않는 필터로 교체 중이다. 대유위니아는 6월 중순부터 무상으로 필터를 교환하거나 아예 필터를 사용하지 않는 다른 제품으로 바꿔주고 있다.

대량 리콜 사태로 확산될 수도

항균필터를 교체해도 문제 해결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필터를 창작한 제품이 대거 시장에 풀렸기 때문에 대량 리콜 사태로 확산될 수도 있다. 3M이 자진해 해당 제품을 수거하겠다고 밝혔지만 환경부가 수거율에 따라 리콜을 권고할 수도 있다. 리콜 권고가 3M 필터를 공급받은 업체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통상 불완전 제품을 제조한 쪽이 리콜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진다. 그러나 완성품 제조사도 각 부품에 대한 안전인증 여부를 확인해야 의무가 있다. 완성품 판매사가 안전성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리콜의 책임을 한국3M과 나눠야 한다. 3M도 순순히 리콜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환경부 등에서 내어준 각종 인증이나 완성품 제조사가 요구한 부품 스펙 등을 근거로 공동책임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있다. 옥시 사태에서처럼 대규모 배상 소송으로 확산될 때를 대비하는 조치다.

1345호 (201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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