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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의 ‘한국 경제 구하기’(5)] 기업 소득→가계 소득 이전 방안 고심해야 

고용·배당금 늘리고 가계부채 줄여야... 자영업자 영업환경 개선도 절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사진:중앙포토
1997년과 2008년 국내외 경제위기를 겪은 후, 기업은 상대적으로 부자가 됐고 가계는 가난해졌다. 물론 미시적으로 보면 일부 대기업만 부자고 나머지 기업은 어렵다. 가계 내에서도 소득 차별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 소득 일부가 가계 소득으로 이전되면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가계는 기업에 노동을 공급하는 근로자일 뿐만 아니라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을 사주는 수요자이기 때문이다.

국민총소득 중 가계 몫 감소, 기업 비중 증가: 국민총소득(GNI)은 가계·기업·정부에게 배분되는데, 1997년 경제위기 이후 가계(비영리단체 포함) 몫은 줄어들고 기업 몫은 늘었다. 예들 들면 국민총소득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6년 70.8%였으나 2011년에는 60.5%로 10.3%포인트 떨어졌다. 이와 달리 금융업을 포함한 기업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15.7%에서 25.8%로 크게 늘었다. 물론 그 이후로는 가계 몫은 증가 추세로 전환돼 2015년에 62.0%로 늘었고, 기업 비중은 24.6%로 약간 낮아졌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가난해지기 시작한 가계는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빈곤해졌다. 1980년부터 1997년까지는 국민총소득에서 가계와 기업 소득 비중이 각각 71%와 17% 수준에서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1997년 경제위기 이후 10년 동안 가계 비중이 연평균 66%로 떨어졌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에는 62%로 더 낮아졌다. 이와는 달리 기업 비중은 특히 2008년 이후에 급격하게 증가했다. 2011년에는 국민총소득 중 기업 몫이 25.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이 생산활동으로 생긴 소득을 더 많이 가져간 것이다. 한편 이 기간 동안 정부 몫도 꾸준히 증가했다[그래프 1 참조].

가계는 상대적으로 가난해지고 기업은 부자가 된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요 선진국에서도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가장 심했다. 특히 우리 가계소득 비중이 가장 낮았던 2011년 기준으로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가계소득 비중이 69%로 우리나라(62%)보다 높았다. 국가별로 보면 독일 77%, 미국 76%, 영국 72%, 일본 66% 등이다. 기업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가 24%로 일본(25%)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높다.

가계가 가난해진 이유① 기업 소득이 가계로 덜 갔다: 두 차례 국내외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가계 소득은 상대적으로 줄고 기업 소득은 왜 늘었을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업이 노동을 제공하면서 생산활동에 참여했던 가계에 임금을 덜 주었기 때문이다. 1997년 이전에는 임금 상승률이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보다 더 높았다. 1990~97년에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연 평균 15.5%였으나, 임금상승률은 그보다 높은 16.2%였다. 그러나 1997년 이후는 상황이 역전되었다. 1998년에서 2007년까지 기업의 영업이익이 연평균 10.3% 증가했으나 임금은 6.9% 상승한 데 그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그 격차가 축소되고 있지만, 아직도 임금 상승률이 이익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08~2015 기업의 연평균 영업이익 증가율이 5.8%로 임금상승률 5.0%보다 높았다[그래프 2 참조].


가계가 가난해진 이유② 자영업이 어렵다: 가계가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두 번째 이유는 소규모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과 2008년 국내외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많은 근로자들이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직장을 떠나 자영업을 선택했다. 2016년 5월 현재 우리나라 취업자 중 비임금근로자가 25.7%로 낮아졌지만, 2011년 한 때는 28.2%(자영업자 23.1%)까지 상승했다. 당시 OECD 평균이 15.9%(미국 6.8%, 일본 11.9%)였는데, 이보다 두 배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자영업의 영업환경은 최근으로 올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 1998년에서 2008년 사이에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연평균 10.3%였으나 자영업의 경우는 2.9%에 그쳤다. 2008~2015년에도 자영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연평균 2.0% 증가한 데 그쳐, 여전히 기업의 이익 증가율(연평균 5.8%)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계 소득이 전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가계소득에서도 자영업자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1996년 23.8%에서 2015년에는 13.6%로 크게 줄었다.

가계가 가난해진 이유③ 이자소득이 줄어들고 있다: 가계가 가난해진 세 번째 이유는 이자소득의 감소에 있다. 가계의 순이자소득이 2000년에 20조4100억원에서 고점을 치고 2015년에는 140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자소득이 이처럼 크게 줄고 있는 것은 가계부채 증가와 저금리에 기인한다. 우선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했다. 1998년 가계부채(비영리법인 포함)가 226조원이었으나, 2015년에는 1423조원으로 거의 5배로 증가했다. 2016년 3월 현재도 가계부채 잔액이 1443조원으로 계속 느는 추세에 있다. 가계부채가 이처럼 증가한 것은 우선 가계가 저금리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우리나라 저축률이 국내 투자율을 웃돌면서 본격적으로 자금 잉여 시대가 도래했다. 그래서 저금리가 온 것인데, 고금리에 익숙했던 가계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저금리에 적응하지 못했다. 일부 가계가 ‘은행 돈이 내 돈이다’라는 식으로 돈을 빌려 소비를 늘리고 주식과 부동산을 구입했다.

구조조정을 겪은 기업들은 이익은 더 내는데, 투자는 과거보다 줄였다. 기업이 돈을 덜 빌려가니 은행은 가계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1998년에 은행의 기업과 가계대출 비중이 각각 71%와 29%였으나, 2006년에는 각각 48%와 52%로 역전됐다. 은행 돈이 가계로 몰려들면서 소비 증가에 어느 정도 기여했으나, 가계 부실을 초래한 것이다. 한편 2001년 9·11 테러 이후 세계 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수출이 줄자 우리 정부는 금리를 인하하는 등 내수를 부양했다. 그래서 가계부채가 늘고 이자 소득은 줄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구조적으로 낮아진 금리 때문에 가계의 이자소득이 줄었다. 1998년 연평균 13.3%였던 저축성예금의 수신금리가 2015년에는 1.7%로 하락했다. 금리 하락으로 이자소득이 줄어든 반면 부채 증가로 이자 지급은 늘다 보니 순이자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1998년 이자소득이 48조7300억원에서 2015년에 32조1800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이자 지급은 같은 기간 동안 28조4800억원에서 32조400억원으로 늘었다.

가계가 가난해진 이유④ 가계의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마지막으로 가계의 세금 부담이 기업에 비해서 높아진 것도 2008년 이후 가계소득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이유로 지적할 수 있다. 가계는 1998년에서 2007년 사이에 총소득의 5.7%를 세금(소득·부 등에 대한 경상세)으로 냈는데, 그 비중이 2008~2015년에는 연평균 6.8%로 올라갔다. 이와 달리 기업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15.8%에서 13.9%로 떨어졌다. 2010년에 법인세의 과세 표준을 그 이전의 ‘1억원 초과 25%’에서 ‘2억원 초과 22%’로 인하한 데 기인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법인세 인하’ 논쟁이 심화하고 있는데, 이런 통계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문 간 소득 재분배 필요: 기업의 이익 증가보다 낮은 임금 상승, 자영업자의 영업환경 악화, 높은 가계부채와 저금리에 따른 가계의 이자소득 감소로 가계가 상대적으로 가난해졌다. 특히 2001~2년 사이에 가계가 부실해진 후 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2003년에서 2015년 사이에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평균 3.6%였으나, 민간소비 증가율은 2.4%에 그쳤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수출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이제 수출과 내수가 균형성장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는 ‘가계소득 확대→소비 증가→기업 매출 증가→고용창출→경제성장 지속→가계 소득 확대’ 등의 선순환 과정이 필요하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줄어들기만 했던 가계소득을 늘려야 안정적 경제성장이 가능하다. 문제는 가계소득을 어떻게 늘려가는가에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은 앞서 살펴본 가계소득을 줄였던 요인에서 찾아야 한다. 1997년 이후 국민총소득에서 기업과 정부의 몫은 증가했고, 가계 몫은 감소했다. 이제 가계의 몫을 상대적으로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늘어날 기업소득의 일부가 가계로 환류돼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기업이 고용을 늘리거나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 또한 배당금 지급도 늘어야 한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에 따르면 2015년 말 현재 우리 기업들은 508조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투자처를 찾기 힘들다는 증거다. 일부 대기업은 임금의 하방 경직성 때문에 근로자에게 임금을 올려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배당금만 소폭 늘리는 실정이다.

자영업자의 영업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박근혜정부 초기의 ‘골목상권’ 보호 같은 정책도 그중 하나다. 그것이 소비자에게 불편을 줘 효용을 감소시킨다면, 기업이 그 지역의 자영업자를 고용하는 것도 가계소득을 늘리는 한 방법일 것이다.

가계의 이자소득 증가도 필요하다. 이자소득이 늘어나려면 금리가 상승(가계 전체로는 금융자산이 부채보다 많기 때문에 금리가 오를수록 이자소득은 증가)하거나 가계부채가 감소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를 가능성은 작다.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0%’대의 금리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답은 가계부채를 줄이는 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1997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기업과 금융 부문에 168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가계의 재무상황을 세밀하게 분석한 후, 상환능력이 없는 가계부채 경감도 고려해볼 시기이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대신증권·하나대투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을 거쳤다. 2010년 한국창의투자자문 리서치대표로 자리를 옮겨 ‘랩 어카운트’ 투자 열풍을 일으켰다. [3년 후 미래] [이기는 기업과 함께 가라] [컴퓨터를 활용한 경제 분석 길잡이] [프로로 산다는 것] 등의 저서가 있다.

1344호 (201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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