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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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PSG액티브밸류’ 펀드는 올 상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이 펀드의 상반기 수익률은 8.96%다. 7월 18일까지 수익률은 11.7%를 기록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 0.6%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유경PSG자산운용은 펀드 설정액(공모·사모펀드 합산) 7700억원인 중소형 운용사로 지난 1999년 유경산업이 설립한 드림자산운용이 전신이다. 지난 2014년 파인스트리트(PSG)가 드림자산운용 지분 9.1%를 취득한 후 사명을 유경PSG자산운용으로 변경했다.
연평균 10%의 절대수익 추구그 해 5월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서 9년 간 펀드매니저로 활동한 강대권 본부장이 합류했다. 강 본부장이 합류하면서 펀드매니저를 모두 새롭게 영입했다. 현재 이 회사의 주식 담당 펀드매니저는 5명으로, 모두 서울대 투자 동아리 출신이다. 합류 후 기존 주식형 드림메가트랜드 펀드명을 리뉴얼해서 올 3월 유경PSG액티브밸류로 변경했다. 운용 전략도 가치주 중심으로 투자하되 주식시장의 변동성과 상관없이 주식형 펀드는 연평균 10%, 주식혼합형 펀드는 연평균 5%의 수익률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2년 간 연평균 10%의 절대수익을 내고 있다. 2년 누적 수익률은 26.2%다. 올 들어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도 우수한 수익률을 낸 강대권 주식운용본부장(CIO)을 지난 7월 4일 서울 여의도에 자리한 유경PSG자산운용에서 만났다.강 본부장은 “기존 가치주 투자와 다른 것은 무조건적 장기 투자가 아닌 주가가 20~30% 오르면 팔아 시세차익을 얻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5월 2일 기준으로 이 펀드에서 투자 비중이 가장 큰 솔브레인이 대표적인 예다. 반도체 소재 업체인 솔브레인의 지난해 주가는 4만~5만원대였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화장품 제조회사 제닉 지분 인수 소식에 주가는 3만원 대로 떨어졌다. 강본부장은 “당시 주가는 하락했지만 반도체 업황 호조 기대감에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해 집중적으로 투자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솔브레인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47.5% 늘어난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덕분에 주가는 올 들어 70% 이상 올랐다. 지난 7월 19일 종가기준으로 5만 8400원이다. 강본부장은 지분 일부를 팔고 수익을 확정했다.또 하나의 전략은 불확실한 장세에서는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고 단기 채권 등에 투자하며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연초 유경PSG액티브밸류의 주식 투자비중이 85%에서 6월에는 62%로 줄었다. 안전한 기회라고 판단될 때는 집중적으로 투자하지만 그 반대일 경우에는 대기하는 것이다. 강 본부장은 “저성장 국면에선 장기 투자가 오히려 리스크를 키울 가능성이 크다”며 “가치투자가 꼭 장기 투자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지난 3월 기준으로 펀드 매매회전율(펀드 내 보유자산의 매매빈도를 나타내는 지표)은 180% 정도다. 운용사들의 평균 매매회전율은 150~170%다. 펀드 매매회전율이 업계 평균치보다 높지만 확신이 들 때에만 투자한다.
펀드 설정액 6000억원 넘으면 판매 중단시장 움직임에 따라가지 않다 보니 대외 이벤트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지난 6월 24일 브렉시트(영국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각각 3%, 4% 넘게 하락했다. 그러나 이 펀드는 오히려 이 기간에 1%의 수익을 냈다. 그는 “브렉시트 결정을 예상한 투자전략이 아니라 매매 타이밍에 맞게 사고 팔고 최대한 소심하게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강 본부장은 지난 2년 간 코스피·코스닥에 상장된 250개의 분석을 끝냈다. 때문에 이곳은 회의가 없다. 5명의 단체 채팅방에서 대화하는 게 전부다. 리서치를 바탕으로 이들 종목을 사고 파는 결정도 20분 내로 끝낸다. 강 본부장은 “리서치 분석을 끝낸 종목들은 경기에 민감한 대형주보다는 분석이 쉽고 기업 실적 예측이 가능한 기업”이라며 “지금은 오히려 업황 부진으로 주가가 하락한 종목이나 성장성이 큰 중소형주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업황이 좋지 않은 기업은 상황이 조금만 개선돼도 주가 반등폭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중소형주 투자 비중이 90%에 달한다. 리서치하는 종목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기업의 ‘대차대조표’다.특히 짧은 기간에 주가가 급락했어도 대차대조표상 매출이나 현금흐름, 부채 관리가 잘 된 기업은 주가 반등을 노릴 수 있어서다. 그는 “예컨대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고공행진한 화장품주, 의약·바이오주 등은 펀드 투자 종목으로 담지 않았다”며 “그때 투자했다면 수익을 낼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의 전략은 주가가 올라도 이미 성장했거나 고평가된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하반기에도 브렉시트와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 이슈가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저평가된 종목을 집중매수하는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다. 그는 선택과 집중을 위해 현재 출시된 3개(유경PSG액티브밸류, 유경PSG좋은생각, 유경PSG엑티브밸류30)의 펀드만 운용할 계획이다. 강 본부장은 “앞으로도 빠른 매매와 보수적인 운용으로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주겠다”고 말했다. 현재 3000억원 대인 3개 공모 펀드 설정액이 5000억~6000억원 수준이 되면 소프트클로징(판매 잠정중단) 할 예정이다.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이 회사의 펀드를 찾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오는 8월 5일부터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 증권에서 핵심 펀드로 추천할 예정이다. 강 본부장은 “몇 년째 국내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머무르면서 공모펀드의 저조한 수익률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수익을 얻어갈 수 있는 좋은 펀드를 만들어 투자자들이 공모펀드에 다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