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사장님과 동네 아저씨 

 

김해동 비브라운코리아 대표

처음 간 어느 식당에서 종업원이 ‘사장님’이라고 불러서 나를 알아본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사장님이 중장년층 아저씨를 호칭하는 말로 흔히 쓰인다는 걸 알면서도 번번히 당한다. 숱한 고민 속에서 기업을 이끌고 있는 ‘사장님’이 평범한 동네 아저씨와 동격으로 여겨지니 한편으론 씁쓸하다.

기업에서 영업책임자가 발령을 받고 하루 아침에 재무책임자로 변신하지 않는다. 해당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두루 갖추어야 임무를 맡는 것이 당연하다. 병원에서 내과 전문의가 심장외과에 자리가 비었다고 심장수술의가 되지 못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부득이하게 다른 전문 분야로 옮겨야 하는 경우 만반의 준비를 거쳐 무리 없이 적응하도록 돕게 마련이다.

그런데 딱 하나의 예외가 있다. 기업의 각 전문 부서에서 성과를 내고 CEO로 발탁되면 바로 조직을 경영한다. 전공 분야가 가장 중시되는 병원에서도 임상전문의나 수술의가 병원장으로 뽑히면 바로 병원을 경영한다. 대통령도 선거에서 승리하면 바로 나라를 경영한다. 기업이나 조직에서 필요한 모든 전문 기능을 관리하는 조직의 장은 경영 경험도, 리더십 검증도, 준비도 없이 바로 조직을 경영해도 된다면, CEO는 단순 일반직이 틀림없고, 동네 아저씨로 불려도 마땅하다.

초기 산업사회에서처럼 기업의 목표가 단순명료하고, 그에 따라 직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성과가 날 때는 카리스마 넘치는 투사형 CEO가 힘을 발휘했다. 차별화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4차 산업사회에서는 다를 것이다. 다양한 조직원이 각자의 특성을 살려 남과 다른, 지금까지의 나와도 다른 차별화 포인트를 찾도록 부드럽고, 인내심 있고, 가끔 앞자리까지 양보하는 겸양을 겸비한 CEO가 필요하다.

문제는 그런 사람이 치열한 대표 경쟁에서 싸워 이기거나, 진흙탕 선거 판에서 당선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선거를 잘 치르는 것과 나라를 잘 운영하는 게 다른 것처럼, 경쟁에서 이기는 것과 리더로 경영을 잘 하는 조건은 전혀 별개의 역량이 필요하다. 준비된 대통령이란 구호에도 지금까지 성공한 대통령을 꼽기 어려운 것처럼,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 천신만고 끝에 정상에 오른 CEO가 평균 임기 3년도 못 채우는 일이 흔하다.

문화가 꽃피는 미래에는 자유로운 조직에서 이타적 대인관계, 부드럽고 겸손한 도덕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현실은 다르다. 감정적으로 미성숙한 싸움꾼에게 지배당하기 일쑤다. 아직 부드러운 사람이 경쟁에서 이길 만큼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은 사회를 한탄하며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리더는 변화를 이끌라고 명칭도 그렇게 붙였다. 투지를 불살라 기존 경쟁방식으로 싸워 이겨 ‘톱’이 되는 순간 성격을 바꿔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하면 된다.

인간은 그렇게 유연하게 변하지 못하고, 자기 감정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리더가 되겠다면 자기 감정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어제까지의 투사도 하루 아침에 겸손한 리더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리더가 자기 감정에 얽매여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리더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어려우니 어떤 나라에서는 사장을 아저씨가 아니라 대통령의 호칭인 프레지던트(President)로 부르는 모양이다.

1351호 (201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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