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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령화 대응책의 반면교사 포인트는] 젊은 세대 복지 소홀해 저출산 후유증 

고령자 복지 확대에 치중 … 세대별 적절한 자원배분 절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977년 6월 27일자 ‘55세 정년은 너무 빠르다-의학계·여당서 재검토론 제기’ 중앙일보 보도.
“고령화 사회가 올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을 도리가 없었다.” 일본의 고령화 문제를 다룰 때 일본 경제학자들이 항상 하는 말이다. 고령화의 위험성은 알고 있지만, 경제 고도화와 여성의 사회 진출, 저출산, 의학기술 발달 등 사회·경제적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단 얘기다. 세계에서 고령화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는 일본. 일본의 중위연령은 46.5세로 세계 1위며, 출산율은 1.46명에 불과하다. 6월 30일엔 65세 노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6.7%(2015년 기준, 3342만2000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2차 대전 이후 10여년 간 베이비붐 시대를 거친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65세 이상이 되는 10여년 후 고령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일본의 고령화 비율은 2060년 40%를 웃돌 전망이다. 일본처럼 고도성장을 겪은 나라일수록 성장의 에너지는 금세 바닥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경제 규모 축소 등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의 시대도 빨리 찾아온단 뜻이다. 일본은 이런 문제를 언제 처음 인식했을까.

과거 기사를 살펴보면 ‘일본’과 ‘고령화’ 키워드가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것은 46년 전인 1970년 들어서다. 성장 곡선의 기울기가 완만해진 시점이다. 고령화가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고령층의 사회활동과 노후안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일본 산업계가 노동인구 고령화로 두통을 앓고 있으며(‘변모해가는 일본 산업계’ 매일경제 1973년 12월 13일자), 노인자살이 증가하고 있다(‘노인자살 증가 … 일본서 큰 사회문제 방황하는 황혼’ 경향신문 1974년 9월 27일자) 등이 대표적이다. 1975년 6월 2일자 매일경제의 ‘차별 정년은 부당’이란 기사에서는 고령화란 용어가 신조어였음을 시사하는 ‘이른바 고령화 현상’이란 표현도 사용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을 보면 1975년 6월 2일자로 일본 노동성의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 결과와 1976년 4월 26일 사설 ‘고령 사회의 대응을 서둘러야 하며, 노동자가 능력을 개발하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자’라는 주장의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60년대 말~70년대 초 언론과 연구기관 등을 중심으로 고령화 경고가 제기됐고, 70년대 초중반부터 정부의 대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60~70년대 고령화 첫 경고


고령화 사회 대비는 ‘복지원년’으로 불리는 1973년 시작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 해 노인복지법이 개정돼 노인들이 무료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고, 건강보험법이 개정돼 의료비 보험급여비율이 상향조정됐다. 연금제도도 이 때 확대, 개정됐다. 이미 있던 법을 강화해 사회 변화에 대비하려는 조치. 출산을 장려하기보단 고령화 문제를 연착륙시키겠단 뜻으로 읽힌다.

80년대 들어선 인구 감소와 고령화 경고가 이전보다 더 세졌지만, 의료비 팽창 등 재정 부담 문제와 부딪혀 사회·정치적 논란이 확산됐다. 막대한 재정 지출에 부담을 느낀 일본 정부는 결국 연금을 줄이는 쪽으로 메스를 들이댔다. 요양급여의 본인부담액을 늘리고, 의료비 증가를 억제했으며, 연금제도를 일원화한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신카와 토시미츠 교토대 교수는 1973년을 연금확충의 시대, 1985년을 연금감축의 시대로 규정한다. 다만 노년층의 개호(간호) 수요 증가를 대비해 1988년 ‘복지비전’, 1989년 ‘골드플랜’을 발표했다. 병상과 방문간호사, 주간서비스센터 등 인프라를 비약적으로 늘린단 내용으로 이는 2000년 개호보험제도로 이어졌다.

90년대 들어선 복지, 특히 노후안정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거품 경제가 꺼지고 저성장 시대 돌입으로, 대중들의 복지 수요가 늘어났다. 정부는 재정 부담을 느꼈으나, 일본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1990년 사회복지 관계8법을 개정하고 고령자 개호서비스를 상향 조정한 신골드플랜을 1995년 발표했다. 이를 두고 한국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포퓰리즘’이라고 평가했다. 재정 조달의 어려움을 느낀 정부가 결국 복지공약을 포기, 수정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은 고령화로 연금지급액이 늘고, 인구 감소로 재정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출산율 저하로 앞으로 자녀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총리 시절인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연금개혁 문제는 여전히 논쟁이 한창이다. 일본은 40여년 전 고령화 경고가 들어오자마자 복지제도를 강화했는데, 경제성장률 하락 등 재정 부담, 거품 붕괴에 따른 소비 위축, 소자화 등의 영향으로 재정은 더욱 악화됐다. 시간이 흘러 고령층은 더욱 불어났지만 줄어드는 재정을 구제할 방법은 없었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일본의 고령화 대책은 실패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중장기 전략 실종…고령화 방어 실패

한국도 일본 못지 않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980년 한국인의 평균 연령은 26세였고, 현재는 40.3세. 출산율은 일본보다 낮은 1.23명이고, 기대수명은 81.3세다. 2060년엔 65세 이상 고령층 비중이 일본보다도 커진다. 한국에선 일본보다 10년가량 늦은 1977년께부터 고령화 경고가 제기됐다. 중앙일보는 1977년 6월 27일 ‘55세 정년은 너무 빠르다-의학계·여당서 재검토론 제기’, 이듬해 ‘정년 연장 득과 실을 가려보면…기능직 3년 연장 계기로 고개 드는 현실화론’(1978년 2월 3일자) 이란 제목의 보도를 했다.

한국 정부의 대응은 일본에 비해선 현저히 늦다. 한국과 일본의 인구구조 변화는 10~15년, 제도 도입은 15~20년가량 뒤진다. 한국에 노인복지법이 제정, 공포된 것은 1981년. 1982년이 돼서야 경로헌장이 선포됐다. 60년대부터 노인복지법을 시행한 일본과는 약 20년의 차이가 있다. 국민연금은 일본이 1961년 도입한 데 비해 한국은 1988년에 시행했다. 1998년 노령수당제도 폐지 및 경로연금 신설, 2000년 저소득층 노인으로 경로연금 확대 등 고령화 대책을 실시했다. 그러나 2008년 기초노령 연금제도 및 노인장기보험 실시, 2013년 기초노령연금 갈등 고령화 정책 진행 양상은 일본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한국에선 시간이 갈수록 노년층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소득 지원, 연금 확대 등 고령층 대상의 복지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의미다. 다만 고령층만을 중심으로 복지정책을 펼쳤다간 일본과 같은 악순환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 정부가 고령자 복지를 확대한 대신 젊은 세대의 복지에 미진했던 탓에 저출산이 가속화됐다”며 “한정된 재원을 세대별로 적절히 분배해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351호 (201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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