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새롭게 떠오른 키덜트족 ‘3대 성지’ 가보니] 정용진·강타·중국 파워블로거도 ‘찜’ 

앙증맞은 ‘카카오프렌즈샵’, 게임룸·바(bar) 갖춘 ‘일렉트로마트’, 영화 같은 ‘마블스토어’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매장에 들어서자 라이언(사자)이 반갑게 맞아줬다.
들어가려는 자와 막는 자. 막는 자는 미안한 표정인데 막히는 자는 싱글벙글인 이곳은? 최고 기온이 34도까지 오른 8월 9일 오후,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10분 정도 걷자 긴 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카카오프렌즈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 입장을 기다리는 이들이다. 개점 한 달이 지났지만 70명은 족히 넘어 보였다. 이곳은 요즘 강남역에 줄 서는 매장은 ‘쉑쉑버거’와 ‘카카오프렌즈’라는 말이 생길 만큼 강남의 대표 랜드마크로 급부상했다. 한참을 기다리다 매장에 들어선 한 여성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감격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1층 입구에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7종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라이언(사자)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았다. 사람들은 라이언을 붙들고 스마트폰 촬영 버튼을 누르기 바빴다. 총 면적 694m²(약 210평) 규모의 3층 매장에는 완구·리빙·패션·문구·전자기기·아웃도어제품 1500여 종이 진열돼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벽면의 대형 화면에서는 카카오프렌즈의 일상 속 모습이 공개됐다.


카카오프렌즈 강남 하루 평균 1만5000명 찾아


▎3층 라이언 카페에서 판매하는 캐릭터 얼굴 모양의 마카롱과 아이스크림.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하고 밝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층층마다 전시된 신발 벗은 튜브(오리), 연인인 네오(고양이)를 두고 곁눈질하는 프로도(개) 조형물 옆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방문객이 줄을 이었다. 3층의 라이언 카페에서는 라이언이 찍힌 컵에 담긴 커피, 라이언 얼굴 모양의 아이스크림과 마카롱 등을 팔았다. 매장은 어깨를 움츠리고 다녀야 할 만큼 붐볐다.

20·30대 사이에서 중장년층 방문객도 여럿 눈에 띄었다. 어머니와 함께 경기도 양평에서 왔다는 이지혜(20)씨는 “후드 티 입은 ‘라느님(라이언+하느님)’ 인형을 사려고 30분 동안 기다렸는데 품절돼 쿠션을 샀다”며 아쉬워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집에 카카오프렌즈 제품이 10개 넘게 있는데도 자꾸 오게 된다”며 웃었다. 카카오에 따르면 한 달 동안 45만 명이 이곳을 방문했다. 하루 평균 1만5000명이다. 이수경 카카오프렌즈 파트장은 “인형과 피규어 같은 완구제품과 파우치(작은 주머니), 휴대전화 케이스, 미니 선풍기, 컵, 블루투스 스피커 등이 많이 팔린다”며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할 수 있는 1500여 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비싼 제품은 85cm 대형 인형으로 9만원이다. 이 파트장은 “구체적인 매출은 밝힐 수 없지만 기념품으로 부채만 하나 사가는 고객도 많아 매출액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얼마 전 중국의 파워블로거가 방문한 후로는 중국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한 시간 정도 머무른 기자가 나올 때도 줄은 길게 늘어서 있었다.


▎개점 한 달이 지난 8월 9일에도 입구에 늘어선 줄은 여전했다.
또 다른 분위기로 키덜트족을 유혹하는 곳이 있다. 5월 3일 이마트가 서울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개점한 가전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 판교점이다. 이남진 점장은 이곳을 “남성들의 놀이터”라고 소개했다. 우선 간판·입구·벽면·기둥·진열대 곳곳을 마트의 상징인 ‘일렉트로맨’으로 장식한 것이 눈에 띄었다. 일렉트로맨은 네이버 웹툰 ‘일렉트로맨’의 캐릭터로 영화 속 히어로를 떠올리게 한다.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서도 ‘일렉트로맨~, 일렉트로맨~’ 하는 가사가 들렸다.


▎카카오프렌즈샵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제품들이 인기다.
8월 11일 오후 1시쯤 찾은 매장 여기저기서 한 손에 커피를 든 양복 차림의 남성들을 볼 수 있었다. 회사원 박중석(33)씨는 “사무실이 가까워 시간 날 때마다 신제품을 둘러보거나 게임을 즐기곤 한다”고 말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테마존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콘솔 게임(TV에 연결해 즐기는 비디오 게임)을 할 수 있는 ‘맨 케이브 존’과 드론·로봇·RC카(무선조종 자동차) 체험장이 특히 인기다. 이 외에도 커피와 생맥주를 파는 바(bar), 이발소, 자전거 수리점, 음악 감상 공간 등을 갖췄다. 1층 창가에는 전기 콘센트가 마련된 긴 탁자가 있어 간단한 업무를 볼 수도 있다.


▎카페에 앉아 쉬는 라이언. 방문객들은 라이언과 실제 친구가 된 것 같은 행복한 착각에 빠진다.
고급 스피커, 드론, 스마트 토이(로봇 등), 애플 제품 등이 진열된 1층은 그리 넓어 보이지 않았지만 지하 1층으로 내려가자 입이 떡 벌어졌다. 3300m²(1000평)에 가까운 매장에 삼성·엘지의 대형 가전과 소형가전부터 컴퓨터 소품, 게임 타이틀, 피규어, 카메라, 액션캠, RC카, 패션용품, 뷰티용품, 안경, 시계, 자전거, 캠핑용품, 밀리터리 제품, 주류까지 남성을 위한 다양한 상품이 구비돼 있었다. 피규어 진열대 앞에서 만난 한승호(36) 씨는 “피규어를 보려고 왔다가 흔치 않은 수입 브랜드 캐리어가 있어 냉큼 샀다”며 “없는 게 없다”고 감탄했다. 이 점장은 “주변 게임회사의 개발자들이 일주일에 2~3번 들러 피규어를 사 간다”며 “평일에는 30대 남성 고객이, 주말에는 가족 고객이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평일에는 1000명, 주말에는 3000명 정도가 이곳을 방문한다. 인기상품은 블루투스 스피커, 건담, 게임 타이틀 등으로 가장 고가상품은 2000만원대 95인치 HDTV다. 수백만원대 프리미엄 스피커를 찾는 마니아도 많다. 가수 강타씨가 아이언맨 피규어를 구입해가기도 했다. 가끔 들른다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자녀를 위해 자전거를 산 것으로 알려졌다.


▎RC카 체험공간은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다.



▎1. 한 남성 방문객이 맨케이브존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 2.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일렉트로마트 판교점 입구. 3. 일렉트로마트는 전자용품뿐 아니라 남성의 멋을 위한 다양한 패션·뷰티용품을 구비하고 있다. 4. 지하 1층에 있는 이발소.
최고가 상품 가격은 일렉트로>마블>카카오 프렌즈


▎1. 마블 콜렉션 엔터식스에서 40개 마블 캐릭터 피규어를 구입할 수 있다. 2. 매장 밖에도 캐릭터 조형물이 있어 영화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3. 손으로 터치해 스마트폰에 캐릭터 사진을 담을 수 있는 미디어 테이블. 4. 실물 4분의 1 크기의 아이언맨 피규어는 이곳에서 가장 비싼 제품으로 90만원이다.
‘어벤져스’ ‘아이언맨’ ‘헐크’ 등 영화 시리즈가 한국에서 연이어 히트하며 빠르게 매니어를 확보한 마블 캐릭터 역시 키덜트족을 사로잡는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 지하 1층에 있는 ‘마블 콜렉션 엔터식스’에서는 40개 마블 캐릭터를 디자인한 1400여 종 제품을 판매한다. 마블 콜렉션 엔터식스는 패션쇼핑몰 업체 엔터식스의 자회사 이앤비가 운영한다. 김솔아 이앤비 주임은 “디즈니와 정식 계약한 세계 최초의 공식 마블 스토어”라며 “영화와 함께 즐길 수 있게 극장에 매장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6월 18일에 문을 연 이곳의 규모는 215m²(약 65평)으로 한번 둘러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지만 워낙 매니어층의 충성도가 높아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는 것이 서원기 점장의 설명이다. 자신 역시 피규어를 수집하는 키덜트족이라는 그는 “65년 역사를 지닌 마블 캐릭터는 성별과 연령대를 초월해 인기”라고 말했다.


▎입구를 장식한 LED 등에서 웅장함이 느껴졌다.
8월 9일 오후에 찾은 이곳은 LED를 이용한 입구가 현실세계 같지 않은 느낌을 줬다. 매장 안팎에 헐크·아이언맨 등의 대형 조각상이 있어 기대를 더욱 높였다. 매장 내부는 홍콩의 유명 피규어 브랜드인 핫토이 제품, 레고, 액세서리, 리빙, 패션존으로 구성돼 있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매장 안쪽에 있는 테이블 이곳 저곳을 터치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다양한 캐릭터 이미지를 스마트폰에 담을 수 있는 ‘미디어 테이블’이다. 김 주임은 “영화를 보러 온 20대 연인과 희귀 아이템을 수집하는 30대 직장인 남성 방문객이 많다”며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6대 4 정도”라고 알려줬다. 그에 따르면 평일에는 3000여 명, 주말에는 6000여 명이 이곳을 찾는다. 개점 첫 주말 매출은 8000만원을 기록했다.

완구·패션·전자기기·문구·건강·뷰티·스포츠·유아용품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피규어다. 캐릭터 별로 인기 있는 제품이 다르다. 캡틴아메리카는 피규어와 보조배터리, 아이언맨은 티셔츠가 잘 팔리고 마블 백과사전, 퍼즐도 인기 상품이다. 티셔츠 가격은 3만~10만원대였다. 가장 비싼 상품은 실물 4분의 1 크기의 아이언맨 피규어로 90만원의 고가임에도 50여 일 동안 42개가 팔렸다. 65만원인 아이언맨 헬멧 모양의 스피커 역시 들여놓기 무섭게 팔린다고 한다. 서 점장은 “단골들이 수시로 연락해 제품 입고를 확인한다”며 “멤버십 등급을 나눠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1350호 (2016.09.05)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