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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잇는 금융권 M&A] 시장 판도 바꿀 캐스팅 보트 포진 

우리은행 5수째 시도 ... 중소형 생보사·증권사 매각 대기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금융권에 큰 장이 섰다. 우리은행의 매각 방침이 발표되면서 금융권 매물이 10개에 육박하게 됐다. 이들 금융사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가 뒤바뀔 수도 있어 향배가 주목된다.

최대어는 역시 우리은행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8월 22일 회의를 열고 우리은행 매각 방안을 심의, 의결했다. 공자위의 선택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1.06% 중 30%를 4~8%씩 쪼개 파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이다. 벌써 다섯 번째 매각 시도다. 정부는 앞선 1~4차 매각 시도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지분을 일괄 매각하려 했다. 우리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해야 한다는 여론을 감안한 조치였다. 하지만 마땅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윤창현 공자위원장은 8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사 가능성 면에서 더 이상 경영권 매각 방식을 고수하기 어렵다. 시장 잠재 수요에 최대한 부합하는 내용으로 과점주주 매각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과점주주 매각 방안 마련

이번에는 비용이 크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인 만큼 입찰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우리은행 주가가 주 당 1만원대 초반을 오르내리는 수준인데다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일괄 매각이 아니라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이기도 어렵다. 일단 쪼개 파는 방식으로 우리은행을 민영화한 뒤 주가가 오르면 남은 정부 보유 지분 21%를 비싼 값에 팔겠다는 게 정부 계산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 주가 수준에서 지분 4% 매입가는 3000억원이 채 안 된다. 8%를 매입하는 데도 6000억원 정도면 될 것”이라며 “민영화 후 주가가 오르고 은행 평가가 좋아지면 과점주주들 중에 경영권을 쥐기 위해 21%를 일괄 매입하려는 주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사전 조사도 상당 부분 진행했다. 매각 주간사를 통해 잠재 투자자의 수요를 꼼꼼히 점검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다만 구체적인 예비 투자자 현황에 대해서는 “매각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밝히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해외 국부펀드와 한 차례 도전 의사를 밝혔던 교보생명 등 국내 금융사, 사모펀드(PEF) 등이 우리은행 지분 투자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애초 후보군으로 거론된 안방보험 등 중국 업체들은 사드 사태로 인한 한·중 냉각국면 등을 고려할 때 참여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졌다.

공자위는 높은 입찰가를 적어낸 곳부터 순차적으로 낙찰자를 결정하되 비가격 요소도 일부 반영키로 했다. 투자자의 국적에 대해서는 차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최소 4명, 최대 7명이 될 과점주주들에게는 경영 참여라는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지분 4% 이상을 새로 낙찰받은 투자자는 사외이사 1명을 추천할 기회를 얻는다. 이 사외이사들이 중심이 돼 차기 우리은행장을 뽑게 된다.

우리은행의 민영화는 외환위기 이후 20년 가까이 이어진 은행권 구조조정의 일단락을 의미한다. 우리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일·상업·평화은행이 합쳐져 탄생한 은행이다. 이후 계속 정부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 보니 투자나 새로운 사업 진출에서 제약이 많았다. 매각 작업이 계속 실패하면서 우리투자증권 등 알짜 계열사들을 차례차례 떠나보내야 했다. 결국 우리금융지주가 해체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민영화가 되면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새 출발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은행은 민영화 때 우리금융지주의 부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다른 업권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 매각한 회사들을 다시 사들이긴 어렵지만 다른 회사들을 매입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보험 업계도 인수·합병을 통한 새 판 짜기가 한창이다. 새 보험 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과 저금리 기조의 지속으로 업황이 악화하면서 매물이 늘고 있어서다. 2020년 도입 예정인 새 회계기준을 맞추려면 천문학적인 액수의 자본금을 새로 투입해야 한다. 과거 고금리 시대 때 팔았던 확정금리 상품도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어지간한 회사들은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이 35억원이라는 헐값에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된 것도 이 때문이다. 뒤이어 ING생명·PCA생명·KDB생명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ING생명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경매 방식’을 통해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정 금액 이상을 제시해 기준을 통과한 복수 후보자를 대상으로 경매처럼 가격 경쟁을 붙여 최고가 계약을 하는 방식이다. 중국계 푸싱그룹과 타이핑생명, JD캐피털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ING생명은 국내 생보업계 5위의 대형 업체라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 변화까지 예상해볼 수 있는 매물이다.

PCA생명에는 미래에셋생명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생명은 PCA생명 인수를 통해 자산운용 기능을 더욱 강화하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에셋생명과 PCA생명은 둘 다 변액보험과 해외 투자에 특화돼 있다. 두 회사가 합쳐질 경우 미래에셋생명은 자산 규모 32조원으로 5위권 생보사로 부상한다. 최근에는 홍콩계 사모펀드가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인수전이 가열되고 있다. KDB생명도 초기 단계의 매각 작업이 진행중인 상황이다.

증권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과 현대증권이라는 대형사들이 미래에셋그룹과 KB금융지주의 품에 안겼다. LIG투자증권도 인수자인 케이프인베스트먼트가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로 적합하다는 승인을 받아 곧 매각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5년 전부터 새 주인을 찾았던 리딩투자증권은 최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기존 임직원이 주축이 된 CKK파트너스를 선정했다.

매도·매수 희망가 차이 커 지지부진

최근에는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업체의 매각은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의 자금난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과도 무관치 않다. 정부 방안은 자기자본 4조원을 넘는 투자은행에 1년 이내 만기 어음의 발행 업무를 허용하는 등 대형 증권사에 정책적 혜택을 주는 내용의 초대형 IB 육성방안이다. 하이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7000억원대. 3조원대의 자기자본을 가진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잠재적 인수자로 주목을 받은 이유다. 두 업체가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면 단숨에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정부 방안 발표 이후 “자기자본 확대를 위해 하이투자증권 인수 등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하기도 했다. 신한금융투자도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면 종합금융투자(IB)사업자 기준인 자기자본 3조원을 넘어설 수 있어 잠재적 인수 후보로 꼽힌다.

SK증권도 매각 가능성이 있다. SK증권의 대주주인 SK는 지난해 8월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소유를 금지한 공정거래법에 의해 SK는 내년 8월까지 SK증권 보유 지분 10%를 모두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골든브릿지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지난해부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상당수 업체들의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라 매각 작업이 종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하이투자증권도 화제성에 비해 흥행 성적은 그리 신통치 않다.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잠재적 인수 후보들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다른 소형 증권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KDB생명 역시 이미 몇 년 전부터 대우증권과의 패키지 매각 등 다양한 방식의 매각이 추진됐지만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증권 업계의 경우 잠재적 인수자들은 나빠진 업황 등을 감안해 싼 값에 사려하지만, 매도자들은 제 값을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거래가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중소형사들을 중심으로 회사를 팔고자 하는 업체들이 속속 나올 것으로 보여 시장에 매물이 넘쳐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350호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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