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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시장에 새 바람 일으킨 손지호 네오밸류 대표] 잘 팔리는 상가? 잘 되는 상가 짓죠 

스트리트형 상가 돌풍의 주역... 개발 경험 살려 ‘앨리웨이’ 브랜드 선보여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손지호 네오밸류 대표.
“래미안·자이·푸르지오…. 아파트 브랜드는 많은데 상가 브랜드는 없어요. 아직까지 상가시장은 분양이 끝나면 사실상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구조에요. ‘앨리웨이’(Alleyway)가 이런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촉매제가 되길 바라요.” 상가시장에 심상찮은 물결이 일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냉랭했던 3년 전 ‘상가 완판’으로 업계를 놀라게 했던 네오밸류 손지호(42) 대표가 이번엔 ‘상가 브랜드’를 만들었다. 사실상 업계 최초다. 손 대표는 “브랜드 아파트처럼 ‘이 상가는 사후 관리도 잘 되고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는 상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네오밸류는 요즘 잘 나가는 부동산개발회사(시행사)다. 2013년 위례신도시 아이파크 1차를 시작으로 위례신도시 아이파크 2차, 광교신도시 아이파크, 구리 갈매지구 아이파크까지 개발에 나선 주상복합 아파트마다 모두 완판 행진을 했다. 특히 유럽풍 설계를 적용한 단지 내 상가는 ‘스트리트형 상가’ 돌풍의 주역이다. 단지 내 상가지만 주거시설과 별도로 짓고 도로를 따라 지상 2층 높이의 점포가 늘어선 구조다. 대개 상가는 6개월 안에 분양을 끝내기 쉽지 않지만 이들 상가는 모두 한 달 안에 계약이 끝났다.

시행사는 입지가 좋은 땅을 고르고 매입한 후 건설회사(시공사)를 선정해 아파트·상가 등을 지어 수익을 남긴다. 때문에 성공적인 분양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손 대표는 시각을 바꿨다. 아파트 같은 주거시설과 달리 상가는 완공 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시행사가 상가를 팔고 떠난 후 공실이 생기고 제대로 상권이 형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시행사가 이른바 ‘먹튀’ 회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다”며 “수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잘 팔리는 상가’를 지어야 하지만 ‘잘 되는 상가’를 짓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행사가 상가 초기 운영 맡아야”

이런 그의 생각은 설계 단계부터 반영됐다. 상권 활성화에 유리하도록 동선을 짰고 방문객이 머물 수 있는 부대시설을 만들었다. 점포 크기도 잘 팔리는 소형뿐 아니라 대형까지 다양하게 갖췄다. 손 대표는 “가격이 비싼 대형은 사려는 수요가 거의 없어 팔기 힘들지만 상권 활성화를 위한 필수요건인 키 테넌트(앵커 테넌트) 업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크기의 점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생각은 맞아 떨어졌다. 지난해 완공된 위례신도시 아이파크 1차와 올 5월 완공된 2차엔 롯데마트·다이소·뚜레쥬르같이 집객력이 좋은 업종이 입점했다. 손 대표는 “대형마트가 입점하려면 큰 점포가 필요한데 위례신도시 중심상업지구에 그 정도 크기의 점포가 없어서 수월하게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상가 분양도 일부만 했다. ‘초기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그의 생각 때문이다. 제대로 된 상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시행사가 초기 운영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컨대 100개 점포가 모여 상권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한다고 해도 각 점포마다 주인이 다르고 100명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홍보물 한 가지 만들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위례신도시 아이파크 1차는 153개 점포의 20%를, 2차는 40%를 남겼다. 광교신도시 아이파크는 100% 직접 운영한다. 구리 갈매지구 아이파크도 60%만 분양했다. 손 대표는 “갈매지구 아이파크의 경우 분양 시작 이틀 만에 100개 점포가 다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며 “수익을 생각하면 나머지 물량도 다 팔고 싶었지만 상권 활성화를 위해 남겨뒀다”고 말했다.

그는 상가 운영에 그치지 않고 직접 ‘세입자’가 돼 보기로 했다. 올 10월 북카페 ‘니어 마이 비’를 개점한다. 스페셜티 커피와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사람들의 발길을 끌 수 있는 집객 효과도 노렸다. “대개 영화관·서점·갤러리 등이 해당 상권의 집객 역할을 해요. 하지만 어디에나 있는 시설이 아닌 이 상권만의 독특한 시설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세입자에 대한 이해도 필요했어요. 활성화된 상권이란 결국 장사가 잘 되는 상권이라는 의미거든요. 직접 장사를 하는 사람이 중요해요. 설계부터 세입자를 배려하려고 노력했지만 직접 가게를 차려보니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불편함과 불합리함이 보이더군요. 예컨대 환풍기 위치에 따라서도 공간 활용도가 크게 달라져서 당장 손님을 받을 탁자 수가 줄어들어요. 앞으로 제가 짓는 상가는 세입자가 보다 편하게 장사할 수 있는 상가가 될 겁니다.”

부동산 개발을 하면서 그는 국내 쇼핑 여건의 한계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사실상 백화점·대형마트·아웃렛 같은 틀에 박힌 대형 시설 외에는 제대로 된 쇼핑몰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미국만 해도 놀거리·먹거리·살거리가 모두 어우러진 쇼핑몰이 곳곳에 있어서 굳이 백화점·놀이공원에 따로 갈 필요가 없는데 국내는 똑같은 포맷의 쇼핑시설 뿐”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상권은 ‘골목길’

그는 개발방식을 이유로 꼽는다. “선진국은 부동산 종류마다 전문 개발 업체가 따로 있어요. 상가만 해도 쇼핑몰 개발 업체, 리테일 개발 업체 등으로 나뉘죠. 이들 업체는 대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에요. 투자자금을 모아서 개발하죠. 아직까지 국내에선 이런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요. 개발 업체가 단독으로 투자하고 개발하는 방식입니다. 잘 되는 상가를 만들려면 일정 부분 상가 보유도 하고 운영도 해야 하는데 이 기간 동안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자본이 묶이게 되요. 이를 개발 업체가 단독으로 부담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큰 거죠. 저도 ‘제대로 된 상가’ 개발에 대한 열정이 부족했다면 결국 모든 점포를 다 팔고 수익이 좋은 다른 부동산 개발 사업에 눈을 돌렸을 겁니다.”

상가 브랜드인 ‘앨리웨이’는 그의 생각과 경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결정체다. 앞서 분양한 4곳에 이어 앞으로 분양할 인천 도하지구까지 총 5곳의 앨리웨이가 있다. 그는 앨리웨이를 통해 ‘추억이 있는 상권’을 만들려고 한다. 손 대표는 “골목길은 친구들과의 놀이공간이자 아빠·엄마와의 따뜻한 추억이 있는 공간”이라며 “앨리웨이의 뜻인 골목길이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상권”이라고 말했다.

각 앨리웨이의 설계나 인테리어, 입점 업종이 모두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해당 지역에 맞는 지역밀착형 상권 형성을 위해서다. ‘한 달에 한 번’ 찾는 곳이 아닌 ‘매일 찾는’ 곳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그는 “해당 지역마다 주민들의 경제력, 생활습관,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에 각 앨리웨이마다 설계와 입점 업종이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부동산개발회사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시행사는 사실상 해당 부동산의 주인이지만 시공사의 브랜드를 앞세워 분양을 한다. 이 때문에 어떤 시행사가 어떤 부동산을 개발했는지 알기 어렵다. “그동안 시행사는 사실상 시공사 뒤에 숨어 있는 모양새에요. 예컨대 자이 아파트에 하자가 생기면 시공사인 GS건설을 욕하는 식이죠. 진짜 개발사업의 주체는 시행사인데 말이죠. 앨리웨이는 제 얼굴이에요. 얼굴에 먹칠하고 살 수는 없잖아요. ‘네오밸류가 개발했으면 괜찮아’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해당 지역 주민에게 사랑 받는 ‘똑 부러지는’ 상권으로 발전시킬 겁니다.”

1352호 (201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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