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제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의 주요 메뉴인 ‘싸이버거’ 가격은 3200원으로 패스트푸드 햄버거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 / 2. 한식뷔페 풀잎채는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대표적인 중소기업 브랜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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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2일, SPC그룹이 세계의 심장부 뉴욕에서도 유명하다는 수제버거 ‘쉐이크쉑버거’ 강남 1호점을 오픈했다. 첫날부터 대박을 터뜨리더니 아직도 열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햄버거 하나를 먹기 위해 몇 시간씩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도대체 맛이 어떻길래 서울의 젊은이들이 이처럼 열광하는 것일까. 뉴욕에서 건너온 명물이라는 이유도 있을 터이니 자존심도 좀 상한다. 더욱이 씁쓸한 것은 국내 굴지의 식품외식 대기업이 들여왔다는 점이다. 혹자는 ‘좋은 제품을 국내 소비자도 먹을 수 있게 한 것이 뭐가 문제인가’라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생각이 좀 다르다.1988년 맥도널드 햄버거가 서울에 처음 들어왔을 때도 한국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그 때는 국내 기업이 그런 맛을 낼 수 있는 기술이 없었고, 개발도상국으로서 선진 해외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명분도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우리 경제력은 선진국 문턱에까지 진입했고, 한류가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웬만한 대기업이라면 대등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다만 그러한 투자를 꺼릴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해서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해외 브랜드 수입은 로열티 지출 등 국부 유출이 수반된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대에 그것이 문제될 것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최소한 대기업은 해외 브랜드 수입에 앞장서서는 곤란하다. 우리 브랜드를 만들어 해외로 진출해야 하는 것이 국가 경제발전을 위한 대기업의 역할이고 사회적 책임이다. 또한 대기업의 해외 브랜드 수입은 골목상권 침해 등 국내 브랜드와의 충돌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굳이 대기업이 이런 일에 나서야 되겠는가?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가맹점을 모집하지 않고 직영점 위주로 점포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만 이때도 대도시 대형 상권에 한정적으로 입점해야 할 것이다. 골목상권과의 충돌을 피하고, 소비자 권리와 동반성장이라는 사회적 가치와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토종 브랜드, 가성비 높은 수제버거로 대응해야: 이제 국내 햄버거 시장은 새로운 경쟁이 시작됐다. 그렇다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소비자들이 패스트푸드 햄버거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여전히 간편식을 선호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건강을 음식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주문 후 조리해서 내놓는 즉석 수제버거가 뜰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게다가 만성불황으로 가격민감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제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의 주 메뉴인 ‘싸이버거’ 가격은 3200원이다. 패스트푸드 햄버거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 양도 푸짐하다. 학교앞, 주택가 등 동네상권부터 입점한 후, 브랜드 파워가 생기자 지금은 중심 상권에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마미쿡’도 주목받고 있다. 신선한 냉장육으로 만든 치킨과 소고기 패티, 당일 들어온 채소, 수분 함량을 높인 촉촉한 빵 등 고품질 재료로 주문 후 조리하는 즉석 수제버거를 표방한다. 간판 메뉴인 ‘마마통살버거’ 가격이 3200원에 불과하다. 본사가 식재료를 저렴한 가격으로 각 가맹점에 공급해주는 점이 장점이다. 작년 12월,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토니버거’도 국내산 신선한 야채와 부산의 대저 토마토를 식재료로 사용한다. 가장 인기 있는 ‘투빅버거’는 빵보다 훨씬 큰 치킨패티를 자랑하는데, 가격은 3400원이다. 이처럼 토종 프랜차이즈 수제버거는 쉐이크쉑버거보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훨씬 앞선다. 따라서 맛과 품질을 지속적으로 높여가야 한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인기 있는 메뉴는 벤치마킹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맛과 품질이 비슷하다면 가격을 보고 선택할 것이다. 국내 시장을 잘 방어하고 힘을 키운다면, 변혁기에 처한 글로벌 햄버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 것이다.
한식뷔페 ‘풀잎채’ 전략 벤치마킹할 만: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을 방지하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가 5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이 제도가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입장과 효과도 없고 소비자 이익을 침해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최근에는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사항을 넘어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어 그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한 중소기업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한식뷔페 풀잎채는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대표적인 중소기업 브랜드다. 풀잎채는 2013년 1월, 경남 창원의 롯데백화점 식당가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46곳의 매장을 열었다. 주로 대형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쇼핑몰 등에 330㎡~660㎡ 규모로 입점한다. 풀잎채 매장이 처음부터 대박을 터뜨리자 여지없이 대기업들이 한식뷔페 시장에 뛰어들었다. CJ푸드빌의 ‘계절밥상’, 이랜드의 ‘자연별곡’, 그리고 신세계푸드의 ‘올반’이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 풀잎채와 마찬가지로 동반성장위원회의 대기업 음식점업 출점 규제에서 제외되는 상권인 복합다중시설, 역세권, 신도시·신상권, 상업지역 등에 입점해 있다. 대기업이 진출하자 외식 업계에서는 풀잎채가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풀잎채는 예상과 달리 현재까지도 승승장구 하고 있다. 그 비결은 뭘까.풀잎채는 한식 메뉴에 대한 노하우가 많다. 창업자 정인기(55) 대표가 20년 간 한식 사업의 외길 인생을 걸어오면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한식의 문제점은 개선하고, 장점은 살려 한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이 바로 풀잎채다. 오랜 경험을 통해 고객들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 잘 알기 때문에 맛과 품질이 검증된 메뉴만을 취급한다. 가격 포지션도 잘 선택했다. 풀잎채의 1인당 가격은 평일 낮에는 1만2900원, 저녁과 주말, 휴일에는 1만6900원이다. 샐러드바와 함께 다양한 한식요리, 커피 및 음료, 디저트까지 원스톱으로 즐기기에 부담이 없는 가격이다. 이러한 가격대는 경쟁하는 대기업 브랜드보다 15~20% 정도 저렴하다. 사실 한식의 가격이 2만원에 육박하면 부담을 느끼는 것이 소비자의 심리다. 풀잎채는 나물 및 소스 제조공장과 유통 자회사를 설립해 직접 운영하고, 많은 식재료를 산지와 직거래로 유통하면서 과학적인 원가 절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풀잎채는 본사가 파견한 전문가가 점포 운영을 맡는 위탁운영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투자형 창업 희망자에게 인기가 높다. 이처럼 중소기업도 한 가지 업종에 집중하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셈이다.
강병오 -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국내 1호로 창업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FC창업코리아 대표이사와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로 글로벌 프랜차이즈학과장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창업가정신, 벤처창업, 프랜차이즈 전략 및 자영업 창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