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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리더 | 이광구 우리은행장] 매각 예비입찰 흥행의 일등공신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취임 후 실적·주가 호전 … 연임 여부는 미지수

▎이광구 우리은행장. / 사진:중앙포토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올해 세계 일주를 하다시피했다. 해외에서 열린 우리은행 기업설명회(IR)에 직접 참석해 해외 투자자들에게 우리은행의 투자 매력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가 올 들어 해외 IR 참석차 여장을 꾸린 것만 세 번이다. 지난 2월 싱가포르와 유럽에 위치한 31개 투자자들을 만난 데 이어 5월에는 미주 지역 14개 투자자들을 만났다. 8월에는 일본 쪽 투자자들의 요청을 받아 6개 투자자들을 방문했다. 이 행장은 이들 51개 투자자를 만나 우리은행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는 데 주력했다. 우리은행에 제대로 된 민간인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서는 우리은행의 가치를 먼저 높여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3일 마감된 우리은행 지분 매각 예비입찰에 18개 투자자가 참여하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몰이를 하면서 이 행장의 행보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 행장이 국내외에서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동분서주한 것이 흥행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올 들어 해외 IR만 세 차례


2014년 12월 이 행장이 취임했을 무렵에만 해도 우리은행 민영화를 둘러싼 환경은 좋지 않았다. 중국안방보험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바람에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네 번째 매각 시도가 무산된 것이 바로 한달 전이었다. 향후 매각 작업이 재개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했다.

이 행장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시각이 존재했다. 1979년 한국상업은행으로 입행해 우리은행 홍콩지점장과 경영기획본부 부행장, 개인고객본부 부행장 등 요직을 거친 만큼 경력상의 결격 사유는 없었다. 하지만 이순우 전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졌다가 갑자기 이 행장이 내정되면서 이런저런 뒷말이 나왔다. 특히 그가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 멤버라는 게 알려지면서 곱지 않은 시선은 배가됐다. 서강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라 그 학교 출신들이 금융 요직을 독차지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때였다. 이 행장은 “서금회는 단순한 식사 모임에 불과하고 정치권 실세가 배후에 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세간의 시선은 차가웠다.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 행장은 우리은행 민영화에 집중했다. 정부가 우리은행을 2016년 말까지 매각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통상 3년인 행장 임기를 2년으로 줄였지만 이를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그는 취임사에서부터 “임기 중 민영화 달성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은행의 경쟁력을 높이도록 매진하겠다”며 “우리은행의 민영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은행의 오늘을 있게 해준 고객과 국민에 대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일로매진한 결과 우리은행의 상황은 크게 호전됐다. 2015년 당기순이익은 1조5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4% 급증했다. 총자산도 317조9000억원으로, 1년 전의 291조9000억원 보다 8.9%(26조원)나 늘어났다. 민영화의 토대를 어느 정도 닦아놓은 셈이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도 개별 기준 795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89.3%(3753억원) 증가했다.

2015년이 되면서 정부는 다섯 번째 우리은행 매각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단일 주주에게 비싸게 매각한다는 그동안의 방침을 버리고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1.06% 중 30%의 지분을 여러 명의 과점주주에게 4~8%씩 나눠 매각한다는 새로운 방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와 중동 국부펀드 등과의 협상이 지연되면서 5차 매각 작업은 좀처럼 시작되지 않았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중동 국부펀드와의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이 행장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는 분산돼 있던 각 본부를 묶어 국내·글로벌·경영지원 등 3개 그룹체제로 만들고 각 부행장급 그룹장에게 전결권을 부여했다. 그룹별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이 행장 자신은 민영화라는 숙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해외 일주 IR’을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이 행장이 대륙을 넘나들며 만난 51개 투자자들은 모두 잠재적인 우리은행 지분 인수 후보군이기도 했다.

그는 민영화 작업 지원을 위해 대외협력단도 신설했다. 은행의 주요 성과와 경영전략을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일반 고객들에게 홍보하는 역할을 맡는 조직이었다. 꼼짝하지 않던 우리은행의 주가도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올해 1월 8140원으로 추락했던 우리은행 주가는 이후 우상향하기 시작하더니 9월들어 1만1000원대를 넘어섰다.

8월 22일 과점주주 분할매각 방안이 최종 확정됐다. 5차 매각전의 막이 오른 것이다. 예비입찰 마감을 앞두고 이런 저런 관측이 난무했을 때 이 행장이 다시 한번 나섰다. 이 행장은 9월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8% 지분 인수를 희망한 곳도 몇 곳 있다”며 “예비입찰 흥행을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이틀 후 마감된 예비입찰은 그의 호언대로 대성공이었다. 한화생명·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 등 18개 투자자가 이날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중국 안방보험이 대주주인 동양생명과 일본 오릭스금융그룹, 국내외 사모펀드 등도 참여의사를 밝혔다. 투자자들이 사겠다고 밝힌 지분을 합산하면 총 82~119%에 이른다. 매각 대상 지분(30%)의 세 배 안팎이다. 쉽게 말해 이 중 3분의 1만 본입찰에 참여한다 해도 지분 매각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 절차는 실사다. 투자자들은 우리은행 실사에 참여한 후 본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11월 11일에 본입찰을 시작해 14일 낙찰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어 11월 28일까지 계약 체결 및 대금 결제까지 끝내기로 했다.

이 과정이 끝나면 이 행장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음 수순이 바로 차기 행장 선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4% 이상 지분을 매입하는 우리은행 과점주주들에게는 사외이사 1명씩을 추천할 권리를 주는데, 이 사외이사들이 임원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행장을 선임한다. 행장 선임 예상 시점은 내년 3월 주주총회 때로 전망된다. 이 행장의 임기는 12월 말에 종결되지만 금융위는 지분 매각이 성공리에 종료될 경우 내년 3월 주주총회 때까지 그의 임기를 연장할 방침이다.

차기 행장 선출의 변수 많아

금융권에서는 그의 연임 여부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우리은행의 실적을 크게 향상시켰고, 지분 매각 과정에서도 공이 적지 않은 만큼 굳이 다른 사람으로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대형 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이 지상 과제였던 민영화를 거의 성공시킨 상황이고, 취임 이후 우리은행의 실적이나 주가도 크게 향상됐다”며 “나에게 투표권이 주어진다면 이 행장 연임에 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우리은행 외부의 입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의 변수들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이유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 이후 20% 정도의 잔여 지분을 단일 주주에게 매각할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단일 최대주주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행장을 선임하려 할 것”이라며 “또 내년은 정권 말기라 ‘낙하산’이 무더기로 쏟아질 가능성이 큰데 이 행장이 버텨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1354호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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