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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의 이 한 문장] 흐름부터 파악하고 방향 잡아라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경영연구원장
세상 모든 일에는 흐름이 있다. 무사가 크게 출세해 명성을 떨치는가 하면 한 순간 몰락하기도 하고, 장사꾼이 크게 이익을 얻는가 하면 파산해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내몰리기도 한다. 싸움을 할 때에는 상대방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해 상대방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순간을 공략해 상대방을 제압해야 한다. 병법을 제대로 구사하려면 동작을 하기에 앞서 흐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땅의 장

무사시가 상대의 동작에 앞서는 흐름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은 두 가지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 미시적으로는 개별 무사가 칼을 휘두르기까지 동작의 흐름을 이해하면 허점을 파악하고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고 공격해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이다. 거시적으로는 지휘관의 입장에서 적군의 작전, 무기, 보급, 전투의 전체적 흐름을 파악하고 강·약점을 이해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차원이다.

만물은 유전한다. 항상 흐르고 변화한다. 변화의 파도를 잘 타는 사람은 성공하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한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핵심을 이해하는 것이 병법의 도가 추구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중심을 지키면서 변화의 흐름을 잘 이해하고 따라가는 것도 병법의 도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승리의 요체는 이기겠다는 굳건한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전술적 역량과 우수한 무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 새로운 무기가 등장하고 새로운 전술이 개발된다. 이런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지고 생명력을 상실한 화석이 된다. 이런 면에서 인간의 역사는 도구 발전의 역사이기도 하다. 석기시대 돌멩이에서 시작해 철기를 거쳐 디지털 시대까지 진화했다. 도구가 단순할 때는 사용도 단순했다. 하지만 도구가 다양해지면서 상황에 맞는 도구를 판단하고 사용하는 것도 전문성과 전략적 식견이 필요하게 됐다. 특히 시대가 바뀔 때는 기존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칼, 창과 활로 진행되던 전투는 화약이 발명되고 대포가 출현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포병이 육상 전력의 핵심이 되었고, 해상전에서는 함선과 대포가 결합한 전함이 출현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16세기 중반부터 400년 동안 대포를 탑재한 전함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해전은 20세기 초반 항공기가 출현하면서 항공모함으로 중심축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1930년대 세계 해군 전문가 사이에서 향후 해상전의 주력에 대해 ‘전함이냐, 항공모함이냐’에 대한 논쟁이 거셌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해군의 연합함대 사령관을 지낸 야마모토 이소로꾸(山本五十六) 제독은 해군 함선에 공중타격 능력을 결합하는 항공모함이 미래 해상전의 주력이 될 것으로 확신했지만, 일본 해군 내부는 전통적인 전함우위론이 우세했다. 결국 항공모함 대신 만재배수량 7만t 급의 초대형 전함 2척이 건조됐다. 1번함은 야마토, 2번함이 무사시로 명명됐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 해군의 미국 하와이 진주만 기습도 항공모함 중심 작전이었고 이후 태평양을 무대로 한 해전의 주역은 항공모함이었다. 2대의 대형 전함은 제대로 활약할 기회도 없이 미군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전투기에 의해 격침됐다. 당시 일본 해군이 자랑하던 1번함 야마토는 일본 정신을 상징하는 단어이고 2번함이 무사시인 점에서 일본인들이 무사시에 대해서 가지는 경외감을 엿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1357호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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