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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삼의 ‘테드(TED) 플러스’] 당근과 채찍이 능사 아니다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 수석연구원
변화된 시대상에 맞는 동기부여 체계 혁신 필요

당근과 채찍(Carrot&Stick). 고집 센 당나귀를 움직이게 하려고 눈앞에는 당근을 매달고 뒤로는 채찍을 휘둘렀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당연히 당근은 보상을, 채찍은 처벌을 말한다. 1942년에 미국의 심리학자 크레스피(Leo Crespi)는 일의 능률을 올리려면 당근과 채찍의 강도가 세져야 함을 실험으로 입증했고, 이를 바탕으로 ‘크레스피 효과’라는 말도 생겼다. 학교든 회사든, 공공이든 민간이든 우리는 지금 당근과 채찍으로 짜인 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당근과 채찍은 항상 효과적일까? 앨 고어의 스피치 라이터였고 지금은 경력관리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 중인 댄 핑크(Dan Pink)는 당근과 채찍이라는 전통적인 동기부여 수단에 의문을 제기한다. 행동과학 분야에 ‘촛불 문제(candle problem)’라는 것이 있다. 피실험자에게 초 한 자루와 성냥, 그리고 압정이 담긴 상자를 준다. 그리고 초에 불을 붙이고 이 촛불을 벽에 붙여 보라고 한다. 단 촛농이 바닥에 떨어져서는 안 된다(글을 더 읽기 전에 독자들도 한번 고민해 보시라). 언뜻 떠오르는 방법은 압정으로 초를 벽에 붙이는 것이다. 하지만 초가 두꺼워 압정으로 고정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성냥으로 초의 옆을 녹여 벽에 붙여 보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간신히 붙인다 해도 촛농이 흘러내리는 것을 어쩌지 못한다. 결국 5분에서 10분 정도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나서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법을 찾아낸다(독자들도 방법을 찾으셨기를 바란다).

압정이 담겨 있던 상자를 비우고 그 위에 촛불을 세운 후, 압정으로 상자를 벽에 고정하면 된다. 보통의 경우 상자를 보면 그저 압정을 담아 두기 위한 용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처럼 촛불을 세워 놓는 다른 기능으로 사용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풀려면 기능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관건이다. 촛불 문제는 원래 1945년도에 심리학자 칼 더커(Karl Duncker)가 고안했던 것인데, 미국의 프린스턴 대학에서는 촛불 문제를 이용해서 동기부여 효과를 실험했다. 우선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그냥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보상을 제시했다. 가장 빨리 문제를 푼 사람에게는 20달러, 상위 25% 이내로 빨리 푸는 사람들에게는 5달러를 주겠다고 했다. 어느 그룹이 얼마나 빨리 문제를 풀었을까? 상식적으로는 금전적 보상을 약속 받은 두 번째 그룹이 눈에 불을 켜고 더 빨리 풀었을 것 같다. 하지만 놀랍게도 두 번째 그룹이 3.5분이 더 걸렸다고 한다. 이 실험은 거의 40년 동안 재현돼왔는데 결과는 늘 마찬가지였다.

보상이 시야 좁히고 창의성 발휘 막을 수도


▎촛불 문제(candle problem)(왼쪽)와 그 해법.
실험 방식을 약간 바꿔 보았다. 다른 조건은 동일한데 이번에는 압정을 상자에 넣어놓지 않고 책상 위에 쏟아 놓았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인센티브를 받은 그룹이 다른 그룹을 완전히 압도했다. 도대체 어디에서 차이가 나는 것일까? 보상은 본질적으로 집중력을 높이지만 그 반대급부로 시야를 좁히게 된다. 따라서 압정들을 박스에 넣어놓지 않고 쏟아 놓은 두 번째 촛불 문제에서처럼 작업이 단순할수록 아주 효과적이다. 하지만 박스에 압정이 담겨 있으면 해답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문제 해결을 위해 좀더 넒은 시각의 창의성이 필요하게 된다. 이런 경우 보상은 우리의 시야를 좁히고 생각을 굳게 만들어서 창의성 발휘를 제한하는 것이다.

동기유발에는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시하는 비즈니스 운영체계, 즉 어떻게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인재를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고는 기본적으로 당근과 채찍이라는 외적 동기부여 요인에 편향돼 있다. 이것은 과거 20세기 때의 단순 작업에는 적합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의, 좌뇌를 쓰는 작업들(일부 회계, 재무분석, 프로그래밍 등)은 이제 아웃소싱하거나 자동화되고 있고, 조만간 인공지능에 의해 더 잠식될 것이 분명하다. 이와 달리 빠르고 복잡하고 불확실한 21세기의 업무들에는 우뇌를 쓰는 창의적이고 복잡하며 개념적인 능력이 요구된다. 이런 경우에는 보상과 처벌이라는 기계적인 방법은 효과가 없다. 오히려 역효과만 낼 뿐이다.

영국 정경대(LSE)에서는 성과주의(pay-for-performance plans)를 도입한 51개 기업의 사례를 조사했는데, 결론은 경제적 인센티브가 전체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진정으로 21세기 식의 개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높은 성과를 보이고자 한다면, 더 달콤한 당근으로 유혹하거나 더 가혹한 처벌로 위협하는 등의 잘못된 결정을 피해야 한다. 이제는 내적 동기부여에 집중해야 한다. 자신이 좋아서 혹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댄 핑크는 특히 주도성(autonomy), 전문성(mastery), 그리고 목적성(purpose)이 새로운 비즈니스 운영방식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도성은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싶어하는 욕망, 전문성은 좀 더 잘 하고자 하는 욕망, 목적성은 뭔가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을 하고 싶은 욕망을 말한다.

호주의 촉망받는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아틀라시안(Atlassian)은 1년에 몇 번, 회사의 엔지니어들에게 24시간 동안 정규 업무 이외의 무슨 일이든 찾아 하도록 시켰다. 그리고 하루 동안 자신이 재미삼아 한 일을 팀 동료들에게 자랑하고 서로 어울려 맥주를 마시는 시간을 할애했다.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그 하루 동안 그런 활동이 없었으면 결코 나올 수 없었을 엄청나게 많은 소프트웨어 버그 수정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등장했다고 한다. 지금 아틀라시안은 이러한 자유(?) 시간을 전체 일과 시간의 20%로 끌어올렸다(구글은 오래 전부터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한 해 신제품의 절반 정도가 이 20%의 시간에서 만들어진다).

이보다 더 급진적인 것도 있다. ‘결과만 내면 되는 작업 환경(ROWE, Results Only Work Environment)’이라는 것인데, 작업자들은 정해진 시간에 꼭 회사에 있을 필요도 없고, 아예 나오지 않아도 된다. 그들은 그저 자기가 맡은 일만 완수하면 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는 전적으로 작업자 마음이다. 미국 몇몇 기업들이 택하고 있는 이 ROWE 제도는 놀랍게도 생산성·몰입도·만족도를 높였고, 이직률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고 한다.

1990년대 중반에 마이크로소프트(MS)는 엔카르타(Encarta)라는 이름의 전자 백과사전 제작에 착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답게 돈도 많이 들였고, 작업자들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도 주었으며, 또 예산과 시간도 철저하게 관리했다. 하지만 지금 엔카르타는 존재하지 않는다. 불과 몇 년 후에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그저 재미 삼아 여러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서 만든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에게 무참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주도성·전문성·목적성 자극해야

공자가 그랬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뭔 말이냐 하면 자기가 좋아서 즐기며 하는 사람을 아무도 못 당하다는 거다. 정녕 그러하다. 공자도 상상 못했을 지금과 같은 고도화된 시대에 ‘~를 하면 ~를 주겠다(If-then)’ 식의 보상체계는 진부하다 못해 원시적이다. 성과주의가 대세인 지금, 어떤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또 어떤 보상을 줄 것인지에 대한 철저한 고민과 연구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당근에 환호하고 채찍에 몸을 떠는 그런 당나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용삼 - KAIST에서 경영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전자 통신연구원(ETRI)을 거쳐 현재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신사업 발굴 및 기획, 신기술 투자전략 수립 등이다.

1360호 (2016.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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