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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역군으로 떠오른 친환경 농식품 3題] 자동차나 스마트폰만 수출하나요?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홍콩 진출한 아이쿱생협, 유기농차 공급하는 비전코리아, 미생물농법 강자 푸르네

▎지난 7월 22일 아이쿱생협과 홍콩 가가 아이쿱이 홍콩 내 매장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1. 아이쿱생협은 소비자 조합원과 생산자가 함께 운영하는 사업체를 기반으로 윤리적 소비와 생산을 실천하는 협동조합이다. 아이쿱생협은 지난 9월 홍콩에 ‘가가 아이쿱(GAGA iCOOP Limited)’ 매장을 열고 각종 유기가공식품과 친환경 농산물을 홍콩 소비자들에게 판매 중이다. 아이쿱생협의 홍콩 진출은 계기는 2013년 서울에서 열린 GSEF(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 총회였다. 홍콩 매장 설립을 주도한 테렌스 유엔씨는 당시 행사 일정의 하나로 아이쿱생협 자연드림매장 방문을 통해 아이쿱생협을 접하게 됐다. 이후 그는 아이쿱생협의 모델을 홍콩에도 구현시키기 위해 홍콩 내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약 2년 간의 사전 정지작업 후 지난해 11월 아이쿱생협에 매장 설립을 제안했다.

아이쿱생협은 지난 9월 63종의 제품(2만 달러 상당)을 수출한 데 이어 11월 중으로 2차 수출(4만 달러 상당)을 예정하고 있다. 주요 수출 물품은 과자·음료·라면과 같은 가공식품이 중심이지만 이외에도 현미·발아현미·잡곡·멸치·다시마·미역 등과 같은 1차 농수산물도 포함된다. 1, 2차 수출 및 홍콩 현지 판매를 토대로 소비패턴을 분석해 지속적으로 수출 품목과 물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홍콩 시장에 대한 수출 확대를 위해 홍콩 내 추가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 이들과 더불어 홍콩에서 협동조합 운동을 더욱 확산시킬 계획이다.

아이쿱생협처럼 해외에서 국내 친환경 농업의 수출 발판을 마련하는 사례가 계속 나올 전망이다. 특히 홍콩은 95% 이상의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그중 상당 부분이 먹거리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중국산이기 때문에 한국의 친환경 농산물과 가공식품이 틈새를 파고들 여지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한국의 아이쿱생협이 추구하는 윤리적 가치와 협동조합 정신을 홍콩 소비자들과 공유하고 확산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2. 2003년 설립된 비전코리아는 잎녹차·가루녹차·홍차·우롱차·보이차 등 다양한 한국 유기농차를 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친환경 비료 제조와 수출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자회사인 ㈜장원에 유기농 비료를 공급하던 게 인연이 돼 2010년 6월 아모레퍼시픽과 녹차 수출 독점 계약을 했다. 2010년 하반기부터 벌크 단위로 국내 유기농 녹차를 수출하기 시작했고, 2012년에는 자체 브랜드인 ‘해차귀(Hechagi)’ 브랜드를 등록했다. 현재는 유럽·미국·중국·중동 등지로 거래처를 확대했다.

비전코리아의 브랜드 ‘해차귀’는 제주 방언으로 ‘양지 바른 곳’이라는 뜻이다. 제주도 유기농 녹차를 공급하는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다. 비전코리아의 녹차 상품은 제주도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하며, 다류 업계 최초로 생산에서 유통까지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와 GAP(우수농산물인증제도) 인증을 받았다. 기존 티백이나 소포장 제품은 저급 차 위주였으나 해차귀는 고급 잎녹차를 소포장 제품화해서 고급 순수녹차 브랜드의 장점을 살렸다. 해차귀는 일본·유럽·미국·중국 등 총 11개국에서 상표등록을 마쳤다. 또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진행하는 ‘수출상품화사업(해외 시장에서 유망한 품목에 대한 상품 개발 및 현지화를 지원하는 사업)’을 통해 수출에 알맞게 제품군을 확대시키고 포장단위에 변화를 주는 등 수출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비전코리아의 녹차상품은 유럽·미국·중국에서 유기인증을 취득해 경쟁력을 갖췄다. 특히 미국 수출을 위해 현지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현미차·검은현미차·인삼녹차·분말차 등이다. 현미와 볶은 현미 같은 모든 재료는 국내산 유기농 제품을 사용했다. 품목이 다양화되며 녹차 농가와 벼 농가에도 힘을 실어줬다. 이렇게 새롭게 개발한 차는 독일에 ‘해차귀’ 브랜드로 20만 달러어치 물량을 수출했다. 앞으로 지사도 세워 독일을 비롯한 유럽시장에서 브랜드 영향력을 키울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자회사인 이니스프리와 협업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의 케이크 브랜드인 21cake에 가루 녹차 원료를 공급 중이고, 해차귀 브랜드도 정식 론칭했다.

#3. 2009년 설립된 ㈜푸르네는 국내 친환경 미생물농법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젤라틴·키틴 분해 미생물을 대량으로 배양, 다량의 미생물을 한 번에 살포하는 방식으로 병해충을 예방하고 방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전남도의 대학농업벤처 육성사업에 선정돼 전남 장성군에 사업장을 열었다. 미생물을 이용한 식물 영양제와 선충 억제제를 개발해 생산·판매하며, 기능성 미생물을 농가에서 직접 대량으로 배양할 수 있는 미생물 제제를 제조한다. 이른바 GCM 농법에 사용되는 친환경 제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GCM 농법은 작물에 병을 일으키는 곰팡이나 해충 알의 껍질을 둘러싸고 있는 키틴과 젤라틴 물질을 먹이로 살아가는 미생물을 키워서 작물에 살포해 이들 병해충을 퇴치하는 농법이다. 푸르네는 전남대학교 친환경농업연구소와 협력을 통해 친환경 농업 관련 연구개발과 제품 생산에 힘쓰고 있다. 푸르네가 제조·판매하는 친환경 제제의 근본적인 기술은 전남대 김길용 교수(농업생명과학대학)가 10여년 전 개발한 GCM 농법에서 비롯됐다. 이들 제제는 농약과 화학비료의 과다 사용으로 토양에 많은 양의 염류가 집적되고 이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는 현상을 해소하고 작물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 GCM 농법을 활용하는 농가는 현재 1만여 가구에 이른다. 벼를 비롯해 토마토·고추·오이·딸기·상추·마늘 등의 많은 농작물 재배에 활용되고 있다. 일반 관행농법 등에 비해 GCM 농법은 생산비를 평균 30% 이상 절감하고 생산성은 20% 이상 높이는 효과가 있어 저비용 고효율성으로 점차 주목받고 있다. 푸르네는 2011년 농림축산식품부 생명산업기술 개발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3년 간의 연구를 수행했고, 이 연구를 통해 미생물 제제 신제품을 출시하고 동남아 수출에 나섰다. 지난 1월 캄보디아로 ‘젤라틴·키틴 미생물 제제’ 8t을 수출했다. 중국 기업과 약 200억원 상당의 판매계약을 하고 시험포 운영 및 판매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또 미국과 키르기스스탄 수출도 진행할 예정이다. 친환경 농산물시장 확대에 따라 미생물 제제의 수요는 세계적으로 2010년에 4조1000억원에서 2020년은 7조10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친환경농업의 가치 국내외로 전파


▎‘Tea&Coffee Worldcup’에 참여한 비전코리아 부스에서 관계자가 바이어와 상담을 진행 중이다.
이들 사례처럼 자동차나 스마트폰만 요긴한 수출 품목은 아니다. 농산물, 특히 유기농산물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유기농산물은 2014년 기준 약 172개국, 4366만ha의 면적에서 생산되고 있고, 시장 역시 확대되는 추세다. 세계 유기농식품 시장 규모는 1990년 150억 달러에서 2014년에는 800억 달러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현재 시장은 미국과 EU 등 선진국에 집중돼 있고, 중국·일본 등 아시아 시장이 성장 추세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지난 3월 ‘제4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친환경농업 육성을 위해 가공·외식·수출 등 다른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친환경농산물 수요가 생산을 견인할 수 있는 선순환 체계 구축을 적극 유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 남태헌 창조농식품정책관은 “본격화되는 시장 개방에 대응해 친환경 농식품산업이 고품질·안전·프리미엄 상품으로서 우리 농산물의 고부가가치화와 농식품 수출시장 개척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철저한 친환경 인증 관리로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온라인·직거래 등 신유통채널 확충과 가공·외식·수출 등 식품산업과의 연계 강화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계획이다. 또한 환경·건강·안전 등 친환경농업의 가치를 국내외로 확산시켜 미래 농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1360호 (2016.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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