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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마음가짐이 중요;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전략적 목표는 다중의 위기를 무사히 극복하고 다시 도약하는 것이다. 경제를 살리고 정치를 바로잡고 북핵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삼곤마의 위기를 해결할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둑을 통해서 보면 무엇보다도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 삼곤마의 불리한 상황이라고 해서 너무 비관해서는 안된다. 그러면 이판사판으로 무리를 하게 되어 추락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또한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도 안 된다.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위기상황에서는 기분에 따라 처리해서는 안 된다. 이미 버린 몸이라는 생각으로 감정적인 대응을 하면 얼마 못 가 일거에 무너진다. 냉정하게 판세를 읽으며 상대방의 공격을 기다려야 한다. 승부의 저울추는 왔다 갔다 하는 법이기 때문에 참고 기다리면 찬스가 온다. 불경기가 지나면 호경기가 오듯이 도약의 기회는 오게 되어 있다. 이런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전체 판세를 읽으며 최대한 냉정·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왕년에 일본 바둑계의 최고봉으로 군림했던 린하이펑(林海峰) 9단은 불리한 가운데서도 꾹 참고 견뎌내는 전법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별명이 ‘오뚝이’ 또는 ‘이중허리’로 불렸다. 린하이펑 9단은 위기상황에서 금방 쓰러질 듯하면서도 무릎을 꿇지 않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결국에는 승기를 잡는 경우가 많았다.바둑을 둘 때 비슷한 실력이라면 냉정·침착한 사람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감정의 지배를 받아 흥분하거나 의기소침해서는 올바른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고수들은 평정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대결했을 때 기계가 갖는 강점으로 감정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감정을 제어할 수 있다면 그만큼 승부에서는 유리한 법이다. 여러 가지 위기를 만난 우리도 냉정·침착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 같다. 감정적인 대응으로는 경제를 살리기도 어렵고 군사·외교적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도 어렵다.다른 방면에의 악영향 최소화: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흔히 ‘승부수’라고 하는 전략이 있다. 이것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특별한 방법을 써서 승부를 거는 것이다. 옛날 김영삼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몰릴 때 단식투쟁을 하여 상황을 극복한 것이 승부수 전략이다. 이 전략은 성공하면 위기극복의 묘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실패하면 패배를 앞당기는 패착이 되는 단점이 있다. 말하자면 리스크가 큰 전략인 것이다. 군사적으로는 배수진을 치고 필사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는 전략이다.그런데 양곤마나 삼곤마로 쫓기는 상황에서는 이런 승부수를 쓸 여력이 많지 않다. 우선은 대마의 안정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따라서 모험을 걸기보다는 곤마들을 무사히 수습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 때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한 쪽을 처리하느라고 다른 쪽에 악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치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거나, 군사·외교 면에 부정적 효과를 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쪽을 해결하려다가 다른 쪽에서 피해를 많이 본다면 그것은 위기극복으로 하책 중의 하책이다.[3도]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백은 일단 가장 중요한 곳인 오른쪽 돌을 백1로 달아나야 한다. 흑2로 공격해 온다면 백3·5로 자체에서 삶을 도모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백1 쪽에 크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고 수습한 모습이 된다. 아직 백이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이렇게 해 놓으면 백은 하나의 돌이 수습되어 기회를 엿볼 수 있다. 급한 문제를 하나 처리하고 나면 부담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현 상황에서 우리는 정치적인 문제가 경제 등 다른 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한다. 또한 대북 문제도 우리 경제와 국가적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분석해 보아야 한다.
정수현 - 1973년 프로기사에 입단한 후 1997년 프로 9단에 올랐다. 제 1기 프로신왕전에서 우승했다. 한국프로기사회장, KBS일요바둑·바둑왕전의 해설자를 역임했다.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둑 읽는 CEO』『반상의 파노라마』 『인생과 바둑』 등 30여 권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