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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글로벌 자산시장 투자법] 경기순환주·금융주, 신흥시장 채권 유망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JP모간 자산운용 “투자시장의 사계절 도래” … 자산별·지역별 분산투자 필수

글로벌 자산시장에 변화의 기운이 감돈다.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경제·재정·무역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미지수다. 미국 금리 인상 역시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가 막을 내리면 주식·채권·원자재 등 각종 자산군 수익률이 변곡점을 그리면서 투자자의 희비가 교차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내년에는 유럽 지역의 선거가 잇따라 예고돼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국내 정치도 벌써부터 핵폭탄급 혼란에 시달리는 중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JP모간 자산운용은 다가오는 2017년을 일컬어 ‘투자시장의 사계절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성장률(봄)과 인플레(여름)는 상승세를 타고,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가을)과 정치상황(겨울)은 냉각기를 걸을 조짐이 보인다며 세계 거시경제 상황을 사계절 테마에 맞춰 알기 쉽게 정리했다.

봄 | 만물이 소생하는 봄처럼 글로벌 성장이 깨어난다

내년 자산시장의 대명제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 즉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이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날개를 접고 위험자산 투자가 서서히 고개를 들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완만하지만 안정적인 글로벌 경제 성장이 경기 회복을 강화해 신중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까지 움직일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전 세계 제조업의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 10월 52.0으로 2014년 12월(51.4)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정 지역이나 나라에 국한된 현상이 아닌 선진국과 신흥국 전반에 걸친 긍정적 신호라는 분석이다. JP모간 자산운용 타이 후이 수석 아시아 시장 전략가는 “미국의 경기 침체를 둘러싼 우려가 다시 살아날 수 있으나, 소비가 선진시장의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 원자재 가격과 미 달러가 안정세에 접어들면 신흥시장은 지속적인 반등이 가능하며 다시 한번 선진 경제를 능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여름 | 기대 인플레이션 뜨거운 상승, 근원 인플레는 글쎄…

경제 주체들의 물가상승 체감을 나타내는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은 트럼프 당선 이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몇 년 간 내리막길을 걸은 에너지 가격이 2017년 상반기부터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가장 큰 근거다. 미국 실업률이 내려가고, 고용시장의 구인난이 커지는 현상 역시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여기에 트럼프발 부채질이 더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공약으로 1조 달러 대의 인프라 투자를 공약했고 이는 현실화 될 가능성이 크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재정위기 이후 재정 건전화를 위해 멈춰있던 미국의 인프라 투자가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분명히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의 재정 확대책과 이민정책, 보호무역주의 역시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들로 작용한다. 하지만 실제 물가가 기대 인플레이션을 따라갈지는 미지수다. 11월 방한한 찰스 덜라라 전 국제금융협회(IIF) 회장의 말처럼 “대규모 양적완화는 한계에 부딪혔고 이제 자산가격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로 나타났던 인플레이션 현상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당분간은 지역별 격차가 나타날 조짐이다. 후이는 “미국에서 인플레가 상향 압력을 받겠지만 유럽·일본·아시아 등 다른 지역의 내년 인플레 압력은 그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을 | 통화정책 고갈기 … 정부 주도 부양책의 부재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은 저금리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태도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기조가 이른 시일 내에 반전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역시 단숨에 큰 폭으로 이뤄지긴 힘들다. 후이는 “내년 미국 금리 인상이 2~3차례에 걸쳐 일어날 것”이라면서 “내년 말 기준 1.0∼1.5%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절대적 수치로 봤을 때 금리가 높은 수준은 아니다. 시장에 거센 변화를 몰고 올 통화정책이 사실상 고갈돼 이제 더 없다는 얘기다. 통화정책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해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정부 주도의 재정 부양책을 쉽게 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미 선진국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수준이 위험 단계에 와 있어서다. 불안한 각국의 정치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선거 직전에 큰 규모의 재정확장이 이뤄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국들이 내년 정권 교체기에 진입한다.

겨울 | 경제를 집어삼키는 정치 리스크 … 불어난 부채도 위험

불확실성은 시장에 냉기를 불어넣는다. 2017년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르는 해다. 당선 이후 다소 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성은 완전히 베일에 가려있다. 오바마케어나 이민자 정책 등에 있어서는 입장을 선회했지만 감세정책, 인프라 투자, 규제완화 등 친기업 정책은 그대로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의회가 그의 정책에 얼마나 동조할지, 내각 구성을 어떤 인물들로 할지에 따라 실제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에 대한 무역보복이나 무역협정 재협상 등 보호무역주의가 시행되면 글로벌 경제 전반에 큰 먹구름이 드리워진다. 유럽 지역에서는 선거가 줄줄이 예고돼 있다. 12월 4일 이탈리아 개헌 투표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프랑스·독일·네덜란드 등에서 선거가 진행된다. 최근 유럽 내에서는 반기득권 포퓰리즘 정당이 급부상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발생한 브렉시트도 같은 맥락이다. 후이는 “반세계화, 탈유럽연합(EU) 기조의 정당이 어느 나라에서건 집권당이 될 확률은 낮지만 의석수가 다소 증가할 것”이라면서 “의석이 세분화되면 그만큼 금융 안정을 위한 정부의 재정정책 시행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각국의 국가부채가 위험 수준이 도달한 것도 글로벌 경제의 적신호다. JP모간 자산운용에 따르면 GDP 대비 총정부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미국이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만큼 가계부채 역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곳은 어디일까. 후이는 “최근 몇 년 동안 좋은 성과를 보인 채권 성격의 주식보다는 경기순환주 및 금융주를 중심으로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채권 투자는 국가별로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갖는 게 중요하다. 국채보다는 신용물과 신흥시장 채권이 유리하다. 한동안 열풍이 불었던 중국·베트남 투자는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지만 장기 투자라면 그냥 두는 편이 낫다. 후이는 “반세계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중국·인도·인도네시아 등 내수시장이 탄탄한 시장이 안전하다”면서 “달러 가치가 최고점을 찍는 시점이 신흥국 투자의 적기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산별·지역별 분산투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1363호 (201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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