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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리더 | 공모주 투자 전문 리운자산운용 김병국 대표]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원금 까먹지 않아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2004년부터 IPO 투자에 전념... 내년엔 불확실성 커서 투자에 신중해야

▎리운자산운용 김병국 대표. / 사진:중앙포토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여 운영하는 일종의 사모펀드로, 시장상황에 개의치 않고 절대수익을 추구한다.’ 두산백과사전에 나온 ‘헤지펀드’의 정의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운용사 설립 문턱을 낮췄다. 허가제를 등록제로 바꾸고, 자본금 기준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완화했다. 한국형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조치였다. 최근 1년 간 헤지펀드 운용사 76곳이 새로 등장했다. 11월 말 현재 헤지펀드 설정액 규모는 약 6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3조원)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다만 덩치는 불렸는데 알맹이가 없다. ‘시장상황에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는 취지와는 동떨어지게 현재 운용 중인 62개 회사의 224개 펀드 가운데 절반 이상(119개)이 올 들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올 들어 11월 23일까지) 코스피 상승률(1.36%)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낸 펀드는 154개에 이른다. 이 와중에 눈에 띄는 곳이 있다. 운용 중인 5개 펀드 모두 3~6%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20%를 웃도는 화끈한 수익률은 아니지만 올 3월 설정 이후 원금을 까먹은 적이 없다. 리운자산운용 얘기다. 이 회사 김병국(54) 대표를 최근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펀드 성과가 꾸준히 안정적이다. 비결이 뭔가.

“공모주(IPO)에만 투자한다. 5개 펀드 가운데 IPO 펀드가 2개, 공모주 배정 때 혜택을 받는 하이일드 펀드가 3개다. 1988년 한신증권(현 한국투자증권) 입사 후 15년 간 주식과 선물옵션 운용을 하다 회사를 나와 2004년부터 IPO 투자에 전념했다. 600여개 케이스를 자료로 정리했고, 공모주 투자 성패를 좌우하는 80여가지 팩터(요인)를 개발했다. 주식시장에 시황이 있듯이 IPO 시장에도 흐름이 있다. 같은 회사인데 12월에는 공모가 철회되고 2월에는 성공한다. IPO 시장의 흐름을 10여 년간 추적하다 보니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것 같다.”

올해 공모주 투자는 어땠나.

“72개 공모주 가운데 20여개 종목에 투자했다. 제일 잘한 건 오가닉티코스매틱이라는 중국 화장품 업체에 투자한 거다. 공모가가 4000원이었는데 상장 첫날 651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50% 수익 내고 바로 팔았다(※11월 30일 현재 이 회사 주가는 5180원이다). 펀드 전체 수익률을 2%포인트 가량 높였다.”

공모주를 보통 상장 첫날 파나.

“공모주 투자 성패는 언제 파느냐가 좌우한다. 작년에 만약 공모주를 받아서 연말까지 계속 들고 있었다면 평균 수익률이 -4%였을 거다. 계속 들고 가는 게 펀드 수익에 도움을 주는 건 아니다. 대체로 일주일을 안 넘기고 판다. 펀드에 주식을 쌓아놓지 않는다. 다른 펀드는 오랜 기간 투자하기도 한다. 그러면 상장 초반에는 발행시장의 프리미엄(※대개 공모주는 상장 때 경쟁사 대비 할인해서 발행된다)을 챙기고 상장 이후에는 시장에서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도 챙길 수 있다. 일부 공모주 펀드가 30%를 웃도는 수익을 내는 이유다. 그러나 그만큼 리스크가 커진다.”

그렇지만 그만큼 화끈한 수익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고객들은 리운에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달라고 돈을 맡긴다. 공모주는 발행시장의 프리미엄을 기본으로 깔고 가기 때문에 웬만해선 마이너스 성과를 내지 않는다. 공모주를 안 팔고 들고 있으면 유통시장으로 들어가는 격이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그대로 감수해야 한다. 상장 첫날이나 둘째날 파는 전략으로 10여년 간 투자하면서 마이너스 수익을 낸 적이 없다.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원금을 까먹지는 않았다.”

‘공모주 전문 운용사’라는 타이틀을 얻을 순 있겠지만 공모주에만 투자해서는 회사 덩치를 키우기 어렵지 않겠나.

“기관 수요예측에 참여하면 대기업 계열 공모주를 제외하곤 펀드 사이즈에 관계없이 공모주 수량을 똑같이 배정받는다. 그러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가입한 펀드 사이즈가 작을수록 할당받는 주식수가 늘어나는 셈이다. 공모주 펀드는 사이즈가 작을수록 유리하다. 때문에 당장은 무리하게 돈을 받아 사이즈를 키울 생각이 없다. 대신 회사가 좀 자리 잡고 나면 프리 IPO 투자에도 나설까 한다(프리 IPO 투자는 1~2년 내 상장을 앞둔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메자닌(주식과 채권 사이에 있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투자에도 관심 있다.”

공모주는 개인들도 투자를 많이 한다.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비결을 알려달라.

“기업가치에 대한 분석이 기본이다. 공모주 투자를 하겠다면 공부 좀 해야 한다. 사업보고서 숙지는 필수이고, 공모기업과 유사한 회사에 대한 분석도 함께해야 한다. 어렵다면 심플하게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을 살피는 방법도 있다. 대체로 경쟁률이 높으면 괜찮은 기업이다.”

구체적인 투자 팁을 알려 달라.

“앞서 말한 대로 공모주는 장기 투자가 아니기 때문에 2~3년 후에 유망한 업종이 아니라 지금 현재 시장에서 제일 핫한 업종에 속한 주식을 고르는 게 좋다. 그래야 시장이 열광해 주가를 후하게 쳐준다. 사실 워낙 경우가 다양해 하나로 딱 골라 비법을 말하긴 어렵다. 그렇지만 경험상 ‘손탄’ 주식은 상장 후 주가가 별로 안 좋더라.”

‘손탄’ 주식이 뭔가.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많이 되는 종목이다. 어떤 경로로든 주식이 시장에 풀려 다수가 투자했고, 투자자들은 장외시장에서 팔면 양도소득세(대기업 20%, 중소기업 10%)를 내야 하기 때문에 상장되기만을 기다렸다가 상장되자마자 파는 경향이 있다. 팔자는 물량이 많으니 주가 흐름이 좋을 수 있겠나. 손탄 주식보다는 대주주 외에 특별한 주주가 없어 초기 유통 수량이 적은 종목이 상승 확률이 높다.”

공모주 투자를 위해 회사 기업설명회(IR)에 가는 게 도움이 되나.

“된다. 기업의 대표 목소리를 육성으로 들으면 보고서에 나온 숫자로는 잡지 못했던 ‘감’을 잡을 수 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대표의 정직성이다. 회사 대표야 공모가를 높이고 싶을 테니 내년도 매출까지 당겨서 잡고 싶을 테고, 리스크는 감추고 싶어할 거다. IR서 대표가 하는 얘기 듣고 조금 찜찜한 느낌이 들었을 때는 어김없이 상장 후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았다.”

내년 IPO 시장은 어떨까.

“롯데쇼핑이나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넷마블 같은 회사들 상장이 예정돼 있다. 사이즈로 보자면 올해와 비슷할 것 같다. 어쨌든 시장 자체가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 투자에는 신중해야 하겠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

“시장을 예측하기보다는 시장에 순응하는 전략이 맞다. 이럴 때일수록 테마주를 쫓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회사 실적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주식과 부동산 모두 불확실하다. 안전 자산 위주로 보수적이고 냉정하게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좌우명으로 생각하는 명언이 있다. 천재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것은 아무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남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발품 팔고, 더 많이 노력하는 것만이 숨겨진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1363호 (201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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