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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의 이 한 문장] 상대방 입장에서 자신을 판단하라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경영연구원장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심리 상태를 쉽게 간파할 수 있다. 대규모 전투에서도 적군을 두려워하면 소극적이 된다. 일 대 일로 싸울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은 병법에 밝고 지략이 뛰어난 상대를 만나 두려움에 전전긍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싸움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방법을 강구해야 승리한다. -불의 장

‘역지사지 (易地思之)’,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지 말고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삶의 지혜를 전한 맹자의 교훈은 무사시가 가르치는 전술의 핵심이기도 하다. ‘교병필패(驕兵必敗)’, 자신의 힘을 과신하는 교만한 군대는 반드시 패한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知彼知己 百戰百勝)’,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승리한다는 고사성어도 마찬가지 의미이다.

무사시의 관점에서 승부사에게 중요한 것은 강함이 아니라 승리다. 승부의 세계는 강하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고 약하다고 지는 것도 아니다. 생사를 걸고 맞붙는 결투에서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속담처럼 상대방은 강점만 보이고, 우리 편은 약점만 눈에 들어오게 되기 쉽다. 하지만 사실은 똑같은 입장이다. 강해 보이는 적도 나름대로 약점이 있고 걱정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교만에 빠져있거나 두려움에 휩싸여 있으면 이길 수 없다. 그래서 무사시는 항상 적군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고 가르친다.

이스라엘은 1948년 5월 건국 후 주변 아랍국가들과 네 차례 전면전을 벌였다. 특히 67년 3차 중동전에서 아랍연맹에 대한 선제공격으로 6일 만에 승리하면서 본토 면적의 다섯 배 크기인 이집트 시나이 반도와 시리아 골란고원을 지배 권역에 편입해 무적 이스라엘의 신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1~3차 중동전의 완승으로 교만해진 이스라엘은 73년 4차 중동전 초반에 시나이 반도를 침공한 이집트 군에게 대패하면서 국가 패망의 위기로까지 몰렸다. 이집트 군의 소련제 대공미사일과 대전차 미사일에 이스라엘 전투기와 탱크가 대량으로 격파되면서 서부전선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이집트 군과 동시에 동부전선으로 치고 들어온 시리아 군은 시나이 반도에 집결시킨 1200대의 대규모 탱크부대로 공격을 시작하였고, 이스라엘 군은 불과 100여 대의 탱크로 방어에 나섰다. 절대 열세의 이스라엘 군은 400여 대의 시리아 탱크를 격파하면서 분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방어 전력이 무너지려는 마지막 순간에 갑자기 시리아 군이 퇴각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스라엘 탱크부대장이었던 벤 갈 대령의 회고는 이렇다. “상대방이 어떤 처지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언제나 자기보다 나으려니 생각하게 마련이죠. 시리아인들은 성공의 기회가 사라졌다고 오인한 게 분명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절망적인 상황이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전쟁 초기 서부방면을 침공한 이집트 군에게 대패했으나, 시리아 군의 오판으로 간신히 전세를 회복한 이스라엘은 이집트에 대한 반격에도 성공하면서 유리한 입장에서 이집트와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전쟁을 종결한다. 그러나 패망 직전까지 몰렸던 이스라엘에서는 골다 메이어 수상, 모세 다얀 국방장관 등 정부 수뇌부가 퇴진하고 정권도 교체됐다.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과의 4차 전쟁은 ‘과거의 승리에 취하면 위기를 맞는다’, ‘자신의 능력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라’는 값진 교훈을 남겼다.

1367호 (201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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