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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탁 기자의 바이오 이노베이터 (9) | 조호연 CTC바이오 회장] “발기부전과 조루증 한 번에 잡는 약 임상 중”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동물약품에서 인체의약품 분야로 사업 확대… 발효와 코팅 기술 분야 글로벌 기술력 확보

성공은 실패를 두려워 않는 도전에서 비롯되게 마련이다.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이 주목받는다. 바이오 강국을 꿈꾸며 숱한 실패를 딛고 도전을 이어온 혁신기업과 CEO를 소개한다.


▎조호연 CTC바이오 회장. / 사진:김춘식 기자
대한남성과학회에 따르면 한국 성인남성 1700만 명 중 대략 500만 명이 조루증을 겪고 있다. 유병률이 27.5%에 달한다. 매우 흔한 병이라는 얘기다. 이런 조루를 치료하는 대표적인 치료제로는 메나리니의 프릴리지가 있다. 세계 최초의 경구용 조루 치료제다. 한국에서는 2013년 CTC바이오가 처음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 애써 개발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환자가 약을 찾지 않았다. 조루를 숨기거나, 인지했어도 병원을 찾지 않는다. 수백억원의 연구비를 쏟아 부은 CTC바이오 담당자들은 낙심했다. 조호연 CTC바이오 회장은 “이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발기부전증 치료제와 병행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쉽게 말하면, ‘세워서 오래간다’는 컨셉트다. 현재 CTC바이오는 자체 개발한 조루치료제 ‘컨덴시아’에 ‘비아그라’를 결합한 제품을 임상시험 중이다.

휴대가 용이한 필름형 조루 치료제도 준비 중이다. 12월 6일 CTC바이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컨덴시아를 필름 제형으로 개발하기 위한 복제약 임상시험을 신청했다. 필름형 의약품은 셀로판과 같은 얇은 막 형태로 혀에서 녹여서 섭취할 수 있다. CTC바이오 관계자는 “필름형 의약품 기술을 보유한 덕에 제품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조루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CTC바이오는 조호연 회장이 1993년 설립한 제약 기업이다. 국내에는 홍천, 안산, 화성, 김해에 생산 공장과 연구소가 있다. 베트남에도 생산 공장을 설립해 해외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베트남에도 투자 법인을 설립해 해외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금은 다양한 의약품을 연구·제조하고 있지만 시작은 동물약품 및 사료첨가제를 판매하는 기업이었다. 서울대 축산과를 나온 조 회장은 국내 사료 시장에 관심이 많았다. 대부분이 수입품이었는데, 이들 제품에 버금가는 제품을 만들 자신이 있었다.

동물약품·사료첨가제로 사업 시작


그가 주목한 분야는 사료 첨가제다. 축산 농가 대부분은 소나 돼지에게 사료를 먹인다. 이때 소화를 돕는 약품을 사료 첨가제라고 한다. 조 회장은 “사료의 주성분인 효소를 얼마나 잘 소화하느냐에 따라 성장 속도와 면역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좋은 제품을 만들 기술력이 있다고 자신해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공을 들여 연구한 분야는 코팅 기술이다. 사료 첨가제는 맛이 쓴 편이라 가축들이 먹기 싫어한다. 약에 얇은 막을 씌워줘야 가축들이 거부하지 않고 사료와 함께 먹을 수 있다. 조 회장은 “너무 얇으면 입에서 녹고, 두꺼우면 위를 지나서 대장으로 내려간다”며 “동물마다 특징이 다르기에 많은 연구를 하며 적절한 양을 찾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동물용 효소제는 지금도 CTC바이오의 주력 제품 중 하나다. 동물용 효소제인 씨티씨자임(CTCZYMEⓇ)은 과학기술대상·장영실상 같은 국내 주요 과학 상을 휩쓸었다.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주요 국가와 멕시코, 브라질 등 중남미에 수출 중이다. 지난해에는 캐나다에서도 허가를 획득해 북미 진출도 임박했다. 조 회장은 “좋은 약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였기에 때문에 수익이 생길 때마다 연구개발(R&D)에 매달린 덕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필름형 비아그라의 원조


▎사진:김춘식 기자
R&D 투자 과정에서 CTC바이오는 예상 못 했던 자산도 얻었다. 세계적 수준의 발효기술과 코팅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면 미생물 발효기술, 약물 코팅기술, 약물 전달기술(DDS, Drug Delivery System)이 나온다. 동물 의약품에서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던 CTC바이오는 2002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자금을 마련한 조 회장은 커다란 도전을 한다. 인체 의약품 개발에 뛰어든 것이다. 기술력을 확보한 약물 전달 및 코팅기술을 활용하며 틈새 시장을 노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항생제와 어린이 의약품 시장을 공략했다. 코팅기술을 이용해 쓴맛이 없는 소아용 의약품을 만들 수 있다.

“코팅기술은 맛을 차폐하는 것으로 케미칼 제제의 매우 강한 쓴 맛을 차폐하는 당사의 기술은 단순히 슈가 코팅을 하는 정도의 하위기술수준이 아니라 원료자체의 이온결합변경 등 화학적, DDS 기술이 높다는 것을 설명 드리고자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소화제나 감기약에 코팅을 입혀 단맛이나 과일 맛이 나게 할 수 있다. 항생제 원료를 활용해 약품을 개량하는 연구 용역에도 뛰어들었다. 약효를 높이거나 부작용을 낮추는 일이다. 개량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해당 원료를 제약회사에 공급한다. 동물 의약품을 개발하며 수 없이 해왔던 일이다.

“DDS기술을 바탕으로 한 개량신약 개발기술이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원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단 항생제나 어린이 약에 대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의약품을 현재 상태보다, 더욱 복용하기 쉽게, 약효를 오래 가도록, 동시처방이 일상적인 두개 이상의 약물을 하나의 약으로 만드는 일, 이러한 것이 우리 기술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던 CTC바이오를 업계가 주목하게 만든 사건이 벌어졌다. 국내 최초로 구강 용해용 필름 제형을 발기부전증 치료제에 도입한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유통된 필름형 비아그라를 이 회사가 개발했다. 조 회장은 “미국의 필름형 입 냄새 제거제를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우리 기술이면 이것보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데 이를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지 연구팀에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회장님이 1년 시간을 주며 필름형 발기부전증 치료제 개발을 지시했다”며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워낙 진지하게 말씀하셔서 정신 차리고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1년 SK케미칼에서 물 없이 입에서 녹여 먹는 필름형 제품 ‘엠빅스S’를 선보였다. ‘혁신적인’ 제품이란 평을 들으며 발기부전증 치료제 시장 성장에 기여했다. CTC바이오가 SK케미컬에 제공한 제품이다.

“SK케미칼은 먼저 자사 제품에 적용하고자 했고, 우리는 이에 동의하여 기술적 협력을 해준 것 입니다. 이런 사연으로 SK케미칼은 자사의 원물질로 제조하고 있는 엠빅스(발기부전치료제)를 국내 최초의 필름형의약품으로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CTC바이오는 제품 개발에 성공하자 SK케미컬에 생산 및 판매를 제의한다. 안산 SK케미컬 공장 내부에 자체 생산 라인을 설치하고 제품을 공급했다. 꾸준히 생산량을 늘리다 아예 SK케미컬 안산 공장을 인수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 공장을 인수한 이례적 ‘사건’이다. SK케미컬은 공장 이전을 준비 중이었고, CTC바이오는 생산 거점이 필요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덕에 쉽게 계약을 진행할 수 있었다. CTC바이오의 필름형 비아그라는 지난해 러시아에 수출을 시작했다. CTC바이오는 이를 계기로 CIS(독립국가연합)와 멕시코 등 7개 국가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러시아 현지 임상의 성공은 CTC바이오 기술이 글로벌한 제품임을 입증한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국내 의약품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2013년엔 조루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 역시 국내 최초다. 발기부전증 치료제와 조루 치료제는 원리가 비슷하다. 발기부전증 치료제가 혈압을 높여 발기를 돕는다면 조루 치료제는 혈압을 조절해 사정 시간을 늘려주는 원리다. CTC바이오가 개발한 국산 조루 치료제 개발에는 휴온스, 진양제약, 동국제약 등 중견제약사도 참여했다. 국내 유통 및 판매는 상위제약사에 판권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 회장은 “아직은 시장 초기 단계라 매출이 적지만 발기부전증 치료제와의 복합약, 그리고 필름형 조루 치료제 개발을 통해 시장을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1368호 (2017.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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