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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 혁신 선보인 송명근 올리브유니온 대표] 보청기 가격 10분의 1로 줄이고 성능·편리성 극대화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 … 설립 1년도 채 되지 않은 스타트업

▎지난 3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올리브유니온 사무실에서 만난 송명근 대표는 “올리브보청기를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했을 때 사용이 편리해진다”고 설명했다.
“내가 이 실험의 테스터로 참여하는 게 너무 기쁘다. 당신들이 하는 일이 너무나 고맙다. 당신들이 선보인 제품이 실제로 나온다면 많은 이들의 삶을 바꿔놓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초 미국의 유명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인디고고에 올라온 보청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펀딩에 참여한 앨리시아 아라곤은 게시판에 위와 같은 글을 올렸다. 이 외에도 “제품이 기대된다”, “빨리 사용해보고 싶다” 같은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1월 5일 기준으로 펀딩 금액은 목표액 2만 달러(약 2300만원)를 1300%나 넘어 28만4000달러(약 3억3800만원)를 기록했다. 3000명 넘게 보청기를 구입했다.

인디고고 펀딩 목표액 1300% 넘겨 주목


▎무게 7.2g에 불과한 올리브 보청기. 케이스는 두 번 정도 완충할 수 있는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 / 사진:올리브유니온 제공
이 보청기의 이름은 ‘올리브’, 이 제품을 선보인 곳은 2016년 7월 설립된 한국 스타트업 올리브유니온이다. 송명근(30) 올리브유니온 대표는 “제품 출시에 앞서 사용자들의 반응을 알아보려고 크라우드펀딩에 올렸는데 이렇게 큰 주목을 받을지 몰랐다”며 웃었다. 오는 7월부터 제품 배송이 시작될 예정이다.

올리브 보청기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보청기 가격이 100달러(약 11만원)에 불과하다. 국내외 보청기 가격은 보통 100만원을 넘는다.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보청기 가격 비교’ 자료에 따르면 유명 브랜드 보청기 가격은 120만~180만원을 형성하고 있다.

어떻게 10만원대 보청기가 가능했을까. 송 대표는 “보청기 시장에 혁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보청기의 주요 부품은 앰프, 스피커, 배터리, 마이크로폰, DSP(Digital Signal Processor·음성을 전기신호로 바꿔준 후 다시 음성신호를 보내주는 장치) 등으로 이뤄진다. 한국 보청기 업체들은 대부분 부품을 수입한 후 조립해서 파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에서 보청기 부품을 양산하는 곳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고 유통을 하는 과정에서 보청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보청기 가격의 진실을 알기 위해 송 대표는 업계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한 보청기 영업사원은 그에게 “1주일에 하나만 팔아도 먹고 산다”는 말을 했다. 정부지원금도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데 한 몫 한다는 것을 알았다. 정부는 청각장애인 등급 판정을 받으면 보청기를 구입할 때 100만원이 넘는 지원금을 준다. 송 대표는 “그동안 업체들은 보청기 가격을 내리거나 제품을 개발하지 않아도 사업을 유지했기 때문에 혁신이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한 보청기 업체에서 얼마 전 60만원대 보청기를 내놔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보청기 가격에 거품이 많다는 것을 알려줘서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내놓은 '보청기 국내외 시장분석'에 따르면 전체 난청 인구 대비 보청기 보급률은 7.5%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 보청기 보급률은 25%다. 한국의 보청기 보급률이 낮은 이유는 비싼 가격 때문이다. 송 대표가 국내에서 잠재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지난해 9월 IBK기업은행은 사회연대은행과 함께 ‘소셜벤처 성장지원 사업’ 시상식을 열고 올리브유니온 등 10개 스타트업을 선정하기도 했다. 올리브유니온이 지향하는 사회적 기능을 인정했다.

10만원대 가격에 맞추기 위해서 송 대표는 올리브 보청기의 크기를 줄이거나 충전식 배터리 용량을 늘이는 것은 포기했다. 그렇게 하면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올리브 보청기 무게는 7.2g, 크기는 2.2cm, 폭 1.9cm, 높이 2.3cm다. 여느 제품과 달리 올리브 보청기는 충전식 배터리를 사용한다. “보청기 사용자가 1회용 배터리에 불만이 많다. 교체가 귀찮기 때문”이라고 충전식 배터리를 채택한 이유를 말했다. 현재 한번 완충을 하면 8시간 정도 사용이 가능하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제품의 본질만 남기고 나머지 불필요한 비용은 모두 제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보청기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썼다. 올리브 보청기를 착용하면 보청기인지 이어폰인지 구분을 하기 어렵다. 세련된 디자인 덕분이다.

송 대표는 인터뷰 중에 “우리는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라고 자주 강조했다. 그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내세우는 혁신은 스마트폰과 보청기를 블루투스로 연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제품에서는 볼 수 없던 시도다.

스마트폰 앱과 연결해 편리성 높일 계획

보청기를 구입해서 착용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귀 모양에 맞게 본을 뜨고 조립을 하는 것부터 청력검사를 하고 어떤 주파수대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후에 보청기 주파수를 세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보청기를 착용하는 데까지 보통 1개월이 필요하다. 보청기를 착용한 이후에도 불편함은 계속된다. 때에 따라서 청력검사를 하고 보청기 주파수를 재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작업을 하려면 보청기를 구매한 곳에 가야만 할 수 있다.

올리브유니온이 준비 중인 앱을 이용하면 청력검사를 하고 사용자에 필요한 보청기 주파수를 바로 세팅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 재방문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보청기를 자신에 맞게 세팅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신뢰성이다. 보통 청력검사는 외부 소음이 없는 곳에서 진행된다. 스마트폰 앱으로 청력검사를 하면 외부 소음이 유입된다. 그는 “데이터가 많이 쌓이면 정확도도 올라가게 된다”고 자신했다. “우리 제품을 구매한 이들은 사용 데이터를 우리에게 보내게 된다. 이런 데이터들이 쌓이면 일반 공간에서 청력 검사를 하거나 보청기 주파수를 맞추는 게 갈수록 정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한 대학병원과 손 잡고 임상실험도 할 계획이다.

그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대 대학원에서 건축학 석사 과정을 밟다가 중퇴하고 한국에 돌아와 창업을 했다. 석사 과정에 만족하지 못했고 내 일을 할 것이라는 결심을 내리고 한국에 돌아왔다. 보청기에 관심을 가진 것은 친척이 400만원이 넘는 보청기를 구입했는데, 하루만 사용해보고 포기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창업 후 1개월 만에 LIG 계열사로부터 1억원의 투자를 받으면서 미래성도 인정받았다. “올해 1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을 계획”이라는 송 대표는 “올해 매출액은 수십억원 정도 될 것이고, 내년에는 100억원이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1368호 (2017.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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