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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가&혁신가 | 김주윤 닷 대표] ‘스티브 원더’가 반한 ‘닷 워치’(시각 장애인 위한 세계 최초 점자 시계) 개발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선주문 물량만 15만 대...사우디·케냐 등에서 공공 프로젝트 진행 중

▎김주윤 닷 대표.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부터 닷새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맨체스터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는 ‘국제 장애인 정보통신 접근성 및 보조기기 콘퍼런스(CSUN)’가 열렸다.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술을 선보이는 행사다. 올해 31번째를 맞는 행사에서는 전 세계 140여 개 업체가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장애인을 위한 책상과 의자를 개발하는 기업부터 스마트 시티 관련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업체들이 전시장에 부스를 마련했다. 세계적인 팝스타 스티비 원더가 전시장을 찾았다. 이곳저곳을 돌아본 후 710번 부스를 방문했다. 부스에 전시되어 있던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그는 ‘와우’라는 감탄사와 함께 “이 제품을 어떻게 구매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비서를 통해 그 자리에서 바로 선주문을 했다. 그를 웃게 한 제품은 한국의 스타트업 ‘닷’이 만든 세계 최초의 점자 시계 ‘닷 워치’다. 김주윤(28) 닷 대표는 “그가 우리 제품에 대해 너무 만족했기 때문에, 그를 위한 특별한 에디션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웃었다.

영국·스웨덴 등 15개국과 유통 계약

스티비 원더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각 장애인들이 닷 워치의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닷의 공식 페이스북에는 “닷 워치를 우리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다” “너무나 소중한 제품이다. 출시를 빨리 해달라” 같은 해외 고객들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닷 워치의 선주문 물량은 15만대다. 영국·스웨덴·네덜란드·덴마크 등 15개국의 유명 유통업체가 닷 워치의 유통을 하겠다고 계약을 맺은 상황이다.

김 대표는 내년 1월부터 영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배송을 시작할 계획이지만, 내년 출시될 물량은 6만 여대에 불과하다. 15만대 전부를 출시할 수도 있지만 제품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서 서두르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세계에서 처음 나온 제품인 만큼 어디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완벽한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 완급을 조절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2017년 닷의 매출액은 18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스타트업에 100억원대 매출은 큰 의미가 있다. 내년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30g의 가벼운 무게에 30만원 정도 하는 닷 워치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은 시각장애인용 점자 기기다. 김 대표는 “그동안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점자 기기의 가격은 500만원이 넘는데다 무겁고 커서 일상에서 사용하기 어려웠다”며 “가격을 대폭 낮췄고, 사용하기도 편하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닷 워치는 블루투스 기반으로 스마트폰의 알림을 점자로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오는 문자나 시간은 닷 워치 전면에 있는 30개의 점자가 돌출하면서 내용을 알려준다. 스톱워치 기능도 가능하다. 향후에는 닷 워치에 통신 기능을 탑재해 문자도 보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통신 기능이 들어가면 통신사와 함께 협업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닷 기기에 들어간 핵심 기술은 액추에이터(Actuator)이다. 자석의 기능을 이용해 점자를 돌출하게 하고,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그는 “이 기술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2년 동안 개발해서 완성했다”고 강조했다. 닷에서 출원한 특허만 50여 개가 넘을 정도로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25명의 임직원 중 4명의 연구원이 핵심기술을 개발했다. 김 대표는 “우리의 특허를 피해서 비슷한 제품을 내놓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전 세계 시각 장애인은 2억85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 7000만~8000만 명은 사고나 병으로 인한 후천적 장애인이다. 이들을 위한 장비는 여전히 발전이 더디다. 김 대표는 “닷 워치 사업을 하기 위해 기존 장비를 만드는 경영자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들에게서 기업가 정신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지금의 장비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기술을 개발하지 않았고, 새로운 기술이 나와도 채택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칸 국제광고제에서 스타트업 최초 수상

닷 워치의 기술을 이용한 닷 미니는 닷의 공익적 성격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점자 기기로 가격은 15만원 정도다. 점자를 배워야 할 아이들을 위한 점자 교육용 기기로 출시된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경제 규모가 작은 제3세계 국가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케냐 정부는 닷과 100만 달러(약 11억8000만원)의 양해각서(MOU)를 맺고, 이 기기를 보급할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닷의 기술을 공공 시설에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맡기기도 했다. 지난해 3월 ‘갯 인더링(Get in the ring)’이라는 글로벌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닷이 우승을 했는데, 사우디 정부가 제안을 해온 것이다.

닷 워치 출시 이후 준비하는 것은 닷 패드다. 수백만원이 넘는 기존 점자 기기를 시각장애인이 가지고 싶어하는 이유는 기능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할 수도 있고, 메일을 보낼 수도 있다. 심지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이용 가능하다. 김 대표는 “닷 패드는 기능이 많은 점자 기기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닷 패드로 점자 기기 시장에 혁신이 불 것”이라고 자신했다.

닷 워치는 지난 6월 열린 2016 칸 국제광고제에서 한국 스타트업 최초로 프로덕트 디자인 부문과 이노베이션 부문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가장 혁신적인 기술과 창의성을 심사하는 이노베이션 부문에서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수상을 했다는 사실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김 대표는 “마케팅 파트너인 서비스플랜이 공익적인 일을 해보고 싶어서 우리를 택했다”며 “내년 광고제에서 닷 패드를 시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중학생 때 우연히 본 책에서 발견한 글로벌 기업가 손정의를 보고 기업가가 되고 싶었다던 김 대표.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대학교로 유학을 갔다. 전공은 사회과학이었지만 그가 들은 수업은 창업과 기업가정신에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트럭 공유경제 서비스 웨건, 유학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등을 창업해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창업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성과도 냈지만 그를 괴롭힌 것은 단 하나, ‘왜 이 일을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지 못했던 것. 그러다 찾은 것이 바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기기 창업이다. 김주윤 대표는 “대학에서 만났던 친구가 그 무거운 점자 책과 기기를 들고 다니는 것을 보고 이해를 하지 못했는데 시각장애인의 현실을 알게 되면서 이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를 휴학하고 2014년 한국에 돌아와 본격적으로 닷 창업을 준비했다. 그의 아이디어와 사업은 수많은 상을 받았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 KBS 황금의 펜타곤 시즌 2 우승, 프랑스 오렌지 팹 선정 한국 스타트업 톱5, IF 2016 디자인 어워드 수상 등을 통해 사업성도 인정받았다. 지금까지 60여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닷 패드 개발을 위해 100억원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계획 중이다. 장애 분야에서 독보적인 스타트업이 되고 싶다는 김 대표는 “사업과 공익성에서 모두 큰 성공을 거두고 싶다”는 꿈을 드러냈다.

1365호 (201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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