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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공매도·테마주 제재 나선 이유] 시장 질서 교란 행위만 ‘서지컬(외과 수술식 정밀 타격) 어택’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2월 들어 고강도 규제책 잇따라 발표 … 민원·분쟁 급감 따른 자신감 표출

▎이해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2월 9일 “테마주와 관련한 불건전 투자자에 대해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KRX)는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제도를 신설하고, 공매도 규제 위반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기 위해 유가증권(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 업무 규정을 2월 8일 개정했다. 공매도(short selling)는 차입한 증권을 매도하는 투자 기법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반적인 거래 방식이다. 지나치게 거품이 낀 주가를 자연스럽게 떨어뜨리는 순기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미공개 정보를 통한 불공정 거래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 적절한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컸다.

안일찬 한국거래소 주식매매제도팀장은 “비정상적으로 공매도가 급증하고 동시에 가격이 급락하는 종목을 장 종료 후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하겠다”며 “익일(다음날) 하루 동안 공매도 거래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당일 공매도 비중, 주가 하락률, 공매도 비중 증가율 등을 고려해 3월 말부터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제도를 실시할 계획이다.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는 당일 공매도 거래 비중이 해당종목 전체 거래대금의 20% 이상을 넘고, 당일 종가가 전일종가 대비 5% 이상 하락하고, 공매도 거래 비중이 과거 40거래일 평균 대비 100% 이상 증가하면 과열 종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와 관련된 정보를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매도 종합 포털 사이트(short.krx.co.kr)’도 열 계획이다. 종목별 공매도 거래,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 정보 등이 담긴다.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여부도 해당 사이트에서 조회 가능하다.

공매도 규제를 위반한 투자자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 공매도 규제 위반자가 추후에도 차입 공매도를 할 경우 매도할 증권을 미리 납부하도록 했다. 공매도에 대한 실질적 부담을 준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지난해 6월 이후 공매도를 활용한 불공정 거래로 인해 일반 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상선 유상증자 공매도 건이다. 공매도를 통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린 일부 세력이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후 낮은 가격으로 신주를 취득해 차입한 주식을 되갚았다. 현대상선은 당시 구조조정 차원에서 유상증자를 발표했지만 공매도가 급증하면서 주가가 반 토막이 났다. 이로 인해 개인 투자자는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앉아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외국의 규제 사례를 참고해 공매도 투자자가 과도하게 차익을 얻는 것을 제한키로 했다”고 말했다.

테마주 피해자 대부분 개인 투자자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제도를 마련한 다음날인 9일에도 비중 있는 정책을 내놓았다. ‘테마주 등 이상 급등 종목 감시 및 대응’ 대책이다. 지난해 9~11월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16개 종목을 분석하고 심리한 결과를 공개했다. 대부분 종목이 단기간 급등락 후 장기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종목의 최고가와 지난해 11월 말 종가를 비교해 본 결과 고점 대비 최소 6.5%에서 최대 44.6%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35% 떨어졌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만한 중요한 호재가 없으면서도 단기간 급상승했다. 16개사 모두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 상승과는 관계없었다. 특히 시가총액이 작고, 유동 주식 수가 작은 중소형주 위주였다. 코스피의 테마주의 경우 시가총액은 평균 1152억원으로 전체 평균 시가총액의 7%에 불과했다. 결국 개인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 시장 전체에서 개인 투자자의 비중은 65%이나 테마주에서는 97%로 개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기관·외국인 비중은 3%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의 73% 계좌에서 손실이 발생했고, 거래대금 5000만원 이상의 개인 투자자의 손실 계좌 비율은 93%에 달했다.

이해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올해는 어느 때보다 테마주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며 “사전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테마주와 관련한 불건전 투자자에 대해 훨씬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테마주의 매매 특징을 허수 호가 과다 제출, 통정·가장매매, 상한가 형성 및 굳히기, 초단기 매매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허수 호가 과다 제출은 대량의 매수 호가를 반복적으로 제출한 후 취소하면서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행위를 뜻한다. 5개 종목에서 허수 호가 과다 제출을 확인했는데 정밀 분석 후 혐의 종목을 금융당국에 통보할 예정이다. 자신과 타인이 사전에 서로 짜고(통정) 매매하거나, 동일인이 같은 시기에 매도·매수(가장)를 동시에 진행하는 통정·가장 매매 역시 5개 종목에서 이뤄졌다. 거래소는 A종목이 해당 시기에 3000원대에서 매수·매도호가가 반복적으로 제출된 뒤 통정·가장 매매가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증권가 민원·분쟁 64% 감소

한국거래소가 이처럼 공매도와 테마주에 대해 잇따라 대책을 마련한 배경에는 지난해 증권 업계 전반적으로 민원과 분쟁이 현격히 줄면서 일반적인 증권시장 관리에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시장 신뢰성이 오르고 자신감이 생긴 만큼 공매도·테마주 등 시장 질서 교란 행위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서지컬 어택(Surgical Attack, 외과 수술식 정밀 타격)’과 같은 대책을 펴겠다는 포석이다.

시장감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업계(선물회사 포함)의 민원·분쟁은 1587건으로 2015년(4435건)보다 64% 감소했다. 이는 2012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지난해 증권사의 내부 통제 강화 등으로 부당 권유(93건), 임의 매매(66건) 등 전형적 유형의 민원·분쟁은 2015년보다 각각 80%, 31% 줄었다. 금액이 많은 유형의 민원·분쟁 역시 감소하면서 한때 5000만원(2013년)이 넘던 평균 청구 금액은 3790만원으로 떨어졌다. 다만 간접 상품 관련 민원·분쟁이 453건(28.5%)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등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투자만큼은 아니더라도 간접 상품 역시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개인 투자자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온라인(MTS·HTS)을 통한 거래가 늘면서 관련 민원·분쟁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화면을 캡처하거나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등 온라인 장애 상황을 입증할 만한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민원·분쟁 신청인의 연령대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온라인 사용이 상대적으로 미숙한 고령 투자자의 경우 금융사 직원에게 주문을 위탁하는 경우가 많아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1373호 (2017.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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