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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시대 한국 수출 전략은] 무역 환경 악화일로, 고부가가치 중간재 수출 늘려야 

 

윤우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뉴노멀+4차 산업혁명, 한국에 기회이자 위기... 제조업의 서비스화 메가 트렌드에도 주목해야

세계경제와 무역이 동시에 저성장을 겪고 있다. 세계 무역은 1990년대 이후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까지 20년 동안의 호황기를 끝내고 정상으로 회귀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돌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무역의 비중은 2008년에 최고점에 달한 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과거 무역 호황기에 세계 무역은 세계경제 성장률의 두 배에 가까운 증가를 보였으나 이제는 호황기 이전의 증가율에도 못 미치고 있다.

호황기 혜택 본 국가부터 구조조정 겪어

뉴노멀 시대의 세계 무역은 호황기에 혜택을 본 국가와 재화가 먼저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새로운 균형을 찾고 있다. 높은 경제 성장으로 세계무역을 이끌어 오던 신흥국은 성장률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무역에 대한 기여도가 크게 낮아졌다. 경기변동에 민감한 원자재와 내구소비재의 수입은 최근 몇 년 동안 거의 정체를 보이고 있다.

뉴노멀 시대의 국제 무역은 세계경제의 회복 여부와 제4차 산업혁명이 이끄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경로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변수인 세계경제와 무역 환경의 호전 여부는 다소 비관적이다. 세계 최대 무역국인 중국은 투자수요의 감소로 성장세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유럽연합(EU) 경제 역시 영국의 EU 탈퇴 등으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보호무역주의로 급선회하여 세계 무역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세계 무역이 부진의 늪에 빠진 가장 큰 원인은 전 세계적으로 투자재의 수입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오랫동안 투자주도형 성장을 추구하던 중국의 구조조정과 원자재 가격 약세로 인한 원유·원자재 수출국들의 자본지출 삭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들 국가는 산업화에 필요한 투자를 위하여 해외로부터 많은 기계와 설비를 수입해 왔다.

2011년에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열었던 한국도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면서 험한 파고를 맞고 있다. 해외 투자 수요의 위축으로 인해 한국의 수출은 거의 모든 업종에 걸쳐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기계·설비 등 투자에 사용되는 최종재 수출의 타격이 매우 컸다. 반면에 부품·소재 등 중간재의 수출은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입었다. 업종별로 보면 전자산업의 투자재 수출이 201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자동차·전기·기계업종의 투자재 수출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투자재 수출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기·전자·기계·자동차 등 한국 주력산업의 수출은 중국 시장에서 큰 폭으로 둔화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투자재 중에서 부품·소재 등 중간재 수출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자동차 산업이 차세대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자동차 중간재 수출은 여전히 견고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자산업의 중간재 수출도 중국의 정보통신 투자 수요 증가와 국내 제품의 경쟁력 확보에 힘입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수출은 무역 호황기인 2000~08년 동안 전자와 조선산업이 수출증가에 크게 기여하면서 효자 업종으로 활약했다. 전자산업은 최종재뿐만 아니라 중간재의 수출 증가에도 압도적으로 기여했다. 선박 수출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조선 산업은 해외 수주가 왕성하던 무역 호황기에 매우 높은 수출기여도를 기록했다. 무역 위축기인 2011~14년에는 경기 둔화에 민감한 최종재의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되었고 경기저항력이 강한 중간재 수출의 증가율은 크게 둔화했다. 업종별로는 전자산업의 수출 기여도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수출 부진을 초래했다. 조선산업 역시 선박 수출이 정체를 보이면서 기여도가 마이너스로 하락했다. 자동차와 기계, 전기산업은 무역 호황기에 비하여 기여도가 낮아지기는 했으나 수출 증가세가 유지됐다.

한국 서비스 수출 비중 고작 14%


세계 산업은 뉴노멀의 도래와 4차 산업혁명의 진행이 시대적으로 겹치면서 한국 무역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 수입 수요는 세계경제의 저성장과 무역 환경의 악화로 인해 5년 정도의 중기적 전망으로 볼 때 큰 폭의 증가가 어려울 전망이다. 세계 통상 환경은 보호주의 조치의 확산과 EU의 결속 약화로 인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은 산업의 글로벌화를 촉진해 무역 확대에 기여할 것이나 생산의 자동화 등은 제조업의 국내 회귀를 촉진하여 무역의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공장 없는 제조업(Factoryless Manufacturing)’으로 대표되는 제조업의 서비스화도 미래의 무역을 좌우할 메가 트렌드로 주목해야 한다. 애플, IBM, 제록스, 다이슨 등 전통적으로 제조업에 속했던 세계적인 기업들은 부가가치가 낮은 제조공정을 포기하고 연구개발, 제품설계, 엔지니어링, 마케팅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및 솔루션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제조업의 서비스화에 가장 앞선 미국은 간접 수출을 포함한 서비스의 수출 비중이 40%에 달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한국의 서비스 수출 비중은 고작 14% 정도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세계 산업은 지식, 기술과 아이디어가 글로벌 시장에서 무한하게 활용되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산업의 원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 신소재, 바이오 등 서로 이질적인 기술과 지식이 결합한 신성장산업은 전통산업과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무역 원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식과 기술이 복잡하게 결합된 새로운 산업군에서는 중간재와 서비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므로 핵심 기술이나 지식이 집약된 소재나 부품의 개발이 중요하다. 최근 무역침체기에도 반도체 등 핵심 소재와 부품의 무역이 빠른 반등을 보이는 것은 뉴노멀과 새로운 산업혁명이 복합된 메가트렌드 현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한국 산업은 단기적으로 해외 수요에 의존하는 수출보다는 장기적으로 무역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수출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신산업은 물론 주력산업에서도 생산성과 활용성이 높은 소재·부품과 이를 이용한 고부가가치 중간재의 생산과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 완성재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하드웨어와 고객맞춤형 서비스를 결합한 고품격 복합상품의 개발과 수출에 힘써야 한다.

1373호 (2017.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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