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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사(LCC)의 거점공항 전략] 지방공항 성장 거점 삼아 고공비행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이스타항공-청주공항, 에어부산-김해공항, 티웨이항공-대구공항... 지역 연고 기업 우대 등으로 충성고객 확보

▎저비용항공사의 지방공항 거점화가 성과를 내고 있다. 사진은 티웨이항공이 국내선 1개, 국제선 9개 노선을 취항 중인 대구공항 모습.
#1. 지난해 11월 이스타항공은 ‘누적 탑승객 2000만 명 돌파’ 기념행사를 청주국제공항에서 진행했다. 행사에는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과 이시종 충북지사 등이 참석해 이날 선양∼청주 노선에서 나온 2000만 번째 탑승객에게 기념품을 증정했다. 이스타항공이 전국 지방공항 중 청주공항을 행사 개최지로 낙점한 것은 청주공항 이용객 증가가 회사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청주공항에서 옌지(연길)·하얼빈·상하이 등 중국 6개 노선과 제주 국내 노선을 운항 중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청주공항 국제노선 전체 수송 실적의 절반에 달하는 31만6000여 명의 탑승객을 수송했다.

#2. 에어부산은 부산·경남 지역에 연고를 둔 기업을 대상으로 김해~김포 노선에서 주중 25%, 주말 20%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 우대 프로그램에 가입한 기업체 임직원은 고속철(KTX)보다 더 저렴하게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다. 에어부산은 LG전자·효성·르노삼성 등 가입 기업체가 1만5000개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임직원 수로 따지면 13만 명이 에어부산 회원으로 가입한 셈이다. 기업은 출장 비용 절감 효과, 에어부산은 고정 수요 확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김해공항 이용객 1490만 명 중 약 510만 명을 실어 날랐다.

저비용항공사(LCC)의 거점공항 전략이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대형항공사와 해외 저비용항공사가 진출하지 않은 지방 공항에서 다양한 국제선 노선을 만들어 신규 수요를 만든 덕분이다. 이스타항공은 청주에서 중국 노선을, 티웨이항공은 대구에서 일본 노선을 특화했다. 에어부산은 모든 국제선 노선을 김해공항에서 출발하고 있다.

지리적 이점으로 고객 유치 유리


지난해 내국인 해외 출국자 수는 2238만3190명이었다.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가 단행된 1989년 121만 명에서 27년 만에 20배 가까이 늘었다. 국민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외국에 다녀온 셈이다. 이는 국적 LCC의 적극적인 노선 개설과 증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LCC는 지난해 전체 국제선 여객비중 30%를 돌파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일본과 동남 등 단거리 시장은 LCC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은 ‘대구공항 거점정책’을 쓰고 있다. 대구~제주 노선과 함께 오키나와·도쿄·타이베이·상하이·세부 등 9개의 국제노선을 띄우고 있다. 지난해 연 대구~홍콩·세부의 하늘길은 국적 항공사 최초이자 단독 노선이다. 티웨이항공 덕분에 2014년 3개 노선, 주14편에 불과했던 대구공항 국제선은 올해 2월 말 12개 노선, 주168편으로 크게 확대됐다. 이용객도 14만 명에서 68만 명으로 370%나 증가했다. 티웨이항공 또한 대구공항 활성화 효과를 보고 있다. 2014년 3월 대구공항 첫 취항 이후 지난해 12월 누적인원 2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대구공항의 국제선 수송인원은 68만4841명으로 이 중 티웨이항공이 37만9298명으로 55%를 넘었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올해도 대구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을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주공항을 중국 노선 거점공항으로 삼은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청주공항 국제노선 전체 수송실적의 50%에 달하는 약 31만6000명의 탑승객을 수송했다. 특히 보유한 항공기 중 7대를 청주공항 정치장에 등록했다. 항공기 정치장은 버스 차고지와 같은 개념이다. 공항을 보유한 지자체에 지방세(재산세)를 내야 해 세수 확보에 도움이 된다.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의 신규노선 개설 등 지속적인 투자로 청주공항은 20년, 대구공항은 56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제주와 중국 등을 갈 때 청주공항이 편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수도권 이남 지역의 이용객이 급속히 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지자체發 LCC 설립 움직임도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부산시·세운철강·넥센·부산은행 등 지역 주요기업 14곳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에어부산은 연고지 중심의 다양한 노선 개발에 적극적이다. 에어부산이 운항 중인 모든 국제선 노선은 연고지인 김해공항에서 출발한다. 에어부산은 ‘지역 항공사’란 이미지를 얻어 부산 지역 고객들의 높은 충성도를 이끌어 내며 김해공항에선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가 지방공항 노선에 집중하는 이유는 지리적 접근성 때문이다. 청주공항은 수도권과 전라도 지역의 고객을 유치할 수 있으며, 대구공항은 경상도 지역으로의 접근성이 편리하다. 전라도의 경우 무안공항이 있지만 LCC의 운항편 수가 적다. 여행객 입장에선 청주공항과 대구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김포·김해공항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지역 내 비즈니스 여객을 대상으로 한 기업 우대 프로그램도 강화되고 있다. 에어부산은 기업 우대 프로그램 회원사에 에어부산 일반 회원 우대 프로그램인 ‘FLY & STAMP’ 혜택도 추가로 제공한다. 항공편을 이용할 때마다 제공하는 스탬프 실적에 따라 보너스 항공권 혜택을 덤으로 준다. 5000개 기업 회원을 확보한 제주항공은 임직원 가족은 물론이고 지인 누구라도 기업우대 코드를 사용해서 동일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방공항 이용객이 크게 증가하자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특히 대구공항을 선점하기 위한 에어부산과 티웨이항공의 경쟁이 뜨겁다. 두 회사는 지난 연말에만 5개 노선을 신규 개설하는 등 공격적인 노선 확대로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이 대구~홍콩, 세부 노선에도 신규 취항하자 에어부산은 대구~싼야(하이난), 오사카, 삿포로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대구공항은 국내 고객보다 일본 관광객들이 환승을 하기 위해 거쳐 가는 경우가 많다”며 “단거리 노선에 대한 수익이 높은 LCC들이 이 같은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지방공항의 국제선 노선을 점차 늘려나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LCC 설립 움직임도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현재 플라이양양(강원도 양양)과 포항에어(포항)를 비롯해 에어대구(대구), K에어항공(청주), 남부에어(김해), 프라임항공(울산) 등 6개 항공사가 신규 허가를 신청 중이거나 추진 중이다. 그러나 “LCC 과잉공급은 결국 시장의 공멸”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2005~08년 사이 LCC 설립 붐이 일면서 10개가 넘는 업체들이 설립을 추진했지만 살아남은 곳은 현재 6곳뿐이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1374호 (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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