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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헌의 경제에 비친 세상 읽기] 임플란트업계 ‘이현령 비현령’식 회계처리 고쳐야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오스템, 경쟁사인 텐티움·디오 분식회계 주장... 업체마다 제각각인 회계처리 방침이 문제

▎사진:중앙포토
최근 임플란트 업계에서는 영업전쟁이 아닌 다른 전쟁이 벌어졌다. ‘회계전쟁’이다. 포문을 연 것은 오스템임플란트(이하 오스템). 경쟁업체 덴티움과 디오가 분식회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오스템은 금융감독원 등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넣었다. 비상장사인 덴티움은 이 때문에 한국공인회계사회로부터 감리(재무제표에 대한 감사가 적정하게 이루어졌는지를 조사하는 것)를 받았다. 덴티움은 때마침 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진행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보여온 실적과 미래 성장성에 대한 평가도 좋아 시장의 관심을 한껏 받고 있던 중 난데없는 수류탄이 날아든 꼴이었다. 디오는 상장사여서 금융감독원의 감리를 받고 있다. 이 회사 역시 나름 코스닥시장에서 전도유망한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던 터였다.

임플란트업계의 독특한 거래 구조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계전쟁의 승자는 덴티움으로 판정난 분위기다. 덴티움에 대한 감리 결과 오스템이 제기했던 매출회계 처리에는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다만 반품회계처리에는 일부 문제가 지적돼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했다. 그런데, 이 때문에 오스템은 오히려 부메랑을 맞았다. 덴티움에는 별반 타격을 주지 못한 채 오히려 자신의 반품회계처리가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디오에 대해서는 아직 감리가 진행중인데, 덴티움과 비슷한 결론이 날 것으로 알려지고는 있다.

그러나 덴티움과는 상황이 또 다르다는 이야기도 있다. 업계 1위 오스템은 왜 2~3위 기업을 분식회계 혐의로 금융당국에 진정했을까. 분식회계가 아니라면, 업계 회계처리의 또 다른 문제는 없을까. 감리의 결과로 회계전쟁은 완전히 끝난 것일까.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임플란트 업계의 독특한 거래구조부터 먼저 이해해야 한다. 임플란트업체들은 치과 병원과 이른바 ‘패키지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패키지 계약이란 장기간(대개 1~3년)에 걸친 대량공급 계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금액으로는 수백만원~수천만원어치에 이른다. 이런 공급계약을 체결하면 금융회사(은행, 카드사, 캐피탈사 등)가 계약액에 해당하는 대금을 업체에 먼저 지급해준다. 그리고 치과는 공급계약 기간 동안 금융회사에 이 대금을 분할 상환해 나가면 된다. 물론 임플란트 업체와 금융회사, 치과병원들은 사전에 이런 구조의 거래에 대한 협약을 맺는다. 이를 ‘역구매 금융’이라고 한다.

업체는 선수금을 받는 셈이 되고, 앞으로 치과병원의 주문이 있을 때마다 임플란트와 부속품들을 공급하면 된다. 금융회사는 역구매금융이라는 금융상품을 통해 치과병원에 물품대금을 대출해 준 셈이 된다. 일반적으로 치과병원이 이 대출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 업체가 대신 물어주는 부담을 진다. 금융회사가 업체에 대해 소구권(대납요구권)을 가지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는 이야기다.

업계가 받는 선수금은 부채다. 예를 들어 호떡 장수와 밀가루 장수가 있다고 치자. 2017년 3월1일 호떡 장수가 밀가루 장수에게 일주일 뒤 밀가루 1포대를 갖다 달라며 밀가루 값 1만원을 미리 지급했다. 이날 밀가루 장수는 회계장부에 현금 1만원이 유입됐다고(자산의 증가) 기록할 것이다. 그런데 이 돈에는 일주일 뒤 밀가루 1포대를 갖다줘야 하는 의무가 붙어있다. 따라서 자산 증가와 동시에 1만원의 부채(선수금)가 증가했다고 기록해야 한다. 선수금 부채는 의무를 이행하면 제거된다. 일주일 뒤 밀가루 장수는 밀가루 1포대를 호떡 장수에게 갖다준 뒤 선수금 부채를 제거하면 된다. 대신 밀가루 매출 1만원이 발생하였다고 기록한다.

만약 밀가루 10포대 대금으로 10만원을 미리 받았고, 일주일 간격으로 1포대씩 갖다줘야 한다고 해보자. 밀가루를 갖다 줄 때마다 선수금 부채 10만원에서 1만원씩을 제거하고 대신 매출 1만원씩을 기록해 나가면 된다. 10회 이행이 끝나면 선수금 부채는 ‘0’이 되고 매출은 총 10만원이 발생한 셈이 된다.

임플란트업체가 금융회사로부터 받는 선수금도 이와 마찬가지다. 치과병원의 주문이 있을 때마다 임플란트를 출고 납품하고, 그만큼을 매출로 계상하면 된다. 매출액만큼 선수금은 차감처리된다. 오스템은 덴티움과 디오가 바로 이 부분에서 분식회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오스템의 주장에 따르면, 일부러 계약 총액의 적게는 60%에서 많게는 100%에 이르는 제품을 한번에 출고해 당기매출을 부풀려왔다는 것이다.

오히려 부메랑 맞은 오스템


오스템은 일부 증거 자료를 제시하며 과다 출고된 제품들은 병원에 보관되기도 하지만 서류상 출고 처리만 한 채 업체 창고에 그대로 보관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출고 방식에 치과가 동의해 줄 경우 덤과 각종 편의들을 많이 제공받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덴티움과 디오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치과 주문에 따라 출고 뒤 매출처리할 뿐 의도적으로 과다 출고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덴티움에 대한 조사를 담당했던 한국공인회계사회 감리담당 회계사들이 내린 결론은 매출인식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다만, 반품충당부채(반품예상금액을 추정하여 부채로 계상하고 매출과 매출원가를 차감) 설정 금액이 과소계상되었으니 이를 상향 조정하라는 지적이 있었다.

덴티움은 이에 따라 2008년 이후의 결산에서 반품충당부채 조정 금액을 반영해 매출과 이익을 재산정한 재무제표를 공시했다.

필자는 회계전쟁을 계기로 임플란트 업계와 금융감독원 관계자 등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한가지 ‘특이한’ 사실을 알게 됐다. 업체들이 거의 유사한 영업구조를 가졌으면서도 회계처리는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오스템이 문제 제기한 매출인식의 문제는 감리 결과가 나왔으니 일단은 제쳐놓고, 역구매금융의 회계처리를 한번 보자. 오스템은 선수금 처리 후 출고분에 대해 매출인식한다는 원칙에 충실하다. 그래서 장기패키지계약이 많으면 선수금 부채금액이 클 수밖에 없다. 계약금액 유입분은 선수금부채로 대거 잡혀있고, 매출은 치과의 주문에 따라 매월 인식해나가기 때문에 선수금 잔액이 항상 크다.

오스템의 2015년 말과 2016년 말 기준 선수금 잔액은 각각 1261억원과 1650억원이다. 부채총액 대비 선수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4.8%와 45.4%다. 부채의 절반 가까이가 선수금이라는 이야기다. 차입금이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8%와 28.8%로, 20%대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덴티움의 경우는 오스템과는 정반대다. 선수금이 부채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15년 말(80억원)과 2016년 3분기 말(100억원) 기준 각각 8%와 9%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차입금 비중은 68.4%(697억원)와 67.3%(740억원)에 이른다. 선수금에 대한 두 회사간 회계 처리 차이가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치과의사가 남아있는 패키지 계약기간 동안 금융회사에 상환해야 할 금액(미결제금액)을 덴티움은 차입금으로 처리한다. 즉, 덴티움이 금융회사로부터 물품대금(선수금)을 받기는 했지만, 치과들이 앞으로 상환해 나가야 할 미결제 잔액에 대해서는 기말결산을 할 때 선수금에서 빼내어 차입금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덴티움이 대납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회계처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차입금 전환금액만큼 치과병원에 대해 매출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처리한다. 따라서 치과병원이 차후 결제를 하면 그 금액만큼 매출채권을 제거하고 동시에 차입금에서도 제거하면 된다.

금감원은 ‘나몰라라’

그렇다면 오스템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오스템은 덴티움처럼 차입금 처리를 하지 않는다. 대신 재무제표 주석의 ‘우발부채’ 항목에서 역구매금융에 따른 치과병원들의 미결제약정금액이 얼마인지를 밝히고 있다. 우발부채는 잠재성 부채이므로 공식적으로 부채계정으로 잡히는 것은 아니다. 일단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오스템이나 덴티움이나 부채로 잡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러나 오스템은 선수금 부채로만, 덴티움은 선수금과 차입금으로 나눠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디오는 오스템이나 덴티움과는 또 다르다. 우선 수치부터 보자. 부채 대비 선수금 비중이 2015년 말과 2016년 3분기 말 기준으로 각각 2.4%와 1.4%에 불과하다. 차입금 비중은 2015년 말에는 38.3%이나 2016년 3분기 말에는 12%에 불과하다. 선수금 비중과 차입금 비중이 여타 업체들에 비해 크게 낮다.

디오가 여타 업체와 크게 다른 점은, 역구매금융에서 금융회사가 소구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치과병원이 물품대금(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도 디오가 대납할 의무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무소구권 약정이 체결돼있기 때문에 디오는 미결제금액에 대해 차입금 인식을 할 필요가 없다. 우발부채로 기록할 것도 없다. 디오의 재무제표에 기재된 차입금은 모두 회사의 일반대출자금으로, 역구매금융과 관련한 금액은 전혀 없다. 디오는 출고되는 물량만큼을 매출로 인식하고 선수금에서 제거해 나가면 된다. 따라서 오스템이 주장하듯 의도적으로 대량출고를 한다면 선수금 비중이 매우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디오의 선수금 비중이 현저하게 낮은 정확한 이유는 차후 감리결과를 통해 어느정도 드러날 것이다.

그 다음으로, 반품충당부채의 문제다. 오스템이 이번 회계전쟁에서 부메랑을 맞은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오스템은 지금까지 다른 업체와는 달리 반품충당부채를 전혀 설정하지 않았다. 치과에서 되돌아오는 임플란트 또는 그 부속품을 ‘반품’으로 보지않고, 같은 종류의 다른 제품으로 ‘교환’ 처리해주는 것으로만 간주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에 덴티움 감리 결과 반품충당부채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서, 오스템은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덴티움은 그간 반품충당부채를 설정해왔으나. 교환거래로 처리되던 일부에 대해서도 반품거래로 처리토록 감리 지적을 받았다. 아예 반품충당부채를 설정하지 않고 있었던 오스템은 지난 8일 감사보고서를 공시하면서 “2015년도에 반품충당부채 계상을 누락하였다”고 밝혔다. 따라서 연결재무제표를 재작성해 매출과 이익을 재조정해야 했다.

임플란트 업계는 덴티움이 3월 중순 상장하면 상장 3사 체제가 된다. 코스닥에 오스템과 디오가, 코스피에 덴티움이 포진한다. 임플란트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활발하고, 국내시장 역시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볼 때 투자자나 애널리스트들의 객관적 재무제표 분석이 가능하도록 업계 회계처리 방침을 최대한 맞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러나 개별 업체마다 계약내용이 다를 수도 있으므로 금감원 차원에서 통일된 기준을 제시하거나 지도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필자는 국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미디어&리서치 ‘글로벌모니터’ 대표를 맡고 있다.

1376호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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