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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기자의 ‘Trend Maker’(2) | 한경민 청년다방 대표] 브런치엔 커피? “NO, 커피엔 떡볶이”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아침부터 밤까지, 다모작형 프랜차이즈 시장 열어...올해 가맹점 200개 목표

▎사진:김춘식 기자
한경민(51) 청년다방 대표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부산에서 자녀 둘을 키우는 평범한 아줌마였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일을 하고 싶었지만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일자리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과거 아동복 회사에서 VIP를 담당하는 유능한 직원이었지만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뒀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노후 준비를 위한 재테크를 시작했다. 모아둔 돈으로 주식과 부동산 투자했다. 투자 수익률이 꽤 괜찮았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이듬해 금융위기가 온 것이다. 2000선을 넘나들었던 코스피지수는 반 토막이 났고, 아파트값은 폭락했다. 당시 10억원 가량의 돈을 거의 다 잃었다. 절망적이었다.

당시 한 대표의 머릿속에는 ‘차라리 사업을 해서 까먹었으면 경험이라도 얻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결심했다. 경험도 되고 수익도 낼 수 있는 사업을 해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남편의 동의를 얻어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자리를 잡았고 돈도 벌었다. 그 이후 커피숍, 주점 등 여러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면서 외식 시장에 대한 식견을 넓혀갔다.

유행 타지 않는 떡볶이로 안정적 수익 가능

5년간 여러 프랜차이즈를 하면서 돈을 버는 만큼 잃기도 쉽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했다. 답은 하나였다. 외식 트랜드가 자주 바뀌고, 사계절 내내 안정적인 수익을 내지 못해서다. 예컨대 오후 늦게 문을 여는 치킨집 영업시간은 하루 4~5시간에 불과해 그 시간 동안 임대료, 인건비 등을 벌어야한다. 만약 손님이 없으면 그냥 앉아서 돈만 까먹는 거였다. 한 대표는 “아침부터 밤까지 계절에 상관없이 장사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많이 생각했다”며 “그때 떠오른 게 일본 여행 중 우연히 들른 프론토(PRONTO)였다”고 말했다.

프론토는 오전·오후에는 브런치·파스타·커피를 팔고, 저녁에는 술을 파는 바(bar)로 운영된다. 맛도 있고 가격도 저렴해 일본 경제 불황기에서 살아남은 다모작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으로 꼽힌다. 이 매장을 본떠 한국형 프랜차이즈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고민이 시작됐다. 하루 종일 팔 수 있으려면 맛도 있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메뉴가 필요했다. 그때 문뜩 스쳐간 메뉴가 바로 떡볶이다. 떡볶이는 국민 간식인 만큼 계절이나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점에서 적합한 메뉴였다.

대신 차별화가 필요했다. 고안해 낸 것이 토핑이다. 즉석떡볶이 위에 차돌박이, 통오징어튀김, 순살치킨을 올렸다. 또 재미를 위해 30㎝가 넘는 긴 떡볶이를 냄비에 담아 고객이 직접 잘라 먹을 수 있는 아이디어도 보탰다. 메인 메뉴는 떡볶이지만 콘셉트는 차와 커피를 파는 다방이다. 한 대표는 “커피가 브런치 먹을 때는 어울리고 떡볶이에는 어울리지 않다는 것은 편견”이라며 “그 고정관념을 없애는 게 (내가 생각한) 트렌드”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다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차(茶) 종류를 파는 곳과는 의미가 다르다. 다양한 사람들이 한곳에 모일 수 있는 방이라는 의미다.

1년 넘는 연구·개발 끝에 2015년 4월 떡볶이와 커피를 결합한 프리미엄 분식 매장인 청년다방을 선보였다. 그러나 첫 매장은 부산이 아닌 서울 천호동에 있는 굽은다리역점이다. 왜 서울에서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부산에서 쌓았던 경험과 식견을 서울에 전파하고, 서울 프랜차이즈 시장은 부산과 무엇이 다른지 공부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안정화될 때까지 직영점 위주로 사업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1호점 오픈 후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고 가맹 문의가 이어졌다. 결국 3개월 만에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2년 만에 가맹점 수는 100개로 늘었다. 한 대표는 “오전, 오후에는 유치원과 학교를 보낸 엄마들이 커피와 떡볶이 먹으면서 수다를 떨고, 저녁에는 일 끝난 직장인들이 떡볶이를 먹으면서 맥주 한 잔 먹는 쉼터가 됐다”고 말했다.

美 요거트랜드와 합작한 요거트 카페 오픈

커피 맛에도 신경을 썼다. 한 대표는 커피 마니아다. 커피숍을 운영할 때 커피에 관심이 생겼고, 제대로 배우기 위해 바리스타 학원을 차렸다. 현재 부산에서 학원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청년다방 커피 원두는 아시아 최대 원두 생산국인 인도네시아 수마트리에서 공수해온다. 이 원두는 부산 바리스타 학원에서 직접 로스팅해(볶아) 100개 매장에 공급한다.

맛도 좋고 인기도 좋지만 청년다방은 서울 강남이나 명동에선 볼 수 없다. 이유는 한 가지다. 임대료가 비싸서다. 한 대표는 “프랜차이즈는 돈 많은 사람보다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며 “좋은 상권에서 시작하면 매출을 더 많이 올릴 수 있지만 임대료나 초기 자본금이 그만큼 많이 든다”고 말했다. 가맹본부가 아닌 점주들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청년다방의 ‘청년’도 20대의 젊은층이 아니라 청년처럼 열정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다.

청년다방은 올해 200개 매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점점 안정화되고 있지만 한 대표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그가 관심 있는 것은 선진 프랜차이즈 시장이다. 한 대표는 “외식 트렌드가 바뀌는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며 “트렌드를 배우고 느끼기 위해 해외 프랜차이즈 시장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5년 전부터 뉴욕·하와이 등의 미국 유명 프랜차이즈나 맛집을 찾아다니며 외식 시장의 변화를 읽고 있다.

조만간 새로운 사업에도 도전한다. 미국 전역과 멕시코 등 350여 개 매장을 갖춘 요거트 프랜차이즈업체인 요거트랜드와 손잡고 요거트 카페를 준비 중이다. 요거트랜드는 그동안 국내 대기업들과 한국 시장 진출을 타진했지만 여러 이유로 불발됐다. 필립 장 요거트랜드 대표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지만 지난해 지인의 소개로 한 대표를 만난 후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 한 대표와 함께하면 충분히 사업을 해볼 만하다는 이유였다. 최근 두 기업은 합작회사인 요거트랜드코리아를 설립하고 한국형 요거트 카페 1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1376호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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