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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타지 않는 떡볶이로 안정적 수익 가능5년간 여러 프랜차이즈를 하면서 돈을 버는 만큼 잃기도 쉽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했다. 답은 하나였다. 외식 트랜드가 자주 바뀌고, 사계절 내내 안정적인 수익을 내지 못해서다. 예컨대 오후 늦게 문을 여는 치킨집 영업시간은 하루 4~5시간에 불과해 그 시간 동안 임대료, 인건비 등을 벌어야한다. 만약 손님이 없으면 그냥 앉아서 돈만 까먹는 거였다. 한 대표는 “아침부터 밤까지 계절에 상관없이 장사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많이 생각했다”며 “그때 떠오른 게 일본 여행 중 우연히 들른 프론토(PRONTO)였다”고 말했다.프론토는 오전·오후에는 브런치·파스타·커피를 팔고, 저녁에는 술을 파는 바(bar)로 운영된다. 맛도 있고 가격도 저렴해 일본 경제 불황기에서 살아남은 다모작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으로 꼽힌다. 이 매장을 본떠 한국형 프랜차이즈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고민이 시작됐다. 하루 종일 팔 수 있으려면 맛도 있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메뉴가 필요했다. 그때 문뜩 스쳐간 메뉴가 바로 떡볶이다. 떡볶이는 국민 간식인 만큼 계절이나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점에서 적합한 메뉴였다.대신 차별화가 필요했다. 고안해 낸 것이 토핑이다. 즉석떡볶이 위에 차돌박이, 통오징어튀김, 순살치킨을 올렸다. 또 재미를 위해 30㎝가 넘는 긴 떡볶이를 냄비에 담아 고객이 직접 잘라 먹을 수 있는 아이디어도 보탰다. 메인 메뉴는 떡볶이지만 콘셉트는 차와 커피를 파는 다방이다. 한 대표는 “커피가 브런치 먹을 때는 어울리고 떡볶이에는 어울리지 않다는 것은 편견”이라며 “그 고정관념을 없애는 게 (내가 생각한) 트렌드”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다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차(茶) 종류를 파는 곳과는 의미가 다르다. 다양한 사람들이 한곳에 모일 수 있는 방이라는 의미다.1년 넘는 연구·개발 끝에 2015년 4월 떡볶이와 커피를 결합한 프리미엄 분식 매장인 청년다방을 선보였다. 그러나 첫 매장은 부산이 아닌 서울 천호동에 있는 굽은다리역점이다. 왜 서울에서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부산에서 쌓았던 경험과 식견을 서울에 전파하고, 서울 프랜차이즈 시장은 부산과 무엇이 다른지 공부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안정화될 때까지 직영점 위주로 사업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1호점 오픈 후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고 가맹 문의가 이어졌다. 결국 3개월 만에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2년 만에 가맹점 수는 100개로 늘었다. 한 대표는 “오전, 오후에는 유치원과 학교를 보낸 엄마들이 커피와 떡볶이 먹으면서 수다를 떨고, 저녁에는 일 끝난 직장인들이 떡볶이를 먹으면서 맥주 한 잔 먹는 쉼터가 됐다”고 말했다.
美 요거트랜드와 합작한 요거트 카페 오픈커피 맛에도 신경을 썼다. 한 대표는 커피 마니아다. 커피숍을 운영할 때 커피에 관심이 생겼고, 제대로 배우기 위해 바리스타 학원을 차렸다. 현재 부산에서 학원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청년다방 커피 원두는 아시아 최대 원두 생산국인 인도네시아 수마트리에서 공수해온다. 이 원두는 부산 바리스타 학원에서 직접 로스팅해(볶아) 100개 매장에 공급한다.맛도 좋고 인기도 좋지만 청년다방은 서울 강남이나 명동에선 볼 수 없다. 이유는 한 가지다. 임대료가 비싸서다. 한 대표는 “프랜차이즈는 돈 많은 사람보다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며 “좋은 상권에서 시작하면 매출을 더 많이 올릴 수 있지만 임대료나 초기 자본금이 그만큼 많이 든다”고 말했다. 가맹본부가 아닌 점주들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청년다방의 ‘청년’도 20대의 젊은층이 아니라 청년처럼 열정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다.청년다방은 올해 200개 매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점점 안정화되고 있지만 한 대표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그가 관심 있는 것은 선진 프랜차이즈 시장이다. 한 대표는 “외식 트렌드가 바뀌는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며 “트렌드를 배우고 느끼기 위해 해외 프랜차이즈 시장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5년 전부터 뉴욕·하와이 등의 미국 유명 프랜차이즈나 맛집을 찾아다니며 외식 시장의 변화를 읽고 있다.조만간 새로운 사업에도 도전한다. 미국 전역과 멕시코 등 350여 개 매장을 갖춘 요거트 프랜차이즈업체인 요거트랜드와 손잡고 요거트 카페를 준비 중이다. 요거트랜드는 그동안 국내 대기업들과 한국 시장 진출을 타진했지만 여러 이유로 불발됐다. 필립 장 요거트랜드 대표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지만 지난해 지인의 소개로 한 대표를 만난 후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 한 대표와 함께하면 충분히 사업을 해볼 만하다는 이유였다. 최근 두 기업은 합작회사인 요거트랜드코리아를 설립하고 한국형 요거트 카페 1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