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난 펀드 팔아 대출금 상환A씨는 지난 한 달 동안의 수입·지출 내역을 살펴보았다. 부부와 대학생 자녀 둘을 합쳐 모두 네 식구가 A씨의 급여 530만원에 의존하며 살고 있다. 지출 내역 표도 만들었다. 그간의 방만한 소비 습관이 한눈에 들어와 얼굴이 화끈거렸다. 돈이 줄줄이 새는 구멍도 여럿 발견됐다. 가장 큰 구멍은 은행대출금 상환이었다. A씨는 2년 전 아파트 평수를 늘리면서 은행에서 1억원을 빌렸는데, 매달 110만원씩 원리금을 갚아나가고 있다. 또한 보유 중인 채권혼합형 펀드가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다. 높은 이율의 대출금으로 펀드 투자를 해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A씨가 채권혼합형 펀드에 투자한 것은 노후자금을 불리기 위해서지만 비합리적 투자행태는 고쳐야 한다는 생각에 펀드를 정리하기로 했다. 펀드를 해지하면 돌려받는 6000만원으로 대출금 대부분을 상환할 수 있다. 빚을 갚으면 가계의 현금흐름이 좋아질 뿐 아니라 퇴직 후에도 노후 수입을 고스란히 지켜줄 것이 확실시된다. 다음달부터는 원리금 상환 부담이 월 1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낮아진다.그 다음으로 손볼 곳은 보험료 지출부분이다. A씨는 그동안 친인척과 지인들의 권유로 여러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그러다 보니 중복 가입했거나 과다 지출되는 보험료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실버보험은 사망보장이 길지 않아 해지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20만원이 절약된다. 종신보험도 불필요한 특약을 해지하고 주계약을 감액하는 방법으로 보험료를 10만원 줄이기로 했다.대출금 원리금 상환과 보험료 지출에서 115만원의 새는 구멍을 찾아냈다. 여전히 월 저축액 149만원을 만들기 위해선 34만 원을 더 짜내야 한다. A씨는 고정지출 항목에서 추가로 감축할 만한 것이 있는지 지난달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살펴봤다. 가족들의 통신비가 과다하게 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요금할인제 적용, 듣지 않는 음원 사이트 정리 등을 하면 통신비를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 생활비 중 식료품비도 줄일 여지가 많았다. 변동지출 중엔 외식비가 감축 대상이다. 지금까지 주 1회 이상 식구들이 외식을 즐겼지만 앞으론 보름에 한번 꼴로 외식 횟수를 줄일 생각이다. 의료비나 문화비는 삶의 질을 헤치지 않은 선에서 약간만 줄이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고정·변동 지출 내역을 하나하나 뜯어 메스를 대니 매달 149만원을 절약하는 것이 가능했다.필자는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이다.
[박스기사] 돈의 상대성에 속지 않으려면 - 작은 돈부터 먼저 써야 낭비 막아물건을 살 때 ‘얼마 되지도 않는데’라는 생각이야말로 최악의 생활비 파괴자다. 그것은 큰 돈을 쓸 때 어김없이 나타나 고생해서 번 돈을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 버린다. 돈을 쓰는 데엔 상대성이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사람의 심리가 큰 돈을 쓰고 나면 작은 돈 소비에 대범해지기 마련이다. 큰 총액의 그림자 안에서 불필요한 지출이 늘어나는 건 그래서다.예를 들면 해외여행을 할 때 외식비가 의외로 많이 나와 놀라는 경우가 많다. 항공비와 숙박비 같은 비중이 큰 경비를 치르고 나면 먹는 비용은 자질구레해 보여 카드를 마구 긁는다. 합리적 소비를 하려면 돈 소비의 상대성에 속지 말아야 한다. 수 백만원을 가지고 있어도 1000원은 언제나 1000원이다. 100만원을 소비해도 1만원은 1만원일뿐이다. 돈의 상대성이 일으키는 착각을 피해야 불필요한 지출을 막을 수 있다. 작은 돈과 큰 돈을 쓰는 상황일 때는 작은 돈부터 먼저 쓰는 게 낭비벽을 막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