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현대중공업 등 투자 지분 3조원 달해 … 실적 개선 전망에 연기금 등 KCC에 투자
▎정몽진 KCC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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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4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부터 순환 출자 구조를 끊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방침은 지난해 10월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리할 것을 제안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특검 수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보류 소식에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수혜주였던 삼성물산과 삼성SDS 주가는 하루 동안 각각 7.27%, 8.47% 하락했다.이날 이들 주가만 내린 게 아니다. 건축자재 전문기업인 KCC 주가도 전날보다 1.25% 하락한 35만5500원에 마감했다. KCC는 삼성물산 주식 8.97%를 보유한 주요주주다. 때문에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보류 소식이 KCC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KCC의 시가총액은 3조7000억원인데 KCC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의 시장가치는 2조원에 달한다”며 “지주사 전환에 따른 삼성물산 차익 실현을 기대하고 KCC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실망하면서 KCC 주가도 덩달아 떨어졌다”고 말했다.KCC가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한 건 2015년 6월이다. 당시 삼성그룹과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문제로 갈등을 빚자 KCC가 삼성물산의 지분을 인수하고 주총에서 합병 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주당 7만5000원, 총액 6743억 원에 매입했다.이후 지주사 전환 가능성에 삼성물산 주가는 지난해 10월 16만원대까지 상승했다. KCC도 40만원대를 돌파했다. 그러나 지주사 전환 보류 소식에 삼성물산은 3월 30일 기준으로 12만8000원까지 하락했다. KCC 주가도 35만4000원으로 떨어졌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KCC 기업가치에 비해 삼성물산 투자주식의 비중이 크다 보니 삼성물산의 주가와 KCC의 주가가 연동된다”며 “지난 6개월간 삼성물산의 주가는 19.5% 하락했고 KCC의 주가 역시 16.6% 떨어졌다”고 말했다.
만도 지분 매각해 6500억원 차익 거둬KCC 주가는 하락세지만 증권가의 투자의견 대부분은 긍정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의 KCC 목표 주가는 45만원, 한화투자증권은 48만원이다. 송유림 연구원은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실적도 중요하지만 회사가 투자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땅이나 주식 등도 포함된다”며 “KCC는 타 기업들에 비해 주식투자 비중이 큰 편”이라고 말했다.KCC는 현재 삼성물산을 비롯한 현대중공업(7.01%), 현대산업(2.37%), 현대상사(12%), 한라홀딩스(4%), 한라(10.15%), 현대C&F(1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종목의 시장가치만 따지면 3조원이 넘는다. 이렇다 보니 KCC의 성장 모멘텀과 함께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이슈에 따라 투자 가치도 오르내린다. 실제로 투자 수익률도 좋다. KCC는 2014년 11월 현대중공업에 3000억원을 투 자해 주 식 243만9000주(6.25%)를 매입했다. 당시 9만원대였던 주가는 3월 30일 종가 기준으로 16만5000원이다. 2년 4개월 동안 45% 올랐다. 2008년에는 2670억원을 투자해 만도 지분 29.99%를 매입했다. 두 번에 걸쳐 만도 지분을 매각한 KCC는 6500억원에 달하는 평가차익을 거뒀다.KCC가 투자성과를 올릴 수 있는 배경에는 정몽진 KCC 회장의 역할이 컸다. 그는 한국의 워런 버핏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투자에 남다른 선구안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용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실물과 이론이 뒷받침된 투자 감각과 금융권 인맥을 적절하게 활용한 것이 투자성과를 높이는데 주요하게 작용했다.KCC가 보유한 주식 중 시장의 관심을 받는 ‘물건’은 삼성물산뿐만이 아니다. 이경자 연구원은 “올해에는 사업분할이 되는 현대중공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4월 1일자로 사업을 분할하고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장기화된 조선업 불황을 극복하고 성장이 정체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조선사업본부, 해양플랜트사업본부, 엔진기계사업본부 등 주력사업에 역량을 집중한 조선해양 전문회사로의 재탄생을 꾀하고 있다.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중장기적으로 여전히 유효한 것도 KCC에는 호재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지주사 전환이 추진되기는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분할합병 기대감은 유효하다”며 “경영권 방어 등의 비용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것보다 삼성전자가 인적분할한 뒤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만약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이 될 경우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가치는 크게 상승할 수 있다.
올해 KCC 영업이익 4.7% 증가 예상이렇다 보니 KCC의 투자 행보는 업계에서 늘 주목을 받는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월 16일부터 한 달 동안 주식시장의 큰 손이라고 불리는 연기금은 KCC 주식을 2700억원어치 사들였다. 그러나 KCC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보유지분 때문만은 아니다. 실적 개선 가능성도 크다. KCC는 건자재 사업부문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40%를 차지한다. 건자재는 일반건축자재와 PVC(창호 및 바닥재), 유리 등 대부분 마감재로 구성돼있다.최근 2년간 주택시장에 분양된 물량은 100만 가구에 달한다. 마감재는 건축 착공 후 1년이 지난 후 매출로 반영된다. 때문에 올해부터 내년까지 건자재 매출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KCC 매출액은 3조5650억원, 영업이익은 3430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2.1%, 4.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송유림 연구원은 “KCC는 건자재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기업 이슈에 따라 투자가치 상승 여력이 큰 만큼 주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며 “연기금 같은 주식시장의 큰 손들에겐 KCC 주식이 헤지펀드보다 더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