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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노후 준비 5년 만에 끝내기(4) 예산짜기] 돈 새는 구멍 찾아내 순소득 늘려야 

 

서명수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
3개월 가계부 써보고 예산 짜면 도움 … 원리금 상환 등이 1차 손볼 대상

노후 종잣돈 마련을 위한 저축금 늘리기는 지출 통제가 관건이다. 지출 통제의 핵심은 가계 지출에서 돈 새는 구멍을 틀어막아 현금흐름을 좋게 만드는 것이다. 저수지에 새는 구멍이 없어야 논에 늘 물이 찰랑 찰랑 넘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월간 총 수입에서 고정·변동 지출을 빼면 월간 순소득이 나오는데, 순소득을 늘리는 것이 바로 현금흐름을 개선하는 길이다. 기업이나 가계나 경제주체의 재무관리는 현금 흐름이 마르지 않도록 갈무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금흐름이란 한마디로 현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이른다. 우리 몸엔 늘 피가 있지만 동맥경화로 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면 죽는 것처럼 자산이 아무리 많아도 현금이 돌지 않으면 망하게 돼 있다. 현금흐름이 원활한 가정이 자산 축적과 증식으로 단기 노후준비 고지를 선점하는 데 유리하다.

소비의 민 낯 적나라하게 드러내

만약 지출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 순소득이 총소득의 30%를 밑돌거나 마이너스면 현금흐름이 나빠져 가계가 건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개 꼭 써야 하는 고정지출 비중이 크면 순소득이 감소해 재정의 건정성을 해친다. 이 경우 고정지출이 어디서 발생하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돈 새는 구멍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가정의 경우 주택 구입이 고정지출을 늘리는 공공의 적으로 지목된다. 주택을 살 때 은행에서 빌리는 대출로 인한 원리금 상환이 고정지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굳이 현금흐름 개선이 아니라도 부채 상환은 빚 없는 노후를 위해 꼭 실행해야 할 제1 수칙이다.

그럼 현금흐름을 좋게 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예산에 맞춰 지출하는 소비습관을 기르는 게 지름길이다. 지출이 예산을 초과할 수 없도록 시스템화하는 것이다. 예산 워크시트를 이용하면 매월 예산을 짜고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산 짜기에 앞서 수입과 지출 내역을 정리하는 가계부를 3개월 써보면 일이 수월해진다.

그러나 예산짜기는 몹시 귀찮은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미 써 버린 돈을 생각조차 하기 싫어한다. 수입 항목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데 쓸 곳은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기도 두렵다. 그래서 그런지 예산짜기를 자신에 대한 형벌쯤으로 여기고 시도해 본 사람이 드물다. 혹 시도를 했더라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예산은 어쨌거나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그럼에도 예산짜기는 노후 종잣돈 마련을 위해 꼭 필요하다. 또 노후생활에 들어가기 전에 소비 감축 훈련을 해야 하는데, 예산짜기는 이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켜 현역 시절의 잘못된 소비 습관을 바로잡게 해준다.

예산짜기는 단지 외식비나 유흥비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가를 알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예산짜기는 소비의 민낯을 볼 수 있게 한다.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실체 돈을 쓰는 방식 사이의 간극을 발견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보통 소비를 추적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없다.

딱 한 달만 예산을 짜보면 “그런 곳에 내가 그렇게 많은 돈을 쓰고 있는지 몰랐어”라는 생각에 깜짝 놀라게 된다. 예산짜기는 자신의 소비성향에 대해 몰랐던 많은 사실을 알려준다.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모른다는 것은 새는 구멍이 많다는 뜻이다. 구멍 막는 시스템이 없다면 재무목표를 이루기 위한 돈의 저수지가 메마르는 건 시간 문제다.

예산짜기는 고정지출 목록을 만드는 것으로 출발한다. 일반적인 고정지출 항목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 자동차 할부금, 기본적인 신용카드 사용액, 수도요금·전기요금·보험료·휴대요금 등이다. 또 각종 세금이나 병원비, 헬스클럽 이용료 같은 경직성 지출도 있다. 이들 경직성 지출이 예산짜기에서 손을 볼 1차 대상이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식이다. 또 더 이상 필요 없는 보험료를 계속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보험사에 연락해 계약 내용을 바꿔 보험료를 낮추거나 해지해야 한다. 잘 듣지 않는 음원 사이트 월정액, 지나치게 비싼 케이블 TV 이용료 등도 줄일 수 있다.

필자는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이다.

[박스기사] 왜 빚 얻어 불입하는 적금 통장 깨지 못할까? - ‘심적 회계’가 ‘신성불가침’으로 간주


행동경제학자로 [넛지]의 저자인 리처드 탈러 교수는 높은 이율의 대출을 부담하면서 낮은 이율의 적금을 붓는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을 ‘심적 회계’로 설명한다. 적금을 마음속의 노후대책 계정에 넣어 두고 ‘노후 대책 계정은 신성불가침 영역이니 절대 깨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탈러 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은 돈을 구분해서 소비한다. 기업이 회계 장부를 작성하는 것처럼 저마다 마음속 회계 장부를 가지고 돈에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따라서 같은 돈이라도 그 돈을 마음의 어떤 회계 계정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돈의 쓰임새에 커다란 차이가 생긴다. 오락 계정에 있는 돈은 부담없이 쓰는 경향이 많다. 대개 명절 때 회사에서 주는 떡값이나 연말 보너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생활비 계정에 있는 돈을 그렇지 않다.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심리적 작용을 잘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주택마련 등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면 좀 더 수월하게 자금을 모을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가 담긴 돈은 더 잘 지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적 회계에 말려들어 손해를 보기도 한다. 시장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분산투자가 많이 이용되는데, 심적회계가 끼어들면 나쁜 결과가 생긴다. 여러 자산에 나눠서 포트폴리오 투자를 한다고 하면서도 수익률에 대한 평가는 전체 포트폴리오가 아닌 개별 자산에 초점을 맞춰 평가할 때가 그렇다. 이 경우 이리 저리 투자처를 옮기거나 자주 사고파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러한 악영향을 피할 수 있을까. 먼저 어떤 돈이든 절대 금액은 같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월급으로 받는 돈이든 선물로 받는 돈이든 모든 돈은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1378호 (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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