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민 낯 적나라하게 드러내만약 지출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 순소득이 총소득의 30%를 밑돌거나 마이너스면 현금흐름이 나빠져 가계가 건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개 꼭 써야 하는 고정지출 비중이 크면 순소득이 감소해 재정의 건정성을 해친다. 이 경우 고정지출이 어디서 발생하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돈 새는 구멍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가정의 경우 주택 구입이 고정지출을 늘리는 공공의 적으로 지목된다. 주택을 살 때 은행에서 빌리는 대출로 인한 원리금 상환이 고정지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굳이 현금흐름 개선이 아니라도 부채 상환은 빚 없는 노후를 위해 꼭 실행해야 할 제1 수칙이다.그럼 현금흐름을 좋게 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예산에 맞춰 지출하는 소비습관을 기르는 게 지름길이다. 지출이 예산을 초과할 수 없도록 시스템화하는 것이다. 예산 워크시트를 이용하면 매월 예산을 짜고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산 짜기에 앞서 수입과 지출 내역을 정리하는 가계부를 3개월 써보면 일이 수월해진다.그러나 예산짜기는 몹시 귀찮은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미 써 버린 돈을 생각조차 하기 싫어한다. 수입 항목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데 쓸 곳은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기도 두렵다. 그래서 그런지 예산짜기를 자신에 대한 형벌쯤으로 여기고 시도해 본 사람이 드물다. 혹 시도를 했더라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예산은 어쨌거나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그럼에도 예산짜기는 노후 종잣돈 마련을 위해 꼭 필요하다. 또 노후생활에 들어가기 전에 소비 감축 훈련을 해야 하는데, 예산짜기는 이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켜 현역 시절의 잘못된 소비 습관을 바로잡게 해준다.예산짜기는 단지 외식비나 유흥비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가를 알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예산짜기는 소비의 민낯을 볼 수 있게 한다.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실체 돈을 쓰는 방식 사이의 간극을 발견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보통 소비를 추적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없다.딱 한 달만 예산을 짜보면 “그런 곳에 내가 그렇게 많은 돈을 쓰고 있는지 몰랐어”라는 생각에 깜짝 놀라게 된다. 예산짜기는 자신의 소비성향에 대해 몰랐던 많은 사실을 알려준다.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모른다는 것은 새는 구멍이 많다는 뜻이다. 구멍 막는 시스템이 없다면 재무목표를 이루기 위한 돈의 저수지가 메마르는 건 시간 문제다.예산짜기는 고정지출 목록을 만드는 것으로 출발한다. 일반적인 고정지출 항목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 자동차 할부금, 기본적인 신용카드 사용액, 수도요금·전기요금·보험료·휴대요금 등이다. 또 각종 세금이나 병원비, 헬스클럽 이용료 같은 경직성 지출도 있다. 이들 경직성 지출이 예산짜기에서 손을 볼 1차 대상이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식이다. 또 더 이상 필요 없는 보험료를 계속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보험사에 연락해 계약 내용을 바꿔 보험료를 낮추거나 해지해야 한다. 잘 듣지 않는 음원 사이트 월정액, 지나치게 비싼 케이블 TV 이용료 등도 줄일 수 있다.필자는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이다.
[박스기사] 왜 빚 얻어 불입하는 적금 통장 깨지 못할까? - ‘심적 회계’가 ‘신성불가침’으로 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