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의욕 왕성하고 일하기 원해 … 70대 중반부터 건강관리 더 힘써야
인생 70년을 살았다는 뜻의 ‘고희’는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에서 유래했다. 수명이 짧았던 옛날에는 참으로 보기 드문 나이였다. 하지만 이제 인생 70세는 여전히 왕성한 나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2015년 정부에서 인건비 등을 지원받아 기관·기업에 채용된 60세 이상 고령자 중 절반이 넘는 66.9%가 70대다. 60대(17.6%)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이는 60대는 자력으로 재취업하거나 개인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 스스로 재취업할 능력이 떨어지는 70대가 되면 정부 지원을 받아서라도 계속 일하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령자 채용을 위해 마련된 고령자 친화 기업도 지원자의 평균 연령이 68세에 달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자체 설문에서 ‘언제까지 일하고 싶냐’고 묻자 평균 74세로 나타났다.이같이 오래 살게 되면서 70대 이후에도 계속 일하려는 사람이 많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체력이 팔팔하다. 재무적 준비가 부족해 일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체력과 의욕이 사회활동을 뒷받침한다. 70대가 활발히 사회 활동을 이어 가는 것은 신체 능력이 저하되는 속도가 이전 세대에 비해 현저히 느려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일본에서는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고령자의 신체 능력이 5∼10세 젊어졌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70대가 60대 못지않은 체력과 지적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재무적 이유도 있다. 먼저 계속 사회활동을 하다 보니 돈이 필요한 경우다. 인생을 한층 알차게 보내고 즐기기 위해 일하는 고령자가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55∼79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사람이 취업을 원하는 이유로 ‘생활비 보탬’(57%)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의식주에 필요한 ‘필수 생활비’가 아니라 여가 비용이 필요한 현실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앙코르 라이프 세대’라고 표현했다.반면 노후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것도 일하려는 배경이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다. 일본은 19.4%에 그치고 있으며 OECD 평균(12.4%)의 네 배에 달한다. 노인 빈곤율은 중위소득(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값)의 50% 미만인 인구가 전체 대비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밥 굶는 사람은 없는 시대지만 상대적 빈곤을 겪는 고령자는 많다는 의미다.해외여행을 가고, 골프를 치고, 손자들에게 용돈을 주고, 자신이 하고 싶은 작은 사치도 부려가며 노후를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최소한의 생계만 유지하기도 벅찬 ‘하류인생’도 적지 않다. 70세가 되면 노후 준비의 격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30, 40대 젊은 시절부터 연금을 비롯해 노후 준비를 체계적으로 해놓았다면 노후에 편안한 삶이 시작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고난이 시작될 수 있다.70대 중반을 넘어서면 인생은 또 한번 크게 바뀐다. 사회적 인연이 크게 줄어들면서 최소한의 사회생활이 시작된다. 인생은 말년이 편해야 한다고 하는데 70세 이후가 평탄해야 행복한 노후라고 볼 수 있다. 이때를 잘 마무리해야 비로소 행복감이 충만한 상태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때 반드시 피해야 하는 것이 건강 악화다. 이 계곡을 넘어가려면 70대부터는 건강이 인생의 전부라고 봐야 한다. 건강을 잃으면 그동안 쌓아온 인생을 모두 잃게 된다. 암이나 심장마비, 치매 등에 걸리면 인생은 졸지에 불행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진을 잊어선 안 된다. 중대 질병은 가족의 삶까지 황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필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dong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