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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2200 고지가 저기인데…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대형주·IT 등 오를 만큼 오른 종목 매도 유혹 강할 것... 주가 올리는 힘보다 끌어내리는 힘이 우세

미국과 중국이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100일 계획’에 합의했다.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것이라 우려는 일단 수그러들었다. 상황이 나아진 게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한국과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원·달러 환율이 한때 1110원대까지 내려간 걸 보면 시장이 여전히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장에서는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더라도 원화가 계속 약세에 머물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두고 볼 일이다. 실제로 조작국에 지정되면 원화가 단기간에 1100원 밑으로 내려갈 확률이 높다.

과거 환율 조작국 지정이나 플라자 합의 같은 대형 이벤트는 정부의 개입에 의해 이루어졌다. 지금은 외환이 자유화돼 있어 과거 같은 인위적 조정이 어렵다. 미국이 한국과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더라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한계 때문에 미국은 환율 조작국으로 실제 지정하기보다는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한 압박 카드로 활용하는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테이퍼링보다 자산 축소가 더 타격

환율 변동은 외국인 매수에 영향을 미친다. 코스피가 2180선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동력은 외국인 매수에 의한 수급 호전이었는데, 환율이 변동할 경우 외국인 매수가 줄어들거나 순매도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원화가 충분히 절상됐고, 정보기술(IT) 등 외국인이 중점 매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종목의 가격이 올라 매도에 대한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계기로 금융 완화 정책에 대한 수정 작업이 본격화됐다. 이번에는 미 중앙은행의 자산을 언제 어떻게 축소할 것인가가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데, 여러 완화 조치들이 조금씩 약해지는 단계에 들어간 것 같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자산 축소를 2014년에 있었던 테이퍼링과 동일 선상에서 해석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양적 완화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던 걸 멈췄던 테이퍼링과 기존에 나가 있는 유동성을 회수하는 자산축소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자산 축소가 더 타격이 크다. 유럽은 지난 3월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서 “유럽 경제가 추가 완화조치를 취해야 할 만큼 급박하지 않다”는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발언으로 금리가 크게 상승했다. 긴축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인데, 유럽 경기가 좋다고 하나 국가별 실업률 같은 기본적인 경기 체질이 제각각이어서 미국보다 훨씬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융정책 변화는 시장의 큰 틀이 바뀐다는 걸 의미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지난 8년간 완화된 금융정책이 국내외 주식시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오랜 시간 정책이 한쪽 방향으로 진행돼 왔기 때문에 아직은 정책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중앙은행의 자산축소 같이 함께 진행됐던 정책들이 사라질 경우 체감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하반기부터 금융정책 변화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올 1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됐다. 시장에서는 1분기에 거래소 기업들이 43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초보다 7.4% 높은 수치다.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익 추정치가 34조5000억원으로 연초 이후 5.1% 늘어난다. 1분기 실적 발표 직전에 이익 추정치는 다소 후퇴할 수 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처음 이익 전망을 높게 잡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적으로 조정되는 패턴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환율인데, 1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이 1157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1201원에 비해 강세를 기록했다. 이런 원화 강세는 대형 수출주의 이익 추정치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평균 원·달러 환율이 1120원을 기록했던 작년 3분기에 이익 추정치가 실적 발표와 동시에 가파른 하향세를 보였던 것이 환율과 기업실적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개별 종목에 대한 이익 전망은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관심 대상이다. 1분기에 9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시장에서는 연간으로는 45조 가까운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익이 생각한 만큼 나올 경우 이번에는 편중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도체를 포함한 3~4개 종목이 전체 이익에서 지나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데, 주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3년 삼성전자와 현대차 두 종목이 전체 이익의 41%를 차지한 적이 있지만, 주가는 이익 편중 현상 때문에 기대만큼 오르지 못했다.

다음은 IT 등 업종 대표주다. IT 업종은 2015년부터 이익이 늘었지만, 주가는 한해 늦은 지난해부터 본격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들 종목의 영업 구조를 보면 올해 이익이 더 좋아질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 철강, 화학 같은 중국 관련 산업은 수요가 좋지 않다. 중국 특수를 기대할 수 없어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조선업은 업황 자체가 최악이어서 작년만큼 이익을 내는 것도 버거워 보인다. 자동차의 경쟁력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호황기였던 2011년에 원·엔 환율이 1400원대였다. 미국 자동차 3사가 금융위기로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었고, 도요타 역시 리콜 사태를 겪고 있었다. 국내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 더없이 좋은 상황이었는데, 더 이상 그 당시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다. 1분기에 대형주 이익이 지지부진할 경우 1년간 이어져 온 상승이 끝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소형주다. 기업 규모가 작아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지나지 않지만, 종목 수로는 85%가 넘는다. 작년까지 2년간 이익이 좋지 않아 주가 역시 2015년 중반부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은 1분기 실적을 통해 수익이 한계에 부딪힌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해소해 줘야 한다. 그게 성공하면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주도주가 바뀔 수 있다. 1년 넘게 주가가 하락해 가격 부담이 줄어든 상태인데 여기에 이익 증가가 더해질 경우 주가를 밀어 올리는 힘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상장사들의 이익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주가는 이익이 늘어난 만큼 오르지 못했다. 이익과 주가 사이에 격차가 생겼는데, 1분기 실적이 기대만큼 나올 경우 그동안 반영되지 않았던 이익이 주목받을 것이다. 여러모로 이번 실적은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사상 최고치 직전서 주가 숨 고르기

사상 최고치 경신을 앞두고 주식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연준이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선데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차익 매물이 꾸준히 나왔기 때문이다. 아직은 코스피가 전고점인 2189와 마디 지수인 2200을 넘을 수 있는 힘에는 못 미치는 상태다. 추가 상승보다 차익실현 매물에 따른 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게 맞는 것 같다. 경제 변수 중에서는 물가가 눈길을 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아졌다. 작년 하반기 이후 물가 상승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는 시장이 불리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외국인 매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연초 이후 코스피가 6% 넘게 상승했지만, 달러화로 환산하면 더하다. 15.6%에 달한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차익을 실현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길 만 하다.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전후해 원화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1381호 (201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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