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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 Book | '판을 바꾸는 질문들'] 우문현답(愚問賢答)은 없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11가지 유형별 질문 노하우 … 현명한 질문이 현명한 답 이끌어

"당신의 실수는 답을 못 찾은 게 아냐.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 없잖아. ‘왜 이우진은 오대수를 가뒀을까?’가 아니라 ‘왜 풀어줬을까?’란 말이야.”

영화 [올드보이]에서 이우진(유지태 분)이 오대수(최민식 분)에게 한 말이다. 이유도 모른 채 15년간 감금됐던 오대수에게 이 교정된 질문은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나를 왜 가뒀을까’에서 ‘왜 나를 풀어줬을까, 그것도 15년 만에’로 바뀐 질문 속에 비극적 결말이라는 답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질문은 답을 찾는 과정이다(영어 ‘question’의 어원은 ‘찾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quaestio’다). 사르트르는 [존재와 무]에서 “질문은 인간이 세계에 탐구적으로 관계하는 원초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 원초적 행위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이어진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불리는 파블로 네루다는 “우리는 질문하다 사라진다”는 구절을 남기지 않았는가. 그래서 질문은 중요하다. 더 정확하게는 ‘어떻게 묻느냐’가 중요하다. 소크라테스는 “질문이 정답보다 중요하다”고 일갈했고, [생각의 탄생]을 쓴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은 “질문은 우리의 삶 전체에 있어서 중대한 실마리가 된다”고 했다.

이 책 [판을 바꾸는 질문들(원제: ASK MORE)]은 ‘우리는 왜 질문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의서이자, ‘우리가 질문할 때 무엇을 얻게 되는지’에 대한 해답지다. 40년간 질문을 업으로 삼은 CNN 기자 출신인 저자는 프로롤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현명한 질문은 사람을 더 현명하게 만든다. 우리는 질문을 통해 학습하고, 관계 맺고, 관찰하고, 발명한다. 한계를 밀어붙이는 비밀을 발견한다. 불가사의를 해결하고 새로운 방법을 상상한다. 목표를 숙고하고 방향을 정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다…(중략)…질문을 통해 발견과 성공으로 가는 문을 열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물론, 우주의 가장 오래된 신비의 답을 발굴하는 것도 가능하다. 통찰력 있는 질문으로 낯선 사람과 친해지고, 면접관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저녁 파티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으며, 그런 질문을 열쇠 삼아 더 행복하고 더 생산적이고 더 보람 있는 삶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우리는 왜 질문하는가?


▎판을 바꾸는 질문들 / 저자 프랭크 세스노 / 번역 김고명 / 출판사 중앙북스 / 값 1만6000원
질문은 단순히 네이버 ‘지식인’에 모르는 것을 묻는 행위가 아니다. 질문은 진단과 분석, 창조, 공감, 전략, 유희, 대립을 이끌어 내는 모든 행위의 출발이다. 좋은 예가 있다. 존 F. 케네디는 취임사에서 역사적인 질문을 이끌어 냈다. 그는 “국가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가 아니라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질문’하라고 말했다. 국가와 사회,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대전환을 이끌어낸 말이었다. 달 탐사에 대한 회의론이 들끓었을 때도 케네디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국면을 전환했다. “혹자는 묻습니다. 왜 하필 달입니까? 왜 이것을 우리의 목표로 삼아야 합니까? 그렇다면, 왜 35년 전에 (찰스 린드버그는) 대서양 횡단 비행을 했겠습니까?” ‘도전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렵기 때문’이라는 명언과 함께 미국 시민들에게 던진 이 걸출한 질문으로 아폴로호는 달 표면에 착륙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이런 질문을 ‘창조형 질문’이라고 했다.

저자는 질문의 노하우를 11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먼저 진단형 질문.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아내는 질문법이다. 지금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 문제가 언제 시작됐는가?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통해 문제를 제대로 짚고, 그래야 해결에 성큼 다가설 수 있다. 다음은 전략형 질문이다. 이 유형의 질문은 줌아웃으로 큰 그림을 비추는 식이다. 저자는 “전략형 질문은 우리가 더 큰 목표, 더 숭고한 뜻에 집중하고 그곳에 이르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간파하게 한다”고 했다. 빌 게이츠가 말라리아 박멸 프로젝트에 나서면서 한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문제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 프로젝트를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우리가 이 과제를 수행할 역량이 되는가?

공감형 질문이라는 유형도 있다. 공감형 질문의 목표는 더 깊고 더 감정적인 대답을 통해 무엇이 사람들을 움직이고, 생각하고, 겁내고, 느끼게 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어떻게 된 거에요? 지금 기분이 어때요? 좀 더 확장하면, 이런 질문도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질문일 수 있다. 지난 대선을 관통했던 질문, ‘이게 나라입니까?’

경계하는 사람, 망설이는 사람, 적대적인 사람, 냉담한 사람, 위협하는 사람에게는 가교형 질문이 효과적이다. 말 그대로 자신과 상대를 이어주는 질문이다. 이 유형은 물음표가 없는 질문인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좀 더 얘기해 봐요”, “나는 당신의 얘기를 들을 준비가 돼있습니다”. 저자는 “가교는 한 번에 하나의 질문과 하나의 답변으로 차근차근 건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립형 질문 때 신중해야

다음은 추궁을 하고, 책임을 묻는 대립형 질문이다. 대립형 질문은 노골적이고 도전적인 질문이다. 이런 질문은 상대방이 선뜻 대답을 하지 않더라도 기록이 생기고 쟁점이 대두하는 특성이 있다. 국회 청문회나 검찰 조사를 생각하면 쉽다. 저자는 대립형 질문을 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다하라고 말한다. 가교를 만들기는커녕 있는 가교를 파괴하고, 때로는 잘못된 질문으로 역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조형 질문은 사람들로 하여금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결별’을 이끌어 낸다. 저자는 창조형 질문의 효과를 이렇게 설명한다. ‘창조형 질문은 독창적으로 생각하게 하고 위험을 무릅쓰게 한다. 한계를 밀어붙인다. 야심 차게 상상하고 독립적으로 생각하라고 주문한다.’ 가령, 신입사원들에게 이렇게 묻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CEO라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공동의 목적을 찾고, 공동의 목표로 과제를 전환하고 싶다면 사명형 질문을 던지는 것도 좋다. 사명형 질문은 우리가 어떻게 조직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지, 가치 있고 필요한 것을 어떻게 성취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우리가 어떤 식으로 협력하면 대의 실현에 도움이 될까요?’ 이때 중요한 것은 ‘나’가 아닌 ‘우리’가 주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밖에 직원을 채용하는 면접관이나 그 면접관과 대면해야 하는 지원자라면 이 책 9장 면접형 질문 파트를 꼼꼼히 읽으면 도움이 되겠다. 사교의 자리가 많은 독자라면 10장 유희형 질문을 참고하기 바란다.

다양한 질문 유형과 사례를 제시하는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은 없다.’

1393호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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