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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노하우·인프라 탄탄하지만…카카오뱅크의 주력 서비스인 해외 송금에 맞서 시중은행도 서비스 지역 확대와 동시에 송금 수수료 낮추기에 돌입했다. 카카오뱅크의 송금 수수료는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7월 수취인의 휴대전화 번호만 알면 해외 송금이 가능한 ‘1Q 트랜스퍼’의 서비스 지역을 중국까지 확대했다. 연말까지 총 80여개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송금 수수료도 500달러까지는 5000원, 500달러 초과액은 7000원으로 낮췄다. 우리은행은 올 12월까지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에서 500달러 이하 송금시 수수료를 기존 1만500원에서 2500원으로 약 76%나 대폭 줄였다. 500~3000달러를 보낼 때 발생하던 수수료도 1만5500원에서 5000원으로 68% 낮추기로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낮은 수수료 때문에 인터넷 은행에 신규로 계좌를 개설하는 기존 고객을 잡기 위해 수수료 부담을 최대한 낮추기로 했다”며 “아직 초기라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는 있지만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의 노하우나 인프라를 따라잡기에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고객 관리에 더욱 신경쓰는 것이 주된 대응 전략”이라고 덧붙였다.은행이 전에 없던 혜택을 내놓자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터넷은행의 등장에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는 뒤늦은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기존 은행을 이용하며 고객들은 오래도록 불편을 겪어왔지만 이에 대해 적극적인 개선책을 내놓은 곳은 없었다”며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은행의 변신이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선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인터넷은행의 성공이 금융 업계 전반의 서비스 확대와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카카오뱅크 흥행몰이에 한몫한 앱 환경에 대응해 1세대 금융앱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오프라인 콘텐트를 온라인 채널을 옮기는 데 급급했던 모습에서 사용자 중심의 모바일 환경 구축에 나선 것이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현재 카카오뱅크는 앱 다운로드 수를 기준으로 농협(691만 건)·국민(676만건)·신한(409만건)·우리(401만건)에 이어 5위에 올랐다. 6위 KEB하나은행이 2009년 모바일 뱅킹 앱을 출시한 이후 9년 동안의 다운로드 기록을 단 2주 만에 넘어선 것이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앱 소지자 100만 명을 돌파하는 데 120일이 걸렸다.신한금융투자는 8월 8일 자산관리 모바일앱 ‘신한아이알파’의 개편을 발표했다. 사용환경의 단순함과 편의성 개선을 위해 비대면 계좌개설 이용단계를 간소화하고 트레이딩 서비스 화면을 업그레이드했다. 채팅상담도 어느 메뉴에서나 접근 가능하도록 바꿨다. NH농협은행이 지난해 출시한 모바일플랫폼 ‘올 원 뱅크’은 고객의 편의성 증대를 위해 화면구성을 변경하고 회원가입 절차와 로그인 시간을 단축했다. 또 금융지주 계열사의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NH금융통합’서비스를 통해 증권 보유계좌와 카드 결제예정금액 등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했다. NH농협은 올 원 뱅크 가입자가 출시 1년 만인 8월 9일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도 한 화면내 복잡한 메뉴들을 덜어 내고 화면 구성을 단순화하는 방식으로 편의성을 개선했다. 금융권 모바일 앱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성공 배경에는 사용자 중심의 모바일 앱을 빼놓을 수 없다”며 “금융권에서는 ‘왜 우리는 진작 이런 앱을 개발하지 못했나’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금융사의 모바일 앱 개편은 앞으로도 계속될 흐름이라는 전망이다.
모바일 앱 개편 작업 봇물기존 은행권은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모바일 거래 확산과 IT 혁신이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IT 분야 경력을 보유한 외부 인재 영입에도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우리은행은 최근 인공지능(AI)·빅데이터·블록체인 등 디지털 분야 경력직 채용 모집을 마감했다. 신입공채에서는 IT 부문과 디지털 부문 행원을 별도 채용할 예정이다. 앞서 NH농협은행은 디지털 혁신 업무를 담당할 직원 20명을 새로 채용한 바 있다. 7월부터 4개월에 걸쳐 점포 90개를 폐쇄하고 모바일 거래 중심으로 영업을 재편하는 계획을 추진 중인 한국 씨티은행도 IT 전문가를 확충하고 있다. 상반기 IT분야 경력자 9명을 채용한 데 이어 하반기에 2명을 더 선발할 방침이다. 이들을 주축으로 소비자 금융 거래의 대부분을 모바일 또는 인터넷 거래로 전환할 계획이다. KEB 하나은행은 최근 사내 공모를 거쳐 IT 전문가 22명을 선발해 ‘디지털 스타스’라는 팀을 꾸렸다. 앞으로 이들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디지털 금융혁신 포럼이나 세미나에 참석시키고, 국외 대학 및 연구소 연수 기회를 우선 부여할 계획이다.
IT 인력 확충하고 조직구조도 바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