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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의 과제는] 편리함·낮은 수수료 좋지만 신뢰 더 쌓아야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돌연 상품 판매 중단하고 마이너스통장 한도 줄이기도 … 자본금 확충도 발등의 불
카카오뱅크 돌풍이 거세다. 가입자가 4200만 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기반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가 흥행 포인트다. 여기에 시중은행보다 저렴한 각종 수수료와 편리한 모바일 이용 환경 등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카카오뱅크와 더불어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에도 가입자가 꾸준히 몰리고 있다. 물론 아직 인터넷전문은행이 낯선 이들도 적지 않다. 직접 돈을 찾거나 맡길 수 있는 실물 지점이 없는 데다, 출범 초기라 큰 돈을 선뜻 맡기기가 망설여진다. 온라인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이나 모바일 기기 확보가 어려운 저소득층 등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도 고려해야 할 문제다.

카카오뱅크 오픈 직후 이용자들이 가장 궁금해한 질문 가운데 하나가 인터넷전문은행도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카카오뱅크도 일반 은행과 마찬가지로 금융 규제와 보호를 받는다. 따라서 원리금 합계 최대 5000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예금자보호법 역시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신뢰를 확보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오픈 직후부터 대출 서비스와 고객 상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혼란이 계속되자 영업을 개시한 지 일주일도 안되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오픈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사전 공지도 없이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를 줄이는 등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두 은행은 “갑자기 대출 신청이 늘어난 탓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어쩔 수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신뢰성 확보가 중요한 시점에서 초반부터 삐걱대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아직 기존 은행과 상품의 차별화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데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정기예금(1년 만기 기준) 금리는 연 2% 수준이고, 신용대출 금리도 최저 연 2%대다. 대출 한도도 1억5000만원에 달한다. 시중은행의 경우 예금 금리가 연 1%대, 신용대출 금리가 최저 연 3%대라는 점을 보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고신용자들이 저금리 신용대출에 몰릴 경우 수익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카카오뱅크 초반 수요가 몰린 데는 케이뱅크가 직장인 신용대출을 중단한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뱅크가 신용대출을 중단하기 전에 미리 계좌를 열어뒀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상품은 초반 가입자를 모으기에는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은행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시중은행과 다른 차별화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단 계좌를 개설하고 보자는 이용자 수는 크게 늘었지만 앞으로 체크카드 이용 등 실질적인 수치가 성장세를 보일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자본금 확충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까지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은 주요 주주가 정보기술(IT) 기업인 탓에 자본금 마련에 한계가 있다. 자본금이 부족하면 대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데다 사업에 필요한 각종 투자를 하기도 어렵다. 케이뱅크의 경우 7월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이 90%를 넘어서면서 이용자가 가장 많았던 ‘직장인K 신용대출’ 판매를 돌연 중단했다. 이에 우리은행과 GS리테일 등 19개 주주사를 설득해 기존 보유 지분에 비례해 1000억원을 증자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규제 탓에 증자가 쉽지 않다.

현재 은행법상 일반 기업은 은행 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의결권은 4% 안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대기업이 은행을 개인 금고처럼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는 KT가,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각각 설립을 주도했지만 지분을 10%씩만 보유하고 있다. 의결권도 4%로 제한받아 사실상 사업을 주도적으로 펼치긴 어렵다. 현재 상황에서는 기업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같은 큰 규모의 대출을 취급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센터장은 “KT와 카카오가 증자를 통해 금융시장에 정착하려면 은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며 “금융산업의 발전을 이끌 인터넷전문은행이 오랜 규제 탓에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1397호 (2017.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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