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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7대 산업은 지금 | 조선] 한국 조선 업계만 4년 연속 순손실 기록 

 

함승민 기자 sham@joonagang.co.kr
해상물동량 줄면서 글로벌 조선업 불황...저가 수주 관행 개선이 관건

▎가동이 중단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2008년 로벌 금융위기는 조선 업계에 높은 파도였다.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무역 규모가 위축되면서 해운업과 조선업의 타격이 컸다. 여기에 중국의 성장 정책이 서비스업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다.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 속에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해상물동량 증가율은 2015년부터 경제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해운사들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선박 발주를 지속해왔지만, 그 결과로 선박은 공급 과잉 상태가 됐다.

실제 글로벌 조선 업계는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총자산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3년 간 글로벌200 조선 기업에서 약 230억 달러의 총자산이 줄었다. 불황에 따른 자기자본 감소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13년부터 조선업 매출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최근 5년 평균 매출증가율은 -4.76%다. 같은 기간 평균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은 각각 -16.61%, -34.64%의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분식회계로 대우조선은 집계에서 제외

특히 한국 조선 업계는 글로벌 조선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총 21개에 달하는 조선업 글로벌200의 한국 기업군은 2014부터 총자산 및 자기자본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나타냈다. 조선업의 전체 파이도 줄었지만, 한국의 몫은 특히 더 쪼그라들었다. 2012년 글로벌200의 41%선을 차지하던 한국 조선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33%선으로 추락했다. 반면 이 기간 경쟁군인 미국·유럽·일본·중국 조선 업계가 차지한 매출 비중은 모두 커졌다.

한국 조선의 5년 평균 영업이익은 -14.6%로 하락세다. 순이익은 2013년부터 마이너스를 지속했다. 지난 4년 연속으로 순 손실을 기록한 곳은 한국뿐이다. 환산하면 5년 간 연평균 약 1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재무활동에 따른 손실 규모가 컸다. 최근 5년 내내 재무손실을 기록했다. 이 기간 연평균 약 8억 달러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 5년 평균 영업이익을 넘는 재무손실을 기록한 경우는 한국이 유일하다. 분식회계로 인해 오비스 기업평가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제외된 덕(?)에 한국 기업군의 부실 규모가 오히려 축소된 점을 감안하면 한국 조선산업군의 위기는 지표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최근 한국 조선업의 이익이 급락한 데에는 저가 수주 관행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조선 업계의 매출에서 제조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5년 평균 95%에 달한다. 글로벌 기준(86.38%)은 물론이고 일본(87.59%)·중국(87.71%)보다도 훨씬 높다. 2014년 매출 대비 제조원가는 100%를 넘기도 했다. 제조비용보다 싸게, 밑지고 팔았다는 얘기다. 영업이익률은 2014년(-6.82%), 2015년(-4.44%)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해양플랜트 사업의 실패도 작용했다. 업황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플랜트 사업에 진출해 많은 수주 실적을 올렸지만, 기술력 부족과 저가 수주로 큰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또 한국은 대형 조선사를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금융비용)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의 비중이 크다는 점도 재무건정성 측면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조선업 글로벌200에 포함된 한국 기업 가운데 약 절반가량이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회전율(10.42%)이 미국(11.85%)·일본(13.16%)·노르웨이(12.46%) 등 경쟁군보다 낮은 점도 향후 업황에 따라 재고자산 부실로 나타날 수 있어 걱정되는 대목이다.

한편 지난해 들어 본업을 통한 영업이익보다 재무활동을 통한 이익이 오히려 많은 기업이 늘었다. 이는 한국 조선 업계가 경쟁력 악화와 영업손실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재무활동 기반의 단기적 수익을 창출하는 데 집중한 결과로 분석된다. 재무손실이 컸던 만큼 이를 해소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다만, 구조적인 경쟁력 제고도 시급하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해 제조원가가 소폭 하락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지난해 매출 대비 원가 비율도 전년 대비 8%포인트 줄었다. 이와 함께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되고 순손실 규모도 큰 폭으로 줄었다. 영업손실과 함께 2014년부터 마이너스로 떨어졌던 이자보상배율도 지난해 3.13으로 돌아서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2018년 조선업 경기 회복 기대감 커져

글로벌 시장에 순풍이 불지도 관심사다. 업계에서는 2018년 조선업 경기 회복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저가 수주 경쟁을 촉발했던 중국 업체들이 75%나 문을 닫았고, 80년 대 건조한 노후 선박의 폐선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서다. 실제 유조선을 비롯한 주요 선박의 발주가격이 2014년 이후 3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 조선 업계도 최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잇따라 유조선을 수주한 데다, 주력 상품인 벌크선이 발주 시장에 나오기 시작해 분위기 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404호 (201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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