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일반 차별하지 않아...단지의 특징 나타내는 수식어 붙여 구분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대명사가 된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자이 아파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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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강남권 등 도심 재개발·재건축 단지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건설사들이 이른바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브랜드로 재개발·재건축조합원의 만족도를 높여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브랜드는 그 자체로 아파트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라며 “같은 조건의 아파트라면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단 단지가 더 비싸다”고 말했다.롯데건설은 최근 기존의 아파트 브랜드인 ‘롯데캐슬’ 대신 ‘시그니엘 잠실’이란 브랜드를 론칭했다. 송파구 잠실동 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미성·크로바 아파트 만을 위해 만든 브랜드다. 이미 롯데건설이 재건축 시공권을 따낸 강남구 ‘청담 삼익’에도 또 다른 고급 브랜드를 달 계획이다. 현대건설도 지난해 강남구 개포동 주공3단지 재건축 단지의 이름을 ‘힐스테이트’ 아니라 ‘디에이치 아너힐즈’로 지어 달았다. 또 최근 수주전에 나선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에는 수주한다면 ‘디에이치 클래스트’라는 브랜드를 단다는 계획이다.앞서 대우건설은 서초구 ‘삼호가든1차’ 재건축 아파트에 ‘푸르지오 써밋’이란 브랜드를 사용했고, 대림산업은 ‘신반포1차’와 ‘신반포5차’에 각각 ‘아크로리버파크’와 ‘아크로리버뷰’라는 브랜드를 지어 달았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프리미엄을 표방하는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이는 것은 차별화 전략이다. 기존의 자사 아파트보다 고급스럽고 입지가 좋다는 점을 강조해 조합원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것이다.이와 달리 새로운 브랜드 없이 기존의 브랜드를 고집하는 곳도 있다. GS건설은 기존의 아파트 브랜드인 ‘자이(Xi)’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출시는 기존 브랜드를 쓰고 있는 아파트 계약자·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같은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인데 어떤 아파트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쓰고, 어떤 아파트는 일반 브랜드를 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GS건설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최대어로 불리는 반포 주공1·2·4 주구 수주전에서도 ‘자이 프레지던스(Presidence)’라는 브랜드를 달기로 했다. 기존 브랜드를 유지하고 단지의 특징을 나타내는 수식어를 붙인 것이다.GS건설이 자이 브랜드를 고수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고급 아파트 경쟁이 치열한 강남권에서 이미 자이 브랜드의 위상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정보회사인 닥터아파트가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회원을 대상으로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 설문조사를 한 결과 31.4%가 자이를 첫손에 꼽았다. 삼성물산의 래미안(26.9%)이 2위,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13.0%)이 3위,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5.6%)가 그 뒤를 이었다.GS건설은 당분간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이의 대표 랜드마크(지역 대표) 아파트를 보면 자이의 영향력을 알 수 있다”며 “반포자이는 서울 부촌의 지도를 바꿨고, 경희궁자이는 2017년 입주와 함께 서울 강북 부동산 시장의 중심에 섰다”고 말했다. 실제로 반포자이는 서울 아파트 값을 주도하고 있고, 경희궁자이는 4대문 인근의 초대형 단지라는 입지가 부각되면서 서울 강북권에서 최초로 3.3㎡당 3000만원을 넘어서며 강북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GS건설이 2009년 선보인 아파트 브랜드 자이는 ‘eXtra intelligent(특별한 지성)’의 약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