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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4차 산업 관련주로 상승세 확산될까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IT주가 끌고 바이오·2차전지주가 미는 형국 … 추가 상승 위한 조정 가능성도

‘현재 이익→1~2년 이내 가시적인 이익→불확실한 미래의 이익’. 대세 상승 때 기업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는 순서다. 현재 이익이 가장 먼저 반영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상승이 시작되기 전에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하락도 그냥 하락이 아니라 경기 둔화를 동반한 대세 하락인데, 하락폭이 크면 클수록 주가와 기업의 본질적 가치 사이에 간격이 벌어진다. 대세 하락이 끝나면 주가가 빠르게 본질적 가치를 회복하는데, 이때 현재 이익이 주가에 반영된다. 대세 상승의 본격화된 후에는 가시적인 미래 이익이 주가를 움직인다. 경기 회복이 시작되면 1~2년 이후 실적이 예측 가능해지는데 주가가 이를 반영해 움직인다. 이익 전망이 다른 곳보다 좋아 주가가 두드러지게 오르는 업종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들이 주도주가 된다. 가시적인 이익이 주가에 모두 반영되고 나면 불확실한 이익이 주가를 움직이는 역할을 한다. 막연한 미래에 가장 성공적인 모습을 가정해 이익을 추정하고 이에 맞춰 주가가 만들어진다. 논리적 기반이 약해 시장이 투기적인 형태로 변하는 경우도 자주 일어난다. 각 단계를 지날 때마다 주도주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현재 이익이 좋은 회사와 미래 이익이 좋은 회사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순차적으로 반영되는 이익이 바뀌면서 투자 종목도 달라지게 된다.

7월까지는 현재 이익, 8월 이후는 미래 이익이 상승 동력

7월까지 상승은 현재 이익이 주가에 반영되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IT·은행주처럼 이익이 좋은 회사가 시장을 끌고 갔다. 조선·건설주처럼 주가가 낮은 회사도 상승 대열에 포함됐다. 오랜 하락으로 주가가 낮아진 상태에서 이익이 증가해 가격 메리트가 생겼기 때문이다. 7월까지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강도는 과거 대세 상승에 비해 약했다. 상승률이 20%를 약간 넘는 정도였는데, 상승이 시작될 당시 주가가 높아 이익이 추가로 반영될 여지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9월 들면서 종목 선택의 기준이 미래 이익으로 바뀌었다. IT·바이오·2차전지 등이 새롭게 주도주로 부상했다. 이들 모두 성장성이 뛰어나 미래에 큰 이익을 올릴 걸로 기대되는 업종이다. 성장성으로 주도주가 옮겨 간 건 우리 시장에서만 나타난 특이한 현상이다. 지난 두 달 우리 시장에서는 성장주가 가치주에 비해 10% 이상의 초과 수익을 기록했지만, 해외 시장은 정반대였다. 미국 성장주와 가치주 사이의 안정적인 관계가 9월 이후 가치주 상승으로 깨졌다.

지난 2년 동안 국내 성장주와 가치주 주가는 세 번의 변화를 거쳤다. 첫 번째는 2015년 중반부터 2016년 11월까지로 바이오 주식의 하락을 계기로 성장주 약세가 두드러졌다. 이후 올해 7월까지는 성장과 가치 어느 쪽도 우의를 잡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됐고, 최근에 성장주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1차 상승이 마무리된 후 상대적으로 주가가 오르지 못한 중소형주를 찾는 과정에서 성장주가 부상한 게 상승을 촉발한 요인이다. 이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대세 상승 중간에 갑자기 성장성이 부각된 건 대단히 이례적인 형태다.

종목 선택의 기준이 현재에서 미래 이익으로 바뀐 이유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과거 대세 상승은 기간이 길고 상승 폭도 커서 현재 이익만으로도 주가를 충분히 움직일 수 있었다. 반면 이번에는 주가가 6년 전부터 박스권에 갇혀 출발점 자체가 높아 주가가 움직일 여지가 별로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7월까지 상승으로 그동안 발생한 이익이 주가에 대부분 반영되자 시장이 미래 이익 쪽으로 방향을 틀어 버렸다. IT를 제외한 다른 업종의 이익이 좋지 않은 것도 미래 이익이 각광받는 이유가 되고 있다. 현재 이익으로는 더 이상 투자할 만한 업종이 없어 선택 기준이 불확실한 이익으로 한 단계 올라가 버렸다.

미래 이익의 반영이 특이하게 가시적인 이익과 불확실한 이익이 동시에 반영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가시적인 이익은 IT가 담당하고 있고, 불분명한 미래 이익은 바이오와 2차전지 등이 담당해 업종도 뚜렷이 구분된다. IT 강세는 삼성전자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7월까지는 200만원이 넘는 주가에 대한 경험이 없는 상태여서, 주식을 가지고 있던 투자자는 일찍 처분해 버렸고, 반대로 매수하려는 투자자는 높은 주가 때문에 제대로 사지 못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런 경험으로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보유하는 게 다른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주가가 하락하자 가격에 관계없이 주식 확보에 나섰다. 삼성전자의 상승은 다른 IT주식의 강세에도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회사의 이익이 IT기업 간 연관성을 통해 업종 전체로 확산될 거란 기대가 작용한 것이다. IT주식의 상승은 흠잡을 데가 없다. 앞으로 1~2년 간은 지금의 높은 이익을 유지할 걸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이오와 4차 산업혁명 관련주다. 최근에 주가가 많이 올라 가시적인 이익으로는 주가를 설명할 수 없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가가 오를 때마다 문제됐던 부분이 다시 얘기되고 있다. 영업 성적이 적자를 면치 못함에도 시가총액이 수조원에 달하는 상황이 계속될 수 있겠냐 하는 점이었다. 그동안은 미래에 많은 돈을 벌 거란 말로 이런 우려를 막아 왔지만, 더 이상은 그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 불확실한 수익이 확실하고 큰 이익으로 바뀔 가능성을 빨리 보여줘야 하는데, 이 부분이 되지 않을 경우 주가가 다시 하락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종목별 움직임은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하나는 바이오·2차전지에서 더 나아가 로봇, 인공지능, 3차원(D) 프린터까지 4차 산업혁명의 모든 부문으로 상승이 확대되는 것이다. 이미 성장성이 시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은 만큼 시장에서 성장성이 있다고 얘기되는 모든 부분으로 매수세가 확산되는 게 이상하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매수세 확산은 시장이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 할 거란 전제에서 성립한다는 점이다. 4차 산업으로의 확산이란 자체가 불확실한 미래를 최대한 당겨 주가에 반영하는 작업이다. 이런 상황이 되려면 앞으로 1~2년 내 이익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거나 주가에 반영되기 힘들 정도로 나빠야 한다. 지금은 주가가 상승 전환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다. 벌써 시장이 지지부진한 상태로 내몰릴 거란 전망은 현실성이 없다.

IT주식 고공행진 1~2년은 이어질 듯

다른 하나는 성장성과 관련된 주식이 힘을 잃으면서 주가가 다시 하락하는 경우다. 대세 상승이 중반도 넘지 않은 상태에서 성장성 관련 주식이 주도주로 등장했다는 건, 투자심리가 그만큼 급하다는 의미가 된다. 지난 1차 상승에서 수익을 내지 못했던 경험 때문에 오를 만한 주식을 미리 확보하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주가가 오래 상승할 수 없다. 투자심리가 과다하게 매수 쪽으로 쏠려 있기 때문인데, 높은 가격 탓에 후속 매수가 끊어질 수 있다. 시장은 추가 상승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재정비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성장 관련 주식의 약세도 그런 과정의 하나다. 앞의 경우보다 현실성 있는 그림이다.

1405호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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