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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명의 샐러리맨 코칭스쿨] 그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김종명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일방통행식 지시·주입은 곤란...동기 부여해 스스로 움직이도록 해야

누가 물었다. “어떤 강의가 제일 어렵습니까?”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대체로 직급이 높은 사람들에 대한 강의가 어렵다. 대학교수, 고위 공직자, 박사, 언론인, 대기업 임원 등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직급이 높은 사람들에 대한 강의는 특히 더 어렵다. 그들은 지식도 많고 경험도 많다. 게다가 자부심도 강하다. 이들 조직의 교육 담당자들은 주로 이렇게 말한다. “이분들은 강의를 잘 듣지 않습니다. 이 분들은 팔짱을 끼고선 ‘그래, 얼마나 잘하는지 한 번 해봐. 내가 판단해줄게’라는 태도로 듣습니다. 강의를 너무 잘하려고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시간 때운다는 심정으로 가볍게 해주십시오.” 이럴 땐 난감하다. ‘그럴 거면 왜 교육을 받지? 그래도 난 그럴 수 없어!’

예전에 김영사 박은주 사장의 인터뷰를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많은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박 사장이 말했다. “저는 출판 의뢰가 오면, 네 가지를 봅니다. 첫째, 지식을 선도하는가? 둘째, 감동적인가? 셋째, 고정관념을 깨는가? 넷째, 재미있는가? 이 중에 한 가지라도 충족해야 책을 출간합니다.”

이 내용을 강의에 적용하려고 노력했다. 스스로 강의안에 대해 자기검열을 했다. 이런 노력을 지속하면서 알게 됐다. 수강생들은 이미 자기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재미가 없거나, 뻔한 내용일 때는 잘 듣지 않지만, 자신에게 이익이 되거나 도움이 되는 건 잘 받아들인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게 있다. ‘사람들을 가르칠 수는 없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도움이 될 때 스스로 받아들일 뿐이다.’

자신에게 도움이 될 때 스스로 받아들여

얼마 전 TV에서 거꾸로 학습에 대한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수학교사 이야기다. 이 선생님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명을 잘 듣지 않고 딴 짓을 하거나, 잠을 자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자신의 능력과 자질에 대해 반성했고, 교실이 붕괴되는 것 같아 회의에 빠졌다. 이런 상태론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명퇴를 결심했다. 자신과 같은 수학교사인 30대 초반의 딸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딸은 아버지에게 거꾸로 교실 워크숍에 참가할 것을 권유했다. 이 선생님은 거꾸로 교실 워크숍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거꾸로 교실의 핵심은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래서 거꾸로 교실이다. 이 선생님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배운 것을 교실에 접목했다. 대성공이었다. 선생님의 설명은 잘 듣지 않던 아이들이 친구가 가르치는 건 잘 들었다. 모르는 건 서로 거리낌 없이 질문했다. 학생들끼리 서로 가르치고 서로 배웠다. 학생들은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면서 수업을 시작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르친다!’ 이 선생님은 지금은 보람을 느끼면서 가르치고 있다. 교사가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선생님 역할의 전부다. 선생님은 가르치지 않으면서 가르치고 있다.

“까다로운 참가자들은 어떻게 대하는 게 좋습니까?” 강사들이 많이 묻는 질문이다. 이건 질문이 잘못됐다. ‘까다로운 참가자’라는 게 무슨 뜻인가? 이 말엔 강사가 시키는 대로 잘 따르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 생각해보자. 그들이 왜 강사의 말을 들어야 하는가?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해도 듣지 않겠는가? 재미있고 감동적인데도 듣지 않겠는가? 어떤 이유든지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듣지 않는 거다. 업무가 바쁜데 억지로 끌려 온 교육이라면 잘 듣지 않을 거고,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면 듣지 않을 거고, 지루한 내용이라면 듣지 않을 거다. 참가자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까다로운 참가자’라는 말은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참가자’라는 말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 ‘저 참가자는 어떤 욕구가 있을까?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걸까?’ 이렇게 생각을 바꾸고 난 후에 달라진 게 있다. 강의 효과가 얼마나 좋아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강사로서 어렵고 힘든 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젠 그들을 억지로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강사로서 해야 될 최선을 다하지만, 그들이 따라오지 않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예전엔 주로 이렇게 생각했다. ‘저 사람, 왜 저래? 왜 저렇게 부정적이야? 자기는 저렇게 부정적으로 행동하면서 부하직원들에겐 긍정적으로 행동하길 바라겠지?’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저들은 지금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저렇게 불편해 하는 걸까?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쉬는 시간에 진정으로 그들에게 다가가게 된다. “많이 불편하신 모양이군요. 어떤 점이 불편하세요? 제가 무엇을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이렇게 반응한다. “아닙니다. 강사님에게 불만이 있는 게 아닙니다. 제가 다른 일이 있어서 집중을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강의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질문해도 대답하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합니까?” 리더들이 많이 묻는 질문이다. 내가 되묻는다. “상사가 질문하면 그들이 꼭 대답해야 합니까?” 대체로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그러네요. 상사가 질문한다고 해서 그들이 꼭 대답해야 할 의무는 없네요. 대답하기 싫어서 안 할 수도 있고, 대답할 내용을 몰라서 안 할 수도 있네요.” 그렇다. 상사가 질문한다고 해서 반드시 상대방이 대답해야 하는 건 아니다.

상사의 질문이라고 꼭 대답해야 하나?

상사의 질문에 대해 대답을 잘 하지 않을 땐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자기 대답에 대해 상사가 꼬투리를 잡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으면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하면 그게 자기 일로 되돌아와 덤터기를 쓰게 되는 경우도 잘 대답하지 않는다. 잘못 대답했다가 무식이 탄로 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어도 대답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대답하지 않을 때는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대답하지 않는다고 불평할 게 아니라, 그들이 왜 대답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코칭을 하면서 알게 된 게 있다. ‘사람들은 스스로 동기부여되어 있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한다.’ 이 말은 상사가 부하직원을 동기부여 해주는 게 아니라는 거다. 엄밀하게 말하면, 아무도 다른 사람을 동기부여 시켜줄 수 없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 최적화 되어 있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고 공헌하는 것이다.

부하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상사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자기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상사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건 스스로 찾아서 한다. 상사의 몫은 일방적으로 가르치거나, 어디로 끌고 가는 게 아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들은 따라오진 않는다. 자기에게 도움이 될 때만 따라온다. 그러므로 리더는 부하직원들이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무엇에 동기부여 되어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차려야 한다.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걸 내려놓고, 그들 스스로 가르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들은 말한다. ‘당신은 당신 팔만 흔들어라. 내 팔은 내가 흔든다!’

※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절대 설득하지 마라] [코칭방정식] 등 다수가 있다.

1408호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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