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도움이 될 때 스스로 받아들여얼마 전 TV에서 거꾸로 학습에 대한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수학교사 이야기다. 이 선생님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명을 잘 듣지 않고 딴 짓을 하거나, 잠을 자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자신의 능력과 자질에 대해 반성했고, 교실이 붕괴되는 것 같아 회의에 빠졌다. 이런 상태론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명퇴를 결심했다. 자신과 같은 수학교사인 30대 초반의 딸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딸은 아버지에게 거꾸로 교실 워크숍에 참가할 것을 권유했다. 이 선생님은 거꾸로 교실 워크숍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거꾸로 교실의 핵심은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래서 거꾸로 교실이다. 이 선생님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배운 것을 교실에 접목했다. 대성공이었다. 선생님의 설명은 잘 듣지 않던 아이들이 친구가 가르치는 건 잘 들었다. 모르는 건 서로 거리낌 없이 질문했다. 학생들끼리 서로 가르치고 서로 배웠다. 학생들은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면서 수업을 시작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르친다!’ 이 선생님은 지금은 보람을 느끼면서 가르치고 있다. 교사가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선생님 역할의 전부다. 선생님은 가르치지 않으면서 가르치고 있다.“까다로운 참가자들은 어떻게 대하는 게 좋습니까?” 강사들이 많이 묻는 질문이다. 이건 질문이 잘못됐다. ‘까다로운 참가자’라는 게 무슨 뜻인가? 이 말엔 강사가 시키는 대로 잘 따르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 생각해보자. 그들이 왜 강사의 말을 들어야 하는가?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해도 듣지 않겠는가? 재미있고 감동적인데도 듣지 않겠는가? 어떤 이유든지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듣지 않는 거다. 업무가 바쁜데 억지로 끌려 온 교육이라면 잘 듣지 않을 거고,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면 듣지 않을 거고, 지루한 내용이라면 듣지 않을 거다. 참가자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까다로운 참가자’라는 말은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참가자’라는 말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 ‘저 참가자는 어떤 욕구가 있을까?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걸까?’ 이렇게 생각을 바꾸고 난 후에 달라진 게 있다. 강의 효과가 얼마나 좋아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강사로서 어렵고 힘든 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젠 그들을 억지로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강사로서 해야 될 최선을 다하지만, 그들이 따라오지 않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예전엔 주로 이렇게 생각했다. ‘저 사람, 왜 저래? 왜 저렇게 부정적이야? 자기는 저렇게 부정적으로 행동하면서 부하직원들에겐 긍정적으로 행동하길 바라겠지?’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저들은 지금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저렇게 불편해 하는 걸까?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쉬는 시간에 진정으로 그들에게 다가가게 된다. “많이 불편하신 모양이군요. 어떤 점이 불편하세요? 제가 무엇을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이렇게 반응한다. “아닙니다. 강사님에게 불만이 있는 게 아닙니다. 제가 다른 일이 있어서 집중을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강의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질문해도 대답하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합니까?” 리더들이 많이 묻는 질문이다. 내가 되묻는다. “상사가 질문하면 그들이 꼭 대답해야 합니까?” 대체로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그러네요. 상사가 질문한다고 해서 그들이 꼭 대답해야 할 의무는 없네요. 대답하기 싫어서 안 할 수도 있고, 대답할 내용을 몰라서 안 할 수도 있네요.” 그렇다. 상사가 질문한다고 해서 반드시 상대방이 대답해야 하는 건 아니다.
상사의 질문이라고 꼭 대답해야 하나?상사의 질문에 대해 대답을 잘 하지 않을 땐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자기 대답에 대해 상사가 꼬투리를 잡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으면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하면 그게 자기 일로 되돌아와 덤터기를 쓰게 되는 경우도 잘 대답하지 않는다. 잘못 대답했다가 무식이 탄로 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어도 대답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대답하지 않을 때는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대답하지 않는다고 불평할 게 아니라, 그들이 왜 대답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코칭을 하면서 알게 된 게 있다. ‘사람들은 스스로 동기부여되어 있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한다.’ 이 말은 상사가 부하직원을 동기부여 해주는 게 아니라는 거다. 엄밀하게 말하면, 아무도 다른 사람을 동기부여 시켜줄 수 없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 최적화 되어 있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고 공헌하는 것이다.부하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상사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자기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상사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건 스스로 찾아서 한다. 상사의 몫은 일방적으로 가르치거나, 어디로 끌고 가는 게 아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들은 따라오진 않는다. 자기에게 도움이 될 때만 따라온다. 그러므로 리더는 부하직원들이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무엇에 동기부여 되어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차려야 한다.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걸 내려놓고, 그들 스스로 가르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들은 말한다. ‘당신은 당신 팔만 흔들어라. 내 팔은 내가 흔든다!’
※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절대 설득하지 마라] [코칭방정식]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