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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 콘디보16 롱패딩 50% 할인중저가 롱패딩 인기의 시작은 국내 의류 업체인 신성통상이 내놓은 구스롱다운점퍼(일명 평창 롱패딩)에서 시작됐다. 신성통상은 롯데백화점과 협업해 올림픽을 기념해 평창 롱패딩을 내놨다. 이 롱패딩은 거위 솜털(80%)과 깃털(20%)로 제작했는데도 가격은 14만9000원으로 책정했다. 10월 30일 롯데백화점이 3만장에 한해 제작한 평창 롱패딩은 지금까지 2만4000장이 팔렸다.지난 11월 22일에는 7000장을 더 판다는 소식에 이날 새벽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영등포점, 김포공항점, 평촌점에는 시민들이 롱패딩을 사기 위해 전날 저녁부터 밤새 대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평창 롱패딩의 인기에 울상을 짓는 곳도 있다.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다. 이들이 판매하고 있는 거위털 패딩은 30만~50만원대로 평창 롱패딩보다 두 세배 비싸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어서다. 실제로 평창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영원아웃도어도 올림픽을 기념해서 롱패딩을 내놨다. 평창동계올림픽 리미티드 에디션 등 다양한 상품를 내놓고 가격도 20만~30만원대로 판매했지만 생각만큼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이렇다 보니 중저가 브랜드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캐주얼 브랜드 흄(HUM)의 롱패딩 제품은 전년(5만장) 대비 판매량이 2배 이상, 매출은 46% 증가했다. 특히 올해 출시한 ‘에어범퍼 롱 패딩’은 19만9000원에서 10만원 할인된 9만9000원에 판매하면서 가성비 높은 오리털 롱패딩으로 입소문났다. 지난해 남성용만 출시한 유니클로의 ‘심리스 다운 롱 코트’는 올해에는 여성용도 추가로 선보였다.남성용 19만9000원, 여성용 16만9000원이다.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탑텐의 ‘폴라리스 롱패딩’도 평창 롱패딩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입소문 나면서 최근 판매량이 급증했다. 가격도 12만9900원으로 평창 롱패딩보다 약 2만원 저렴하다.고가 브랜드도 가격을 낮추고 있다. K2는 올 겨울 50만원 이상의 구스다운 비중을 전체 30%로 작년보다 10% 낮췄다. 대신 30만~40만원대 비중을 70%로 늘렸다. 코오롱스포츠도 35만원 이하의 중저가 다운 비중을 지난해 32%에서 올해 39%로 확대했다. 70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 비중은 20%에서 16%로 줄였다. 할인 행사 이벤트를 벌이는 곳도 있다. 아디다스는 39만8000원짜리 롱패딩 ‘콘디보 16’을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살 경우 판매가격보다 50% 할인된 19만9000원에 팔고 있다.그러나 이런 상황에 대해 기업들은 벙어리 냉가슴이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매출 40% 이상은 겨울 패딩제품이 담당한다. 그만큼 겨울은 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저마다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마케팅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중고가 브랜드 한 관계자는 “패딩은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겨울 한철 장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해 매출이 좌우된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수익성 갈수록 악화더 고민스러운 건 가격 차이로 인한 거품 논란이다. 평창 롱패딩은 거위털 충전재를 사용한 구스 다운임에도 다른 브랜드 유사 상품보다 절반 가격에 판매됐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사실 제품마다 거위털의 재질이나 충전량, 공법 등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은 가격만 보고 비교하기 때문에 판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업계에서는 평창 롱패딩이 롯데백화점 기획상품이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얘기한다. 백화점은 입주 업체에 시설과 공간을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통상 판매 수수료 30~40%를 받는다. 평창 롱패딩처럼 백화점 자체 기획상품일 경우 판매수수료가 적용되지 않는 만큼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3만벌 한정 제품이면서 유통채널인 롯데백화점이 판매하고 있어 재고 부담이 적다.그렇지 않아도 불황 속에 경쟁 브랜드의 난립으로 수익성이 줄고 있는 아웃도어 업체들로선 더욱 답답할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블랙야크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225억원, 34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9.3%, 18.9% 줄었다. 노스페이스를 유통하는 영원아웃도어의 매출은 39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72억원으로 전년보다 43% 감소했다.아웃도어시장도 소비 감소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시장 규모는 2015년 6조80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6조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5조5000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장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가성비가 높은 제품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아웃도어시장은 정체기인 만큼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새로운 영업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