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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컨슈머리포트 ‘스마트컨슈머’ 올해 뭘 많이 다뤘나] 김치냉장고·전기믹서·전자레인지 집중 분석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건강 관련 전기찜질기, 전자체중계도 평가 … 실외 사용 제품 시민 안전 고려하며 시험

세계 어느 나라나 기업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기관으로 국세청이 많이 꼽힌다. 그런데 미국에선 국세청 못지 않게 기업인을 떨게 만드는 곳이 있다. 뉴욕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인 소비자연맹(Consumer Union)이다. 여기서 특정 품목을 선정해 제품별 성능을 비교하고 평가한 후 발간하는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컨슈머리포트를 표방한 곳이 있다. 2012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 그리고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 등 70개 기관이 함께 온라인에서 운영하고 있는 스마트컨슈머(www.smartconsumer.go.kr)다. 올 들어 11월까지 16건의 비교 정보를 공개한 가운데 절반인 8건은 전기전자 제품이 차지했다.

김치냉장고 소비전력, 제품 간 1.8배 차이


올해 소비자의 눈길을 끈 비교 정보는 김치냉장고·전기믹서·전자레인지 등 식품과 관련된 가전 제품이다. 김치냉장고는 김치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재료를 보관하는 기능까지 있어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스마트컨슈머는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삼성·LG·동부대우·대유위니아 등 4개 업체 제품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김치 용기별 저장온도와 설정온도를 비교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큰 차이 없이 일정하게 유지됐다. 저장실 내 김치 용기의 저장온도를 설정온도와 비교한 결과, 삼성전자(RQ33K71217X)와 LG전자(K336SN15) 제품이 상대적으로 온도 편차가 적어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 월간 소비전력량은 주위 온도와 같은 사용 환경에 따라 제품 간 차이가 많이 났다. 주위 온도 25℃에서는 12.9~15.7㎾h로 차이가 작았지만, 주위 온도 32℃에서는 21.5~39.3㎾h로 제품 간 최대 1.8배 차이가 발생했다. 김치 용기의 내부 온도를 일정 온도 이하로 냉각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삼성 제품이 상대적으로 우수했다. 김치 저장 모드에서 발생한 소음은 대유위니아와 삼성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제품이 넘어질 위험이 있는지 확인하는 전도 안정성과 절연 미흡으로 인한 감전 우려는 전 제품 이상 없었다. 양종철 소비자보호원 전기전자팀장은 “김치냉장고는 장기간 사용하는 제품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부품과 배선에서 절연 성능이 저하돼 감전과 화재의 위험성이 커진다”며 “오래되거나 제품에 표시된 권장 사용 기간이 지난 제품은 제조사에 요청해 점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믹서 역시 과일과 야채를 주스로 만들거나, 요리 재료를 분쇄하는 다용도의 주방 가전 제품이다. 다양한 브랜드의 전기 믹서가 판매되고 있지만 객관적인 품질 정보가 부족한 실정이다. 10개 브랜드의 제품을 시험한 결과, 분쇄가 얼마나 잘 되는지 나타내는 분쇄 성능과 작동시 소음 평가에서 제품별로 차이가 있었다. 안전성에서는 큰 이상이 없었으나, 일부 제품이 칼날 조립 부품의 마모 문제가 발생해 시험 중 물 또는 오일이 외부로 새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와 당근, 스무디 재료 등 상대적으로 무른 재료에 대한 분쇄 성능 시험 결과, 모두 분쇄가 잘 돼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생콩과 얼음처럼 상대적으로 단단한 재료에 대한 분쇄 성능 시험 결과, 모닝쿡·브라운·쿠쿠·필립스·한일전기 등 5개 제품이 상대적으로 분쇄가 잘 됐다. 작동할 때 발생하는 소음을 측정한 결과, 신일산업 제품이 상대적으로 작았으나, 매직쉐프는 상대적으로 소음이 컸다. 장기간 사용해도 이상이 없는지를 보는 내구성 평가에서 매직쉐프와 신일산업 제품은 시험 중 칼날 조립 부품의 마모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해당 업체는 칼날 베이스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보증 기간(1년)에 관계없이 부품을 무상 교체하겠다고 결정했다. 용기와 칼날이 강한지, 기울어진 표면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설계됐는지, 손에 닿는 부분이 감전 우려가 있는지 확인한 결과 전 제품에서 이상이 없었다.

전자레인지는 최근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증가에 따라 간편식 조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더욱 관심을 끄는 제품이다. 8개 업체 제품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음식물을 균일하게 가열하는 능력을 확인하는 가열 균일 성능 테스트에서 삼성전자와 일렉트롬(월풀) 제품이 우수 평가를 받았다. 소고기를 해동할 때 적정 온도에서 녹는지 확인하는 해동 온도 적정성 평가에서 매직쉐프(MEM-GS20W), 일렉트롬, SK매직 제품이, 해동시 소요되는 총 시간은 삼성 제품이 상대적으로 뛰어났다. 대유위니아와 일렉트로룩스코리아는 상대적으로 소음이 작았다. 냉동 피자를 조리할 때 필요한 소비 전력량은 최소 119~146Wh로 제품별 차이가 있는 가운데, 1W 이하 대기 전력은 전 제품이 기준에 적합했다. 감전·전자파 위험은 모두 괜찮았다.

전기찜질기 일부 표면온도 부적합


▎삼성전자의 스탠드형 김치 냉장고가 올해 스마트컨슈머의 저장온도 성능 시험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 사진:삼성전자
건강과 관련 있는 전기전자 제품 평가도 소비자의 관심을 모으기 충분했다. 특히 노약자나 신체가 불편한 사람이 많이 사용하는 제품인 전기찜질기는 몸에 직접 접촉해 사용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8업체의 19개 제품을 대상으로 한 표면온도 안전성 평가에서 7개 제품이 기준 온도를 벗어났다. 축열형에서는 미래메디쿠스·우공사·하이웰코리아·황토박사 등 4개 제품, 일반형에서는 대진전자·제스파·조에비투비 등 3개 제품 등 총 7개 제품이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해당 업체는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이미 판매된 제품에 대해 환급·교환 등 조치를 취했다. 충전 시간은 메디위·우공사·토황토 제품이 5분 안에 충전돼 상대적으로 짧았다. 소비 전력량 시험에서 축열형은 하이웰코리아 제품이 25Wh로, 일반형은 대진전자 제품이 25Wh로 가장 적게 소비됐다. 손에 닿는 부분이 감전되는지, 사용 중 외부의 충격에 견디는지, 표시 소비 전력과 사용시 소비 전력의 차이가 있는지 확인한 결과 전 제품이 기준에 적합했다.

전자체중계 역시 건강 관리와 다이어트를 하는 소비자에게 관심이 큰 제품으로 최근 신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측정값의 오차를 확인하는 체중 정확도 평가에서는 저하중(20㎏)에서 고하중(100㎏)까지 오차가 거의 없었다. 체중계로 측정할 수 있는 최대 하중으로 2000회를 가해 내구성을 확인한 결과, 파손되거나 심한 변형이 있는 제품은 없었다. 다만 에스모도의 제품이 장기간 사용시 측정값의 오차가 허용 범위를 벗어났고, 윈마이 제품이 저온(10℃)에서 허용 기준을 못 맞췄다. 체지방률 측정값은 전 제품이 기준 값보다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용주 소비자원 기계금속팀장은 “사용자의 신체 조건에 따라 체지방률 측정의 결과가 다를 수 있다”며 “체지방률 측정값은 참고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부품의 조립과 접합 상태, 측정 숫자의 크기, 미끄럼·기울임 안정성을 평가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이상이 없었다. 체중·체지방률 측정값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은 모두 제공하고 있으나, 소셜미디어 공유와 사용자 자동 인식 등 부가 기능은 제품마다 달랐다.

실외에서 이용돼 사용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 안전과 관련 있는 전동 제품도 평가를 받았다. 미세먼지와 교통 체증 감소에 기여할 수 있는 전기자전거는 친환경 교통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내년 3월부터는 안전 요건(최고 시속 25㎞ 미만, 총 중량 30㎏ 미만)을 충족하는 전기자전거는 자전거 도로를 통행할 수 있게 관련법이 개정돼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7종의 전기자전거를 평가한 결과 페달 보조 방식인 앰아이피테크 제품이 111㎞까지 달릴 수 있어 가장 멀리 이동할 수 있었다. 배터리를 완전 충전한 후 전기모터로만 주행하는 스로틀 방식의 게이트비젼 제품은 27㎞로 주행거리가 가장 짧았다. 일부 제품은 앞뒤 브레이크 레버가 반대로 장착되고, 표시 사항이 부족했다. 배터리 안전 평가에서 전 제품이 안전 기준에 적합했다. 차체 내구성과 제동 성능에서도 이상이 없었다.

TV모니터 자막 성능 떨어져


▎의료용 전동 스쿠터인 케어라인의 나드리110은 각종 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 사진:케어라인
의료용 전동스쿠터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와 장애인이 실외에서 이동하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으로 보급이 증가하고 있다. 1회 충전 후 주행 거리를 시험한 결과, 거봉과 대세엠케어 제품이 47~50㎞ 수준이었고, 이지무브 와 케어라인 제품은 38㎞ 수준이었다. 그러나 디에스아이는 32㎞로 기준(35㎞ 이상)을 만족하지 못했다. 주행 최대 속도는 전 제품이 기준(전진 15㎞/h 이하, 후진 5㎞/h 이하)에 적합했으나, 최대 속도에서 정지 거리를 시험한 결과 이지무브 제품이 정지 거리를 초과했다. 거봉 제품은 전방 주행 등 밝기가 30lx로 기준(300lx 이상)을 못 맞췄다. 이에 따라 3개 회사는 소비자에게 연락해 수리하거나 부품 교체 작업을 진행했다. 회전 성능과 경사로·장애물 등판 성능은 전 제품이 이상 없었다. 다만 대세엠케어 제품은 10도 이상 경사에서 출발 시 후방으로 밀리는 현상이 있었다. 디에스아이 제품은 주행 거리와 사용자 최대 체중을 표시하지 않아 개선 계획을 밝혔다.

일반인은 거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TV와 PC모니터 겸용의 TV모니터는 표시된 제품 성능보다 실제 기능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8개 제품을 초기 설정 모드에서 성능을 시험한 결과, 명암비와 응답 속도 항목에서 제품에 표시된 성능보다 미흡했다. 자막 기능이 표시 스펙에 만족한 것은 LG전자(24MT48DF) 한 개에 불과했다. 에너지 효율 등급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하나, 3개 제품은 표시가 없었다. 홍미나 소비자시민모임 부장은 “정확한 소비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제품 표시 정보를 개선해야 한다”며 “자막 기능의 지원이 제한적인 제품이 많아 자막 방송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412호 (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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