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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15) 스위트스팟] 홍콩 재벌 3세와 손잡고 중국 진출 시동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팝업스토어 공간 중개 서비스...서울의 대표적 건물 100여곳과 계약
지난 2월 한 카페에 30대 사업가 두 명이 앉아 있었다. 둘의 만남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한 명의 사업가는 중화권 3대 재벌로 꼽히는 뉴월드그룹 3세인 애드리언 청이었다. 중국에 백화점이 40여개가 있고, 통신회사, 페리 운송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애드리안 청은 뉴월드개발회사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다. 홍콩에서 요즘 ‘핫’한 아케이드몰로 꼽히는 K11의 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 예술계와 유통업계, 그리고 스타트업계에서 유명 인사다.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도 하고 있고,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홍콩에 소개하는 인사로 꼽힌다. 한국 재계가 손을 잡고 싶어 하는 유력인사로 꼽힐 정도다. 그와 마주한 사람은 2015년 10월 공간중개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 스위트스팟(Sweet Spot)을 창업한 김정수(35) 대표였다.


▎지난 11월 10일 서울 역삼동에 자리한 스위트스팟에서 만난 김정수 대표가 K11 팝업스토어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사진:원동현 객원기자


홍콩 K11 진출 위해 현지법인 설립

두 사람이 원래부터 친분이 있었던 것일까. 김정수 대표는 “그날 처음 봤다”며 웃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된 것은 청 회장이 스위트스팟에 투자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2015년 말 김 대표가 투자를 유치한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돌았다. 김 대표의 지인 덕분에 청 회장에게도 스위트스팟과 김 대표에 대한 정보가 전달됐다. 몇 개월 만에 청 회장이 김 대표에게 투자하겠다며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창업 2년이 채 안된 스타트업이라면 받아들이는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런데 김 대표는 “우리는 이미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아직 추가 투자가 필요 없다”고 대답했다. 1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김 대표가 뉴월드그룹과 청 회장에 대해 잘 알지 못한 것도 이런 대답을 할 수 있던 용기(?)를 줬다. 그는 “단지 주얼리와 몇 개 브랜드를 운영하는 해외 기업가로 생각했다”며 웃었다.

청 회장도 예상치 못한 답변에 당황했고, 자신과 뉴월드그룹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청 회장은 스위트스팟에 개인 투자를 했고, 홍콩의 K11과 중국의 백화점 일부 공간을 스위트스팟이 사용하도록 했다.

지난 7월 김 대표는 직접 중국에 직접 가서 뉴월드백화점을 둘러보고, 40여개 지점 일부 공간을 사용한다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11월 중순에는 홍콩으로 출장 가서 K11 공간 사용 계약을 위한 현지법인 설립도 마무리했다. 내년 초 한국 브랜드나 한국 콘텐트를 선보이는 팝업스토어를 홍콩의 K11에 열 계획이다.

김 대표는 “중국에 진출하려고 하는 브랜드의 경우 K11에 팝업스토어를 열면 중요한 레퍼런스가 될 것”이라며 “현재 한국 브랜드 몇 곳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모두 관심이 크다”고 설명했다. 스위트스팟은 창업 2년 만에 한국 브랜드를 중국 시장에 소개하는 스타트업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중화권 재벌 3세가 스위트스팟에 개인 투자까지 한 것은 건물에서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빌려 팝업스토어를 여는 독특한 서비스 때문이다.

예를 들면 코엑스나 강남파이낸스센터, 서울스퀘어, 동대문 DDP 등 유명 건물의 로비나 아케이드에는 사용하지 않는 자투리 공간이 있게 마련이다. 이곳에 패션·주얼리 등의 브랜드가 단기간 팝업스토어를 열거나, 마케팅 행사를 여는 전시장 등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공유공간’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GFC·그랑서울·서울스퀘어 등 서울을 대표하는 건물 100여곳과 계약했다”며 “삼성이나 테일러메이트, TOMS 같은 100여개 브랜드가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유통시장 중 팝업스토어 매출만 증가

팝업스토어는 요즘 오프라인 리테일 시장에서는 가장 뜨고 있는 비즈니스다. 김 대표는 미국과 영국의 예를 들었다. 그는 “조사해 보니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팝업스토어를 통해 올리는 매출이 총 소매시장에서 1% 수준까지 올라갔다”면서 “오프라인 매출은 매년 줄어들지만, 팝업스토어를 통해 올리는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 비율로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시장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한국에는 이와 관련한 자료가 없다. 한국 리테일 시장도 선진국을 따라갈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스위트스팟과 경쟁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한국에는 아직 없다.

그렇지만 초반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창업 후 6개월 동안 체결한 계약은 단 3건에 불과했다. 자본금을 까먹는 수준이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김 대표와 창업 멤버 3명은 팝업스토어의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 가방 브랜드와 계약을 맺고 팝업스토어를 직접 열고 물건도 직접 판매하기로 했다. 지난해 초반 강남파이낸스센터 지하 2층에 있는 에스컬레이터 주변 공간 7~8평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5일 동안 2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 대표는 “공간을 보고 잘될 것 같았다”면서 “보통 팝업스토어를 통해 생기는 매출보다 몇 배 더 올리면서 스위트스팟이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스위트스팟은 상업공간을 많이 가지고 있는 기업을 꿈꾼다. 마치 위워크가 임대를 통한 공유공간 서비스로 기업가치를 올린 것과 비슷하다. 여기에 더해 스위트스팟이 해외 진출을 꿈꾸는 한국 기업에게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휴공간에 팝업스토어를 여는 서비스를 생각한 것은 그의 경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특별한 경력을 쌓은 창업가로 꼽힌다. 김 대표는 중학교 2학년 때 혼자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캐나다 맥길(Mcgill)대에서 3학년까지 도시공학을 전공했다. 군대에서도 특별한 경험을 했다. 입대 후 자원해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 갔고, 공병대에서 근무를 했다. 그는 “공병대에서 근무하면서 토목공학 전공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체감했다. 나와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연세대 경제학과에 3학년으로 편입해 응용통계학을 복수전공했다”고 말했다. 토목공학과 경제학을 함께 전공하면서 그의 관심을 쏟은 것은 부동산 투자였다.

글로벌 부동산 관리 기업 CBRE를 시작으로 IBK투자증권, 하나대투IB, Gaw Capital 등의 기업에서 부동산 투자 관련 일을 했다. 그 경력을 살려 스위트스팟을 창업했다. 김 대표는 “좋은 직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일을 하다 보니 변화가 없는 게 힘들었다”면서 “창업을 꿈꾼 것은 변화와 발전을 계속하고 싶어서”라고 밝혔다. 회사 이름인 스위트스팟은 금융업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라고 한다. 투자자에게 가장 잘 맞는 상품을 뜻한다. 그는 “고객에게 가장 잘 맞는 공간을 찾아준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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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호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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