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이미 후기 산업화에 진입...부채비율 관리에 경제정책 초점
2017년은 중국에게 정치의 해였다. 5년마다 한 번 열리는 당 대회가 개최됐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시진핑 2기 지도부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차기 주자로 부상하던 쑨정차이가 낙마하는 등 변수도 있었지만, 왕치산 유임 등 깜짝 이벤트는 없었고 대부분이 상식적인 범위 안에서 이루어졌다.2018년은 중국의 무게중심이 정치에서 경제로 이동할 전망이다. 2018년은 시진핑 집권 2기(2018~2022년)가 시작되는 해다. 시진핑 집권 1기(2013~2017년)의 핵심 키워드가 반부패 사정정책으로 대표되는 정치개혁(고위층의 인적개혁)이었다면 시진핑 2기는 경제개혁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난 12월 18일에서 20일까지 3일 동안 개최된 중앙경제업무회의 결과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중국은 매년 12월 중앙경제업무회의를 개최해서 다음해 경제정책의 기조를 결정한다.시진핑 주석이 권력을 공고화한 지금 중국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사회주의’ 선전에 열심이다. 베이징 최대 서점인 베이징 도서빌딩에 들어가면 입구에 쌓아놓은 [시진핑이 국정운영을 논하다(習近平談治國理政)]라는 책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베이징 거리 곳곳에는 ‘초심을 잊지 않고 사명을 깊이 새기자(不忘初心 牢記使命)’라고 쓰여진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시진핑 주석이 19차 당대회 보고에서 사용했던 말인데, 여기서 사명은 ‘중국인의 행복과 민족 부흥’을 뜻한다. 즉, 중국을 명실상부한 강대국으로 만드는 것이 시진핑 정부의 최우선 과제이고 이를 위해서는 경제개혁 및 성장이 필수적이다.
시진핑 2기는 경제개혁이 중요2018년 중국 경제정책의 키워드는 질적인 성장이다. 2018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2017년(예상치 6.8%)보다 다소 하락한 6.5% 정도에 그칠 확률이 높다. 중국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도 6~7%나 6.5% 정도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성장률 하락을 용인하고 질적인 성장을 추진할 수 있는 배경은 지금까지의 성장률이 양호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2010~2020년 소득배증계획(10년 동안 GDP와 주민소득배증)’도 향후 3년 동안 매년 6.3%의 성장률만 유지하면 달성할 수 있다. 중국 국가정보센터의 경제예측부서도 2018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5% 정도로 정할 것을 제안했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생성되면서 고용이 늘고 있고 경제의 안정성도 제고됐다는 이유에서다. 성장률보다는 질적인 개선이 시급해졌다. 산업구조조정과 혁신능력 제고, 총요소생산성(TFP) 향상이 당면 과제다.2016년 하반기부터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린 게 중국에게는 부담이다. 2017년 1월부터 11월까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의 증가율은 20%에 육박했다.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의 3배에 달하는 증가 속도다. 더 중요한 점은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전체 고정자산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었다는 것이다. 철도·교량·지하철 건설 등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SOC 투자가 민간투자 대신 경제 성장을 견인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2017년 정부업무보고에서 중국은 재정적자 목표치를 GDP의 3%로 정하는 등 3%를 가이드라인으로 유지하고 있다.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안정적인 통화정책’은 2011년부터 지속된 정책 기조다. 아직 중국 정부 부문의 부채비율은 양호한 수준이나, 현 수준의 SOC 투자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 지난 12월 8일 개최된 중앙정치국회의에서도 부채비율 하락이 주요 논의 주제였다.2017년 6월 말 기준, 중국 경제의 GDP 대비 총부채비율은 255.9%에 달했다. 특히 기업 부문의 GDP대비 부채비율이 163.4%로 상당히 높다. 정부 부문과 가계 부문의 부채비율은 각각 45.7%와 46.8%로 양호한 수준이다. 중국 기업의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이유는 중국 정부가 대형 국유기업을 통해서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또한 부동산개발업체들의 과감한 확장도 부채비율 상승에 기여했다. 중앙경제업무회의에서 직접적으로 부채비율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으나, 2018년 부채비율 하락이 주요 과제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없다.
중국 1선도시 서비스업 비중 80%에 달해지난 몇 년 동안 중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성장률 둔화, 지방 정부 부채 그리고 금융 리스크였다. 지방정부 부채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으로 가장 위험한 시기는 넘겼지만, 앞으로는 금융 리스크가 가장 큰 변수다. 부채비율을 낮춰야만 금융 리스크도 감소시킬 수 있다.중국 경제부처와 금융당국은 중앙경제업무회의 결과에 맞춰서 각자의 해석을 내놓았다. 중국 공산당 산하 최고 경제정책 결정기구인 중앙재경영도소조의 양웨이민 주임은 실물경제·부동산·금융 등 주요 부문에서 통합적으로 부채비율을 관리해서 금융 리스크를 통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금융 리스크 제어를 위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부채비율이라는 얘기다. 특히, 양 주임은 국유기업의 디레버리징이 선결과제라며 국유기업의 부채비율만 하락해도 중국의 총부채비율이 큰 폭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통화정책을 책임지는 중국인민은행은 총부채비율과 은행의 자기자본비율 관리에 중점을 뒀다. 은행감독관리위원회는 감독강화를 강조했다. 살펴볼 내용이 많은 쪽은 자본시장을 감독하는 증권감독관리위원회였다.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국무원 금융안정발전위원회와 인민은행이 주도하는 금융안정기구에 적극 협력해서 자본시장의 안정적인 운영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벤처기업과 신경제 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자본시장의 양방향 개방을 추진할 것이며 증권법 개정작업과 선물법 입안 및 사모펀드관리조례 제정에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이 많은 건 간접금융 비중이 큰 중국이 직접 금융시장을 육성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질적 성장은 당연한 결과다. 중국은 이미 후기 산업화에 진입한 상태이며 맹목적인 양적 성장은 득보다 실이 크다. 베이징·상하이 등 1선도시는 서비스업 비중이 80%에 달한다. 중국 내부에서는 중국이 중진국 함정 구간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질적 성장을 고질량(高質量) 성장으로도 표현하고 있다.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고속성장의 고속 대신 고질량(높은 퀄리티)을 추구하겠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양보다 질과 효율이 중요하다. 중국이 혁신경제를 추구하는 이유다. 중앙경제업무회의에서도 고질량 성장을 향후 경제정책 수립과 거시경제 조정에 필요한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중국에서도 올드 이코노미(철강·석탄 등)의 시대는 가고 뉴 이코노미(인터넷, 첨단 제조업 등)의 시대가 오고 있다.
※ 김재현(zorba00@gmail.com)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