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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IPO(기업공개)로 살펴 본 중국 경제지도 

 

김재현 zorba00@gmail.com 칼럼니스트
지역으로는 광둥성·저장성·장수성 두각 ... 업종으로는 컴퓨터·통신·소프트웨어 등 돋보여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른 광둥성 선전 시내에선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 주차장을 흔히 볼 수 있다.
중국 인구는 14억 명에 달한다. 인구 수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게 또 하나 있다. 뭘까? 바로 가장 중요한 경제 주체인 기업이다. 중국 기업 수는 2015년에 이미 2180만 개를 넘어섰다. 기업에게 수익 창출과 더불어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기업공개(IPO)일 것이다. 그런데 기업이 너무 많다 보니 중국에서는 기업공개가 어렵다. 상장기업 수를 몇 만개까지 늘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2017년 말 현재 중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 수는 3468개사). 그래서 중국에서는 줄곧 기업공개가 화두였다. 소수의, 선택된 기업만 상장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공개는 중국 경제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시한다.

빨라지는 기업공개 속도


2017년 중국 증시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기업공개의 정상화였다. 2016년 하반기부터 상장심사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기 시작했다. 상장하기 위해서 2~3년씩 기다려야 하는 중국 기업에 그야말로 단비 같은 소식이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9월 말 상장심사위원회가 새로 구성된 후 상장심사 기간이 단축됐고 상장심사도 엄격해졌다. 중국 기업이 상장 신청에서 기업공개까지 걸리는 시간은 2년에서 빠른 경우는 약 1년으로 단축됐다. 동시에 분식회계 우려가 있거나 실적이 하락한 기업은 상장심사를 통과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지난해 중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 수는 사상 최고치인 437개사에 달했다. 전년 대비 93% 증가했다. 상장을 신청한 기업 중 상장심사를 통과한 확률은 79%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새로운 상장심사위원회가 구성된 후 통과율은 70% 미만으로 하락했다. 상장기업이 기업공개로 조달한 금액은 2351억 위안(약 38조원)으로 전년 대비 56% 늘었다. 지역별로는 광둥성 소재 상장기업이 98개사에 달했다. 광둥성에서도 신경제의 대명사격인 선전 소재 상장기업이 40개사에 달했다. 동북 3성 소재 상장기업(4개사)의 10배가 넘는 상장기업을 선전시가 배출한 셈이다.

중국은 기업 규모별로 상하이거래소의 메인보드, 선전거래소의 중소기업판과 창업판(차스닥)에 상장할 수 있다. 상하이거래소의 메인보드에 상장한 기업 수는 214개사, 조달 금액은 1377억 위안에 달했다. 선전거래소의 중소기업판과 창업판에는 각각 82개사(451억 위안)와 141개사(523억 위안)가 상장했다. 대형 국유기업이 주로 상장한 상하이거래소의 메인보드보다 눈에 띄는 건 주로 벤처기업이 상장한 차스닥이다. 무게 중심이 국유기업에서 민영기업, 제조업에서 첨단 제조업·바이오·인터넷기업으로 옮겨가는 추세가 여실히 느껴진다.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살펴보자.

중국은 현재 상장 대기중인 기업이 484개에 달한다. 올해 중국 증시에 상장될 이들 기업을 보면 중국 경제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우선 지역별로 나눠보자. 상장대기 중인 484개사 중 광둥성 기업이 91개사에 달했고 이들 중 45개사는 선전에 위치했다. 그 다음 장수성 기업이 76개사였고 저장성 기업이 69개사였다. 광둥·장수·저장성의 기업이 전체 상장 대기 기업의 49%에 달했다. 이 외에 10개사 이상의 상장 대기 기업이 있는 지역은 베이징, 상하이, 안휘성, 산둥성, 후베이성, 푸지엔성과 후난성이었다.

지난해 상장된 기업도 광둥성(98개사)·저장성(87개)·장수성(65개)이 제일 많았고 이들 세 개 성(省)의 합계가 전체 상장기업의 57%에 달했다. 기업공개로 조달한 금액도 광둥성(521억 위안)·저장성(486억 위안)·장수성(303억 위안)이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광둥성, 특히 선전이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른 광둥성 선전시가 중국의 미래를 대표할 기업을 키우고 있음을 확연히 볼 수 있다.

또한 장강삼각주 지역을 구성하는 저장성, 장수성이 중국 경제의 또 다른 핵심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광둥성과 더불어 중국의 개방을 이끈 동남연해지역이 중국의 핵심 경제축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 지역에 위치한 상장기업이 많은 이유는 산업구조가 성숙한 데다 민영기업 비중이 크고 신성장산업 위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둥·장수·저장성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건 동북3성(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이다. 이 지역은 개혁개방 이전에는 중공업 기지 역할을 담당했지만, 시대의 변화를 쫓아오지 못하고 뒤처졌다. 이들 지역에서 지난해 4개사가 상장했고 올해는 12개사가 상장심사 대기 중이다. 동북3성 지역은 중국의 러스트 벨트다. 중공업 위주의 국유기업은 경쟁력을 상실했고 민영기업은 뿌리내리지 못했다.

동북3성 지역은 중국의 러스트 벨트

이제 업종별로 살펴보자. 상장 대기기업의 업종은 제조업 비중이 가장 컸다. 세부적으로는 컴퓨터, 통신 및 기타전자 설비 제조업종이 54개사에 달했고 그 다음은 전용설비제조 업종이 41개사, 화학원료 및 화학제품이 38개사, 소프트웨어·IT서비스가 37개사였다. 지난해 상장된 기업의 업종 분포도 비슷했다. 컴퓨터, 통신 및 기타전자설비 제조업종, 화학원료업종 및 제약업종의 비중이 가장 컸다. 중국은 인터넷과 IT를 중심으로 신경제가 발달하면서 IT·미디어·소비·헬스케어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역시 눈에 띄는 건 선전이다. 지난해 선전에 있는 40개 기업이 상장했고 올해도 비슷한 수의 기업이 상장 대기 중인데, 주로 첨단제조업과 인터넷업종 벤처기업이다. 선전에는 뒤지지만, 베이징·상하이도 혁신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이 많다. 또한 중국도 우리나라처럼 제약·바이오업종이 인기다. 올해 상장을 준비중인 기업 중에는 야오밍캉더(藥明康德)라는 세계 11위의 제약회사도 있다. 이 회사는 2007년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가 2015년 자진해서 상장폐지했다. 올해 차스닥에 상장해서 우리 돈으로 약 1조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지난해 철강·부동산업종은 상장된 기업이 전무하다. 중국은 철강·석탄으로 대표되는 구경제에서 컴퓨터·통신 등 IT기술로 대표되는 신경제로 전환하는 중이다. 지난해 상장기업과 올해 상장 대기 기업을 보면 컴퓨터·통신업종이 유난히 눈에 띈다.


※ 김재현 zorba00@gmail.com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1418호 (201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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