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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선진국·코스닥·바이오株 강세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가격 부담 생겨 유망한 쪽으로만 돈 몰려 … 바이오주 지속 상승 여부는 의문

▎코스닥지수가 장중 한때 4%까지 오르는 등 급등하면서 사이드카가 발동된 1월 12일 오후 서울 을지로 KEB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코스닥 지수 그래프가 급등락을 표시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2016년(2차례) 이후 이번이 처음이고, 지수 급등에 따른 매수 효력 정지는 2009년 이후 9년 만이다. / 사진:연합뉴스
투자자산이 힘이 모이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으로 나눠졌다. 주식시장에서는 선진국과 코스닥 그리고 바이오로 힘이 모이고 있다. 이머징 마켓, 거래소, 기타 업종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미국 시장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동안 이머징 마켓은 선진국 시장을 따라가는 것조차 버거워하고 있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두 시장이 같이 움직였는데 몇 달 사이에 모양이 달라진 것이다.

한국 시장은 이머징 마켓에 속한다. 지난 한 달 간 미국 시장이 강세를 기록했음에도 종합주가지수는 두 달째 이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두 가지 걸림돌이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종합주가지수가 달러화 기준으로 45% 넘게 상승해 가격 부담이 생겼다. 경기 전망도 선진국이 우리보다 좋다. 세제 개편을 계기로 미국의 경제 전망이 한층 밝아졌다.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성장률이 2.5%를 넘을 거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영향으로 미국의 시장금리가 2.5%로 상승했다. 우리 경제는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성장에 그칠 걸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 사이에는 코스닥이 거래소보다 우위에 있다. 올해 첫날 800선을 강하게 돌파했는데, 바이오라는 명확한 주도주가 있고 정부가 코스닥 육성에 관한 정책을 내놓은 게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종목 사이에서는 바이오가 강세다.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이 현대차를 넘었다. 다른 바이오 주식도 지난 두 달 간 적게는 2배, 많으면 5~6배의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 달리 7월 고점 이후 조선·건설 등 거래소 대형 업종의 주가는 20% 넘게 하락했다. 지금 이들은 시장의 중심에서 완전히 탈락해 당분간 상승 추세로 복귀하기 힘든 상태다. 최근에는 반도체까지 역할이 약해지고 있는데, 이를 빨리 되돌리지 못할 경우 종목에 관계없이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당분간 코스닥시장의 우위가 이어질 걸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중소형주는 대세 상승이 끝나고 시장이 한 차례 조정을 겪은 후부터 오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주가 상승 과정에서 소외돼 가격 메리트가 생긴 게 동력이지만, 기간이 지날수록 미래 성장성의 영향력이 커진다. 지금 코스닥 상승이 이런 과정인데, 시장의 틀이 바뀌지 않는 한 현재 시장 구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 패턴상 당분간 코스닥 우위 예상

가장 최근인 2014년 중소형주 상승도 비슷한 형태였다. 2011년에 종합주가지수 상승이 끝나고 3년의 휴식기를 가진 후 코스닥시장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대형주에 몰렸던 매수세가 중소형주로 옮겨오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바이오라는 성장 테마가 만들어진 게 상승 요인이었다. 이번에는 반응이 과거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7월까지 코스닥 지수가 낮았던 영향도 있지만, 거래소에 몰렸던 대규모 유동성이 갑자기 바이오로 방향을 틀어버린 점도 코스닥 강세 요인이 되고 있다. 코스닥은 지금의 상승을 계속 유지하기보다 한 번 정도 하락한 후 하반기에 다시 상승하는 그림이 더 현실적이다. 지속적인 상승을 가정하기에는 바이오 주식의 기반이 너무 취약하기 때문이다.

바이오주가 취약해서 앞으로 종목별 흐름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만약 코스닥시장이 조정을 거쳐 재상승한다면 그때 주도주는 바이오가 아니라 4차 산업혁명 관련주가 될 것이다. 중소형주 투자에서 정부의 정책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정부는 모험기업에 대한 정책 지원과 함께 미래 산업에 선도적으로 투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쪽은 정책적 지원을 받기 때문에 미래를 이끌어 가는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2000년에도 그랬다. 외환위기로 대기업 중심의 발전 전략이 힘을 잃자 정부는 벤처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선정했다. 여기에 세계적인 IT붐까지 더해져 인터넷과 IT인프라 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활성화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는 4차 산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취약해진 성장동력을 보충할 수 있는 곳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인공지능(AI), 3D 프린터, 자율주행, 로봇산업 등은 몇 년 전에 각광을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정책의 영향으로 하반기에는 다시 힘을 쓰지 않을까 생각된다. 바이오산업이 커졌지만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IT의 10분에 1도 되지 않는다. 결국 중소형주도 IT에 의해 정점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데 그 대상이 4차 산업혁명 관련주가 될 것이다.

주식시장 외적으로는 가상화폐로 힘이 모이고 있다.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내놓았지만 제어가 되지 않는다. 에너지가 계속 가상화폐 쪽으로 모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가 급등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세상에 없던 것이 새로 나왔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에 너무 돈이 많아서다. 선진국들이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많은 유동성을 세상에 풀었다. 경제가 좋아지면서 공급된 유동성 중 상당 부분이 투자자금으로 바뀌었고 그중 일부가 가상화폐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고 있다.

앞으로 가상화폐는 추가 상승 후 급격한 하락이 예상된다. 과거 흐름이 그랬기 때문이다. 과거 새로운 물건이 나와 자리를 잡았던 과정을 보면 새로운 물건이 나와 이목을 끌 때쯤 낙관적 전망이 힘을 얻기 시작하지만 버블 붕괴와 함께 그 호황이 끝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 다음은 모든 게 사라져 버릴 것 같이 하락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주가가 최고점 대비 99% 이상 떨어지기도 하고 관련 기업이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해 퇴출되는 일도 발생한다. 마지막에 위기를 극복한 몇몇을 중심으로 시장이 다시 만들어 졌다. 이 때는 처음 도입기처럼 가격이 급등하지 않고 천천히 움직이면서 자리를 잡아간다.

이런 혹독한 과정을 겪은 예는 많다. 1917년에 미국에는 1만5000개의 철도회사가 있었다. 미국의 운송체계가 해운에서 철도로 바뀔 거란 기대 때문이었다. 수차례 조정을 거치면서 대부분 기업이 사라졌고 지금은 몇 개만 남았다. PC도 비슷하다. IT 버블 이전 IBM이 최고의 주가를 기록한 건 1987년이다. PC 보급이 본격화되기 전인데, 해당 산업이 활성화된 후에는 주가가 오히려 75%나 하락했다. 기대에 의해 만들어졌던 버블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도 이런 흐름과 비슷할 것이다. 세계 최고 기업인 IBM도 PC 도입 초기의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가상화폐는 말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가격까지 오른 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가상화폐 가격 급등 후 급락 전망

부동산은 강남지역으로 힘이 모이고 있다. 전국에 퍼져있던 상승 지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 곳으로 모이고 있는 것이다. 아직 기타 지역의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은 아니지만 둘 사이의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던 투자자산 가격이 오르는 곳과 오르지 못하는 곳으로 나눠진 건 시장의 에너지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시장의 힘이 강하다면 모든 자산을 다 끌어올릴 텐데 그럴 처지가 못 돼서다.

1418호 (201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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