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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이솝투자학] “물 좋은 장인데 내 주식은 왜 안 오르지?” 

 

서명수
머피의 법칙과 이솝우화의 ‘좋은 일과 나쁜 일’...투자실력 쌓아 군중심리 벗는 게 관건

기원 전 6세기 그리스의 노예 이솝이 쓴 것으로 알려진 [이솝 우화]는 인간의 심리를 동물의 행동에 투영한 우화집이다. 이솝은 정글의 논리가 판치는 세상에서 약자가 살아남는 비법을 번득이는 재치로 풀어내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이솝 우화의 “숲 속의 두 마리 새보다 손 안의 한 마리 새가 낫다”를 인용하며 비효율적 숲 이론을 제시했다. 투자자 행동과 관련이 있는 이솝 우화 이야기를 읽으며 성공 투자의 길을 모색해본다.


▎사진:© gettyimagesbank
나쁜 일은 좋은 일의 힘이 약하다는 걸 알고 그 뒤를 따라다니면서 훼방을 놓았다. 좋은 일은 나쁜 일을 떼어놓고 혼자 다니고 싶었다. 왜냐하면 좋은 일이 있는 곳에서는 웃음이 넘치고 활기가 있었지만 나쁜 일이 나타나 방해를 하면 사람들이 울상을 짓기 때문이다. 좋은 일은 사람들이 항상 웃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나쁜 일 때문에 울상을 짓는 사람들을 보면 몹시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좋은 일은 나쁜 일에게 화를 내면서 말했다.

“넌 왜 자꾸만 내 뒤를 쫓아다니는 거야? 네가 없으면 사람들이 항상 웃으면서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너 때문에 모두 슬퍼하잖아.”

“그건 내 맘이야. 넌 사람들의 웃는 얼굴이 좋아 보이겠지만 난 찡그린 얼굴이 훨씬 더 좋아.” 나쁜 일은 좋은 일을 비웃으면서 계속 말했다.

“게다가 나 혼자 가서 사람들을 곯려주는 것보다 네 뒤를 따라다니면서 웃다가 우는 사람들을 보면 더 재미가 있거든.”

좋은 일은 자기 혼자의 힘으로는 나쁜 일이 쫓아다니는 것을 막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하늘에 있는 제우스 신을 찾아가 의논하기로 했다. “제우스 신이여, 나쁜 일이 내 뒤를 쫓아다니지 않고 좋은 일만 생길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빌었다. 좋은 일의 말을 듣고 난 제우스 신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 보아라. 좋은 일 너만 이곳 하늘에 숨어 있다가 나쁜 일 몰래 사람들을 찾아가거라.” 제우스 신의 말을 듣고 좋은 일은 나쁜 일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을 하늘에서 보고 있다가 나쁜 일이 다른 곳에 신경을 쓸 때 살며시 사람들을 찾아가서 웃음과 기쁨을 주었다. 그 이후로 사람들은 가까이 살고 있는 나쁜 일을 자주 만나게 되었지만 하늘에서 살고 있는 좋은 일은 가끔씩 만나게 됐다.

불행은 나만 쫓아다닌다?

네 잎 클로바를 만나기 어려운 것처럼 행운은 잡힐 듯하면서 잘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불운은 어찌된 영문인지 밥 먹듯이 반복된다. 이는 불행에는 민감하고 행복엔 둔감한 인간의 본성 탓이 아닌가 싶다. 결국은 욕심이 문제다. 욕심이 과하다 보니 어지간한 행운에 만족하지 못하고 조그만 불안엔 안달한다. 이솝은 인간은 행복보다는 불행의 조건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나쁜 일만 기억하다 보면 점점 더 불행해지고 될 일도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매일 지하철로 출근하다가 그날 따라 택시를 탔는데 교통이 막혀 지각하거나, 열심히 시험 공부를 했지만 자신이 보지 않은 곳에서 문제가 출제돼 당황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어떤 물건을 찾다가 못 찾아서 새 것을 사면 그 물건이 바로 눈에 띄어 속이 상한 경험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일수록 더 잘 일어난다. 이른바 ‘머피의 법칙’이다. 우연히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비유한 말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단어는 ‘우연’과 ‘반복’이다. 우연이 어떻게 반복될 수 있을까. 우연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고 필연이다. 하지만 필연엔 합리성이 있다. 우연은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다. 머피의 법칙은 우연의 장난인 셈이다. 인간의 인지능력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데, 어쨌든 인간 행동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 행동이란 비합리적이어서 피해가 따른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은 자신이 당황했거나 손해를 본 경험은 머릿속에 오래 남게 되고, 그 일이 일어날 확률을 높게 매기는 경향이 있다며 머피의 법칙을 설명한다. 법칙이란 말을 쓰는 것은 자신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보편성을 내세워 위안을 얻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머피의 법칙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우연이 거는 마술에 속지 말아야 한다.

머피의 법칙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이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주식시장이다. 주식 투자로 수익을 남기려면 쌀 때 사서 비싸게 팔면 된다. 이론적으론 아주 간단한 구조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행동은 오히려 거꾸로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팔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내가 주식을 사면 주가가 내리고 팔면 오른다’는 푸념이 나온다. 전문가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선 피하기 힘든 운명이다. 그렇다고 남들도 마찬가지라며 위안을 삼을 수 없다. 손실을 입는 것이 반복돼 재산을 날리게 될지 몰라서다.

주식시장은 잠시라도 방심을 허용치 않는 위험한 곳이다. 투자 손실은 일상사고, 어렵게 쌓은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리기도 한다. 개인투자자들은 혼자선 이런 위험한 바다를 헤쳐나갈 수 없다. 집단의 힘을 빌리고 싶어 한다. 위험이 닥쳐도 여러 사람이 함께 있으면 안정감이 생긴다. 위험이 언제 어느 곳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선 남들을 따라 행동하는 게 살아남는 방법일 수 있다. 그래서 개인은 집단이 가진 정보에 영향을 받는다. 집단이 답을 알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주변의 여러 사람이 정보통신(IT) 주식을 사서 돈을 번다면 나도 똑같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명, 두 명 ‘사자’ 무리에 합류한다. 편승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 많은 사람이 뒤따른다. 많은 사람이 주식을 사서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되면 재앙이 서서히 고개를 든다. 작은 사건이나 실수 하나만으로도 주가는 모래성이 무너지듯이 와르르 주저앉는다. 시장은 손실을 피해 빠져 나오려는 투자자로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과거 수없이 반복된 투기장의 끝물에서 반복되는 장면이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군중심리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집단에 의지하는 투자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가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도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주식 값이 싼 것은 공급자가 수요자보다 많을 때다. 군중심리를 좇게 되면 주가가 쌀 때엔 사지 못한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는 건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많을 때인데, 대중을 따르는 사람은 그제야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비싸게 산다. ‘내가 사면 내리고 내가 팔면 오른다’고 한숨짓는 개인투자자가 많은 이유다. 군중심리를 따르다간 손해를 본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래서 투자의 고수들은 군중심리를 가장 경계한다.

실력과 내공 쌓아야

다시 이솝 우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 수 없는 것이 자연스럽다. 좋은 일은 흘린 땀과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좋은 일이라면 거기서 얻는 기쁨은 사라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주식투자에서 수익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공부하고 수많은 유혹을 뿌리치며 인내해야 행운의 여신이 겨우 미소를 짓는다. 기관투자가 등 전문 투자자들은 머피의 법칙에 잘 걸려들지 않는다. 주로 개인들이 군중심리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자주 머피의 법칙의 포로가 된다. 실력과 내공이 부족해서다. 머피의 법칙을 벗어나는 길은 단 하나, 공부뿐이다.

1419호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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