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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호의 직장인 밥값론(6) 밥값하는 직장인의 생각하는 법] ‘저 친구 참 기발하고 특이해’ 평가받아야 

 

장중호 경영컨설턴트
로지컬 씽킹보다 디자인 씽킹이 중요…감성과 창의성 앞세워 해답 찾아야

나는 결코 인사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관련 공부를 해본 적도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직장인으로서 정말 부끄럽지 않은 밥값을 하고 싶고, 또 인정받고 싶다. 그리고 나를 따르는 내 직원들이 밥값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끌어 주고 싶다.


▎사진:© gettyimagesbank
인류의 역사는 기원전과 기원후로 나뉜다.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비롯된 이 구분은 예수가 이 세상이 오기 전후로 모든 역사가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즈니스 역사에도 기원전과 기원후에 필적할 만한 큰 사건이 있다. 바로 애플의 아이폰 출시다. 나는 이 세상의 비즈니스는 아이폰이 나온 후와 나오기 전으로 나뉜다고 본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으로 모든 비즈니스의 패러다임과 역사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PC보다 강력한 컴퓨터를 들고 다니며 실시간으로 모든 정보에 접속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과 관련 생태계 덕에 전에 없던 수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했다. 이전 산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이었던 제조 기반의 기술과 플랫폼은 누구나 쉽게 복사하거나 해외 시장에서 아웃소싱할 수 있게 됐다. 아이폰 등장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생태계에 부응하는 수많은 새로운 회사와 일자리가 창출됐고, 동시에 새로운 세계와 고객 요구에 대처하지 못한 수많은 회사는 망했으며,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다. 사람들이 생각하고 사고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정보를 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일 필요가 줄었다. 대신 모든 것이 개방되고 복사되는 세상에서 다른 사람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것, 유일한 것을 생각하고 만들어내지 않으면 뒤처지는 상황이 됐다. 직관을 통해 새로운 것을 고민해야 하는 사고의 필요성도 커졌다.

기원전과 기원후로 비견될 만큼의 큰 충격과 변화를 직면하고 있는 현재, 생존을 위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도 당연히 달라졌다. 기존의 일하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으로는 뒤바뀐 세상에서 회사에 기여하기 어렵다. 즉 ‘밥값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적당히 정해진 비즈니스 법칙에 맞춰 정해진 사업을 하고, 정해진 경쟁사와 경쟁하던 시대는 지났다. 유사한 사업을 하는 선진국의 성공한 기업을 벤치마킹해 그대로 따라 하고, 제품과 용역을 제공하는 많은 협력사에 적당히 ‘갑질’을 하면서 편하게 사업하던 시절은 종말을 고했다. 이제는 정해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시대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 달라져

어떻게든 새로운 것을 찾고 만들어내야 하는 창조의 시대의 직원은 당연히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시대 경영자들이 가장 선호하고 채용하고 싶어하는 인재상은 무엇일까? 과거 기업은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 입고,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말투를 구사하며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보이는 인재를 선호했다. 미국의 유명한 전략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컨설턴트의 모습이 떠오른다. 철저한 ‘좌뇌적 인재’의 모습이다. 지금은 다르다. 기업의 회장이나 CEO가 만나고 싶어 하는 인재 모습은 맥킨지와 정반대일 확률이 높다. 예컨대 흰 셔츠와 검은 수트 대신 심플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캔버스 운동화를 신었다. 면도를 게을리 했는지 턱밑에 검은 수염도 보인다. 말도 느릿느릿해서 마치 횡설수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딱 한마디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직설적으로 던지곤 한다. 때로는 전혀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며 감정에 치우치기도 한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유명 인사가 있을 것이다. 바로 스티브 잡스다.

기업가들이 세계 비즈니스의 역사를 새롭게 창조한 스티브 잡스의 모습을 가장 선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이런 유형의 사람만 모여 있는 회사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스탠퍼드 대학 옆에 있다. 그동안 맥킨지 컨설팅에 쏟아졌던 수많은 기업의 관심과 요청이 이제는 이 회사에 몰리고 있다. 그곳은 바로 ‘아이데오(IDEO)’라는 디자인 컨설팅 회사다. 과거에는 디자인 영역에 국한된 컨설팅과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지금은 많은 기업이 아이데오에 디자인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에 대한 전략이나 기획, 회사의 대한 혁신과 변화에 대해 묻는다. 이 회사에는 단순히 외모로만 보면 전혀 전략적이지 않을 것 같은 ‘우뇌형 인간’들, 즉 디자인 전공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많은 기업이 자사의 최고 전략 임원이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두고 아이데오 출신의 디자이너와 컨설턴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과연 맥킨지와 아이데오형 인재의 차이는 무엇이며 컨설턴트의 역량은 어떻게 다른 것인가? 맥킨지 컨설턴트의 역량은 논리적 사고(Logical Thinking, 로지컬 씽킹)에 기반한다. 논리적 사고는 맥킨지의 전설적인 컨설턴트 바바라 민토가 정립한 이론이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고 분석해서 논리적으로 정리해 해결하는 사고방식이다. ‘민토 피라미드(Minto Pyramid)’를 기반으로 한 논리적 사고는 맥킨지를 넘어 모든 경영 컨설팅 회사의 바이블이 됐다. 보통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습관화돼 있지 않은 사람은 복잡한 문제에 대한 답을 내야 할 때 횡설수설하게 된다. 문제의 본질이 무엇이고 해결책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분석하는 것에 익숙지 못해 어설픈 답을 낸다. 답을 냈다고 해도 비논리적이고, 비약이 심하며 누군가 그 답에 대해 공격하고 질문하면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게 마련이다.

민토 피라미드는 이러한 문제를 마치 나무의 가지치기와 같이 피라미드 모양으로 도식화하고 하나씩 푸는 과정을 통해 문제의 답을 찾아가되, 생각해볼 수 있는 모든 가설을 다 표기하고 분석해 누가 공격하더라도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각 논리의 가지에는 하나씩 문제에 대한 답이 가설 형태로 주어지며 이 가설에 대한 검증은 크게 사실과 벤치마킹으로 이루어진다. 데이터와 사실에 근거한 내용으로 검증하고, 때로는 다른 기업이나 기관의 사례를 통해 검증한다. 하나의 논리적 가지에 대해 이와 같이 답을 정리하다 보면 큰 문제에 대해 결론을 만들어가는 귀납 방식이 적용된다. 그야말로 논리 흐름을 통해 전략을 검증하고 세워가는 전형적인 분석과 이성적인 영역이다. 이러한 맥킨지의 논리적 컨설팅은 과거 약 20년 간 최고의 시절을 구가하며 경영의 구루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지금 세계적인 경영 흐름과 전략 방향은 이러한 이성과 분석, 논리를 통해 풀어갈 수 있는 상황을 한참 지나왔다. 지금과 같은 무한 경쟁과 레드오션의 경영환경에서는 어떻게든 경쟁사보다 차별화되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선점해야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이성보다는 감성적 접근이 필요하며 나와 유사한 사업을 하는 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보다는 전혀 다른 분야의 기업을 분석하고, 다양한 사례와 상품, 서비스를 통합하고 융합하는 사고가 절실하다. 논리보다는 창의적 사고가 훨씬 절실한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이제 맥킨지식 논리적 사고만으로는 고객 마음을 열고 영감을 심어줄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답은 절대로 찾아낼 수 없다. 더 이상 고전적 경영방식인 벤치마킹에 머물러 있지 말고 스스로 상상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고객에 대한 관찰과 직관이 핵심

아이데오 컨설턴트들의 일하고 생각하는 방식을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라고 부른다. 요즘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주목하고 있으며, 인재개발의 키워드가 돼버렸지만, 아직까지도 디자인 씽킹이란 개념은 생소하다. 지금까지 방식과 철저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디자인 씽킹은 논리적 사고(로지컬 씽킹)와 맥을 달리한다. 이성적 분석과 논리 문제가 아닌 감성과 직관과 창의적 접근으로 답을 찾는다. 기업을 살릴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고 크리에이티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접근 방식이 기존과 전혀 달라야 한다는 공감에 근거한다.

디자인 씽킹의 핵심은 바로 인간, 즉 고객에 대한 관찰과 직관이다.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디자인을 의뢰 받으면 가장 먼저 그것을 사용할 사람을 관찰한다.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으로, 어떤 쓰임새로 그 물건을 쓰게 되는지를 들여다보고, 다른 기업의 것과 전혀 다른 요소를 가미한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연구한다. 무작정 길거리에 나가서, 혹은 매장을 어슬렁거리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관찰하고 이야기도 해보고 때로는 사진을 찍어 사무실 벽에 도배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전혀 다른 물건이나 서비스를 관찰하면서 그 안에서 모방하고 가져올 것은 없는지 고민한다. 그러다 무엇이든 모방할 것을 찾으면 융합하고 통합하는데, 마치 처음부터 자신의 아이디어였던 것처럼 느껴질 만큼 잘근잘근 소화해내고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무엇인가를 더 집어넣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디자이너들의 행동과 일하는 방식은 기존의 기업 경영자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가 숫자로 표현되지도 않고,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도 아니어서 마치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직관을 믿는다. 자신의 눈으로 보고 느껴지는 대로 그 자리에서 스케치를 하고 형상화한다. 그리고 그것을 시제품이나 샘플로 빠르게 만들 수 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체를 갖고, 이야기하는 것이 회의실 탁자에 앉아 보고서 숫자만 들여다보며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현명한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디자인 씽킹은 관찰 결과에 대해 반드시 과감한 테스트와 프로토타이핑으로 연결돼야 하며, 반복적인 테스트를 통해 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어 간다. 기획자 보고서에 말로만 언급되는 내용과 디자이너 손을 통해 제시되는 프로토타입은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또 한 가지 디자인 씽킹의 중요한 요소는 스토리텔링이다. 사람에 대한 관찰을 통해 얻어진 직관과 영감을 이야기로 풀어간다. 이 스토리텔링은 상상 이상의 힘이 있어서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결론은 논리적이면서 때로는 감성적인 몇 개의 문장으로 정리되지만, 이는 논리를 통한 가설 검증보다 훨씬 강력한 것이어서 하고자 하는 사업이나 상품 개발에 대해 공감만 이루어진다면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은 시장조사나 설문을 통해 도출되는 숫자를 100% 신뢰하지 않는다. 이 복잡한 세상에서 자신들의 마음을 숨기는데 익숙한 고객들의 이야기를 계량화한 것은 허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많은 관찰을 통해 얻은 영감을 진솔한 이야기로 풀어가고, 그 내용을 경영진이 공감하고 인정한다면 이미 새로운 방식의 경영전략은 세워진 것이다.

세상이 변하고 기업이 변하면 일하는 사람의 생각과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모든 사람이 다 스티브 잡스가 될 수는 없지만, 앞서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최소한 스티브 잡스의 반이라도 따라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이미지로 회사 내에서 ‘참, 저 친구는 똑똑하고 명석해’라는 평을 받아왔다면, 이제는 ‘저 친구는 참 기발한 생각을 많이 하고, 특이해’ 라는 평을 받을 필요가 있다.

회사에 1000명의 직원이 있다면 그중 반은 로지컬 씽킹에 익숙한 직원일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500명은 아마도 아무 생각 없는 직원일 가능성이 크다. 이제 CEO들은 20명, 혹은 단 10명이라도 새로운 생각을 하고 회사에 새로운 관점과 바람을 불러 일으킬 사람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바로 디자인 씽킹을 하는 사람 말이다. 사실 CEO도 직원들에게 정확하게 무엇을 요구하고 원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생각은 기존 방식처럼 몇 장의 기획서나 보고서로는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신 그 설명을 해달라고, 직원들의 크리에이티브를 깨워달라고 그렇게 아이데오를 여기저기에서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문서 양식부터 다듬던 구태 벗어나야

밥값을 하는 사람은 주변 변화에 민감하다. 지금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디자인 씽킹에 관한 책을 사보자. 그리고 자기가 그동안 해오던 행동이나 생각과 어떻게 다른지 느껴보자.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마음을 비우고 현재의 생각을 하얀 스케치북에 손으로 직접 써보고 그려보자. 연필로 머릿속 혼란스러운 생각을 솔직하게 써보자. 쓰고 정리하고 또 그리다 보면 자신이 생각하는 몇 가지 키워드가 스케치북에 정리될 것이다. 그러면 이미 당신은 디자인 씽킹을 시작한 것이다. 노트북부터 켜고 윗사람에게 보고할 문서 양식부터 다듬던 기존 방식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 장중호 - 인공지능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경영컨설팅 업계에 뛰어들어 많은 기업의 사업전략 및 마케팅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후 이마트와 GS홈쇼핑의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일하면서 유통 업계의 마케팅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저서로 [마케터가 알아야할 21가지 이야기] [나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건다]가 있다.

1428호 (2018.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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