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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23) 오늘회] 산지 활어회 아침에 주문해 저녁에 먹죠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산지보다 30% 정도 낮은 가격 경쟁력...올해 매출 10억원 넘어설 듯

▎3월 21일 서울 서초동의 오늘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재현 대표가 오늘회 스티로폼 냉장 박스를 보여주고 있다. / 사진:김현동 기자
지난 3월 21일 김재현(34) 오늘회 대표와 인터뷰를 마치고 직접 산지 활어회를 주문했다. 요즘 제주도에서 인기라는 ‘딱새우회’다. 김 대표의 설명대로 산지에서 잡아 손질한 회가 주문한 당일 저녁 집에 도착하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딱새우회는 요즘 젊은이들이 제주도 여행을 가면 꼭 찾는다는 인기 먹거리다. 제주도 산지에서 3만원 내외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딱딱한 껍질 손질까지 끝낸 딱새우회 20마리를 오늘회에서 2만2500원(배송비 3500원 불포함)에 주문할 수 있다. 3월 22일 저녁 딱새우회를 주문했다. 다음 날 아침 오늘회는 배송 관련 내용을 문자로 알려줬다. 문자에 따르면 산지에서 서울로 발송하는 시간은 오전 11시, 상품이 집까지 도착하는 시간은 오후 6시~8시 사이였다. 상품에 문제가 있으면 고객센터로 전화를 달라고 전화번호까지 문자에 포함돼 있었다.

2중 냉장포장으로 신선도 유지

3월 23일 저녁 6시 무렵 퀵 배송 기사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회에서 주문한 회가 저녁 6시 30분이면 도착한다’고 알려왔다. 시간에 맞춰 집으로 조그마한 스티로폼 냉장 박스 하나가 도착했다. 스티로폼 박스 겉면에는 내용물과 회에 문제가 있을 때 처리방법 등이 적혀 있다. 박스를 열어보니 2중 냉장 포장 된 딱새우회와 함께 초고추장 같은 밑반찬 몇 개가 담겨 있다. 딱새우회가 보관된 포장지에는 제조일자 3월 23일, 유통기한 3월 24일까지, 제조원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등 딱새우회와 관련된 내용이 적혀 있다. 제주도 현지에서 아침에 보낸 딱새우회를 서울에 있는 집에서 저녁에 받았다. 2중 냉장 포장 덕분인지 딱새우회는 식감도 살아 있었다. 김 대표는 “회에 문제가 있으면 모두 처리해주고 있다”면서 “소비자의 불만을 해결해주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으로 운영하고 있고, 오늘회 고객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 인터뷰 때 가장 궁금한 것이 가격 경쟁력이었다. 오늘회는 산지에서 먹는 활어회보다 30% 정도 저렴하다. 소량 주문이고 제주도·목표·거제도·통영 등 각지에서 보낸 소량의 회 가격이 어떻게 산지보다 저렴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김 대표는 “산지에서 회를 먹으면 임대료나 인건비 등 때문에 가격이 높다”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요인이 몇 가지 있다”며 웃었다. 그는 “오늘회는 서울과 성남지역에만 우선 배송을 하고 있다”면서 “산지 회가 서울로 올라오는 데는 비행기와 고속버스를 이용하고, 그 회는 다시 우리 사무실에 도착하게 된다. 오늘회에서 냉장 포장과 밑반찬 포장을 다시 한 후에 퀵으로 고객에게 배송한다”고 설명했다. 고속버스나 비행기 배송비는 물량이 많아지면 개당 물류비용이 낮아진다. 오늘회에서 다시 포장한 산지 회는 고객에게 퀵을 이용해 배송한다. 이 퀵 배송비용을 낮추는 게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김 대표는 “영업 비밀이라 배송비를 자세하게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궁하면 통한다고 여러 방법을 찾다가 배송비를 낮추는 방법을 알게 됐다”며 웃었다.

오늘회에는 제주도 딱새우회, 거제 자연산 숭어회, 제주 부시리회, 거제 광어회, 구룡포 청어과메기 등 주문 가능한 회 종류가 20여 가지다. 제철이 끝나는 회는 주문 가능 리스트에서 제외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는 현재 9개 지역에 15명의 파트너가 있다”면서 “이들이 우리에게 회를 공급하는데, 중도매인이나 선장 등이 우리 파트너로 일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직접 현지에 내려가 이들과 계약을 했다. 그는 “내가 회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분들과 협상을 한다기보다 도움을 받으러 왔다고 이야기 한다”며 웃었다.

오늘회의 성장 속도는 무척 빠르다.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오늘회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매출은 총 1억5000만원 정도에 그쳤다. 그런데 지난해 매출을 올해 3개월 만에 넘어섰다. 김 대표는 “현재 매월 주문량이 1500팩 정도 된다”면서 “올해 매출 10억원은 가뿐히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웃었다. 오늘회 회원은 3월 현재 1만5000여 명을 돌파했다. 임직원 5명이 있는 조그마한 스타트업으로는 빠른 시간에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오늘회가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모슬포 대방어회를 오픈하면서부터라고. 김 대표는 “산지회 배송 관련 스타트업은 대부분 망하고 우리만 살아남았다”면서 “그 이유는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했기 때문이고, 더 큰 성장을 위해 투자유치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연세대 생활디자인 전공을 했다. 겉모습도 회 관련 창업가라기보다 패션이나 뷰티 분야에 어울릴 만한 외모다. 그는 “도시 깍쟁이처럼 생겼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웃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 스타트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가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어서”다. 그가 오늘회를 창업해 성장을 시킨 원동력도 ‘궁금증’과 ‘실행력’ 덕분이다. 김 대표는 “학교를 졸업하고 홍보 대행사에서 처음 일했는데, 왜 기업이 마케팅 비용을 홍보대행사에 쓰는지 궁금했다”면서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2011년 위메프 마케팅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말했다. 2015년 신선식품 배송 스타트업 마켓컬리로 자리를 옮긴 것도, 레저큐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자리를 옮긴 것도 기업 운영과 마케팅 궁금증을 풀고 싶어서다. 그는 “레저큐 CMO로 일하면서 기업 운영과 마케팅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면서 “내가 배운 것을 밑바탕으로 창업에 도전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수산시장과 손잡고 회 주문배송 준비

그가 처음 생각한 비즈니스 모델은 미국 스타트업 인스타카트였다. 고객이 제품을 주문하면 실제 매장에 가서 상품을 구매해 배송해주는 스타트업이다. 이 비즈니스를 연구하던 차에 우연히 위메프에서 함께 일했던 마케팅팀장과 연락이 닿았다. 그는 낚싯배 예약 서비스 스타트업 마도로스를 창업한 상황이었다. 그를 통해 거제도에서 배를 운영하는 한 선장을 소개받게 됐다. 김 대표는 “마도로스 대표가 나에게 거제도에 있는 한 선장이 산지 회를 서울에 팔고 싶어 한다고 소개해줬다”면서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한번 해보겠다고 도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궁금한 것은 꼭 해결하는 게 성격이라서 겁 없이 도전을 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2016년 말부터 SNS를 이용해 공동구매 형식으로 거제도의 산지 회를 팔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반응이 훨씬 좋았다. 그는 창업을 결심했고, 지난해 3월 오늘회 법인을 설립했다. 결제 시스템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 오늘회라는 웹사이트도 만들었다. 1년 정도 운영하면서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다음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산지 회와 더불어 대형 마트나 전국에 있는 수산시장의 회를 주문 배송해주는 것이다. 인스타카트와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는 “올 상반기에 구체화될 것 같은데 지금 수산시장과 대형마트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면서 “고객이 주문을 하면 우리가 직접 사서 배송해주거나 아니면 대형마트나 수산시장과 손을 잡고 회를 배송하게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1429호 (20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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