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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맞는 공기청정기는] 필터는 에어글·에어퓨라 편의성은 삼성·LG 가성비는 위닉스·샤오미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필터와 집안 면적 동시에 고려해야...고성능 제품 맹신보다 사용법 숙지가 더 중요

▎지난해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을 찾은 소비자들이 공기청정기 필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최근 중국발 초미세먼지 등으로 대기의 질이 나빠지면서 공기청정기를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봄철 일상을 뒤덮은 미세먼지에 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미세먼지의 농도가 한층 짙어졌다. 지난 3월 25일 24시간 동안 서울은 초미세먼지를 뜻하는 ‘PM 2.5(직경 2.5㎛(마이크로미터, 1㎛는 10만분의 1㎝)의 먼지 입자)’ 이하 농도가 1㎥당 평균 121㎍(마이크로그램, 1㎍은 100만분의 1g)로, 초미세먼지의 본격 관측이 시작된 2015년 이래로 역대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이전까지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00㎍/㎥ 넘은 적은 한차례도 없었다. 이후 4월 3일까지 약 열흘 간 수도권 외에 부산 등 대도시는 물론, 제주 같은 도서지역까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미세먼지 ‘나쁨’ 상태가 지속됐다.

사상 최악의 초미세먼지에 공기청정기 판매 급증


중국 동부의 공장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바람을 타고 대거 유입되고 있는 데다, 대기가 정체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앞서 WHO가 2013년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한 바 있어 더 많은 주의가 요구된다. 이런 상황에서 가전 업계는 남몰래 호황을 맞고 있다. 각 가정 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춰주는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어서다. 롯데하이마트는 올 1분기 공기청정기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235% 급증했다. 판매량 기준으로 집계한 전자랜드의 경우 같은 기간 55%, 온라인 쇼핑몰 다나와는 229% 각각 증가했다.

공기청정기 구매를 염두에 둔 소비자 입장에선 어떤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을지 헷갈린다. 성능이나 가격대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 요소에 초점을 맞출 것을 권한다. 하나는 필터, 다른 하나는 집안 면적이다. 우선 필터는 ‘헤파(HEPA)필터’ 기술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공기청정협회 관계자는 “헤파필터는 수십 ㎛ 크기의 섬유를 기반으로 여과하는 방식으로, 미세먼지의 포집 효율이 좋아서 공기청정기에 널리 쓰이고 있다”며 “헤파필터가 포함되지 않은 제품은 초미세먼지를 제대로 못 걸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마스크이더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KF’ 표시가 없는 마스크는 초미세먼지 차단 확률이 크게 떨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유럽 ‘EN1822’ 인증에 따르면 헤파필터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한국에서는 세미 헤파라고 불리는 ‘에파(EPA, E10~12)’, 일반 헤파(H13~14), 그리고 헤파로 거를 수 없는 더 미세한 입자를 걸러내는 ‘울파(ULPA, U15~17)’다. 일반적으로 에파를 제외한 헤파부터 울파까지를 트루 헤파라고 일컫는다. 등급은 높을수록 좋다. 예컨대 지금껏 국산 공기청정기에 많이 쓰였던 E11의 미세먼지 포집 효율은 95%. 산술적으로 95%의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많이 쓰이는 트루 헤파인 H13은 99.95%, H14는 99.995%까지 걸러준다. U17은 99.999995%까지 걸러낸다. 이러한 포집 효율 차이가 유의미하다고 판단할지는 소비자의 몫이지만, 높은 등급의 필터일수록 PM 2.5 이하의 초미세먼지(일반 미세먼지는 PM 10 이하)까지 걸러줄 확률은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필터를 최우선시하는 소비자라면 에어글(미국)이나 에어퓨라(캐나다) 제품을 염두에 둘 만하다. 둘 다 H14 등급의 고성능 트루 헤파를 장착해 병원 무균실 수준의 청정한 공기 상태를 유지해준다. 물론 수치상으론 울파의 성능이 더 좋지만, 유럽이나 미국 인증의 울파가 장착된 공기청정기는 가격대가 일반 중산층에선 감당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높고 가정용으로 상용화도 거의 안 된 탓에 현실적으로 H14가 최고성능 필터라고 할 수 있다. 에어글 제품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에서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에어글코리아가 지난해 말 출시한 ‘AG600’은 H14 필터와 함께 알레르기 원인물질이나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기술을 장착했다. 에어퓨라 ‘600P’도 H14 필터와 함께 실내 공기 오염의 주범인 라돈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제거해주는 기능을 갖췄다. 둘 다 200만원 중후반대의 고가 제품이지만 집안에 노약자나 중증 호흡기 질환자가 있거나 새집증후군으로 힘든 경우, 초미세먼지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구입을 고려할 만하다.

H14와 H13의 효율 차이가 경미하다고 보면서 가격대도 보다 합리적인 선까지 낮추고 싶은 소비자라면 아이큐에어(스위스)와 블루에어(스웨덴)의 공기청정기를 눈여겨볼 만하다. 아이큐에어 제품은 투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병실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해졌다. H13 필터를 장착한 아이큐에어 ‘헬스프로 250’은 200만원 초중반대, ‘헬스프로 150’은 100만원 중후반대다. 두 모델은 기능 면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공기청정기를 고를 때 필터와 함께 주목해야 하는 두 번째 요소인 집안 면적에 따라 나뉘었다. 헬스프로 150은 사용면적, 즉 제품을 집안에 놓았을 때 바람의 양과 세기 등으로 커버하는 면적이 66㎡(약 20평)이며 헬스프로 250은 85㎡(약 25평)다. 66㎡에서 생활하는 1인 가구나 신혼집 소비자라면 굳이 더 비싼 모델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큰 제품 하나보다 작은 제품 두 개가 나을 수도


아이큐에어 측은 “132㎡(약 40평) 이상에 거주하는 가정이라면 85㎡ 제품 하나보다 66㎡ 제품 두 개를 쓰는 편이 효율적일 수 있다”며 집안 면적을 고려해 공기청정기를 고를 것을 권했다. 역시 H13 필터를 쓰는 블루에어의 강점은 다양한 라인업이다. 사용 면적 15㎡의 ‘블루 퓨어 411’(19만원대)에서부터 72㎡의 ‘클래식 680i’(100만원 초중반대) 등 면적별로 맞춤형 제품을 구축했다. 블루에어는 미세먼지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중국에서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알려졌다(가격대를 낮추기 위해 생산 공장도 중국에 있는데 이는 호불호가 갈릴 대목이다). 이들 브랜드의 제품은 H14의 최고성능 필터를 쓰는 다기능 제품에 비해 소음이 덜한 장점도 있다. 평소 가전을 쓰면서 소음에 예민했던 소비자라면 참고할 만하다.

디자인과 편의성까지 고려한다면 국산 제품이 답이다. 통상 국산 공기청정기가 유명 해외 브랜드 제품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됐던 이유는 해당 분야에선 후발주자여서다. 미세먼지 농도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기 전까지는 실내 공기청정의 중요성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훨씬 적게 언급됐다. 자연스레 공기청정기 제조에도 별다른 힘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최근 공기청정기 수요 급증과 함께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선보인 공기청정기 신제품 ‘큐브’는 0.3㎛ 크기의 초미세먼지를 99.999%까지 걸러낸다. 사물인터넷(IoT) 기능도 탑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외출 중에도 실내 공기 질을 점검하면서 제품을 원격 제어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격은 모듈형 94㎡ 제품이 100만원 후반, 일체형 90㎡ 제품은 100만원 중반(세부 모델별로 다름)이다.

SK매직은 지난 3월 울파 필터를 장착한 신제품 ‘ACL-120UA’와 ‘ACL-150UA’를 출시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진행한 미세먼지 포집 효율 시험에서 0.1㎛당 99.9995% 이상이라는, 국산 공기청정기 필터 사상 최고치를 얻어냈다. 해외로 치면 U15 등급에 해당한다. 다만 사용 면적이 각각 39.6㎡(약 12평), 49.5㎡(약 15평)임을 고려해야 한다. 가격은 79만~87만원대다. LG전자 ‘퓨리케어 360°’도 각 가정에서 꾸준히 인기인 스테디셀러다. E11 등급으로 필터 효율은 경쟁 제품들보다 낮지만 10평대부터 50평대까지 거의 모든 집안 면적을 커버할 수 있는 라인업을 보유했다(가격은 면적별로 다양). 사용자의 터치 한 번에 제품명처럼 360도로 회전하면서 ‘6단계 토털 케어 플러스 시스템’을 가동, 초미세먼지는 물론 스모그나 새집증후군 원인 물질까지 단계적으로 제거해준다.

이들 국산 제품은 다소 투박한 디자인에다 수치화한 미세먼지 농도가 실시간 표시되지 않는 등 소비자 관점에선 일부 불편함이 있는 고가 해외 브랜드 제품에 비해 디자인과 편의성 면에서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기업들은 성능·디자인·편의성의 삼박자를 갖춘 제품 라인업으로 급성장한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해외 브랜드와 본격적으로 경쟁한다는 계획이다. 김현중 삼성전자 한국영업 담당 부장은 “지난해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은 약 100만대 규모였는데,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부각되면서 겨울철에만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3배가 됐다”며 “애초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연평균 2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은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여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필터 교체 주기 엄수하고 환기할 땐 꺼놔야

이외에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을 중시하는 소비자라면 국산 브랜드 중 위닉스를, 해외 브랜드 중 샤오미(중국)를 염두에 둘 만하다. 국내 중견기업 위닉스의 대표 제품 ‘위닉스제로 2.0’은 20만원 후반(‘AZBE380-HWK’ 모델 기준)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H13 필터를 장착했다. ‘대륙의 실수’라는 수식어가 붙은 가성비의 대명사, 샤오미 ‘미에어 2S’는 이보다도 저렴한 10만원 초중반대 가격이다. 단, 사용 면적이 21~37㎡로 좁은 것은 참고해야 한다. 방 한 칸에서 생활하는 자취생이라면 쓰기에 적합하다.

이 밖에도 월별 납부하는 전기요금에 영향을 줄 에너지효율은 몇 등급인지, 필터 교체 등 유지비용이 지나치게 비싸진 않은지, 필터는 교체하기가 간단한지, 애프터서비스를 받기는 수월한지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각 가정에서 공기청정기의 알맞은 사용법을 숙지하는 것이 단순히 고성능 제품을 쓰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원한 국내 한 가전 전문가는 “업체별로 권고하는 필터 교체 주기가 있는데 이를 철저히 지키면서 관리해야 공기청정기의 성능을 손실 없이 누릴 수 있다”며 “마찬가지로 필터 청소가 필요한 제품은 제때 청소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공기청정기의 바람을 잠깐 세게 트는 것보다 적당량을 오래 트는 편이 나으며, 환기할 때 틀면 과부하가 걸려 점차 효율이 떨어질 수 있으니 환기를 다 마친 다음 창문을 닫았을 때 트는 게 바람직하다.

1429호 (20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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